‘블록 매매’라는 신조어는 특정 매매 당사자들만이 참여하는 거래방식에 기인한 듯. 미국식 영어의 ‘권역(Bloc)’이라는 뜻을 차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정해진 매매 당사자들끼리만 알고 거래한다는 의미인 듯.
실제로 최근 조흥투신과 조흥은행이 1천5백억원 규모의 채권매매를 이러한 블록매매 방식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투와 한빛은행 역시 2천3백억원의 블록 매매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이 자금지원을 위해 짝짓기 해준 은행-투신의 파트너들끼리는 이같은 거래가 잦은 편이며, 그렇지 않은 기관들끼리도 지난주부터는 빈번히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파는쪽은 당연히 투신사들이며, 사는쪽은 은행뿐 아니라 일부 보험사들도 포함돼있다.
블록 매매는 거래 쌍방의 이해가 일치한다. 투신사 입장에서는 채권을 내다파는데 따른 여러가지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매물을 내놓았을 때 생길 수 있는 악성루머를 차단할 수 있으며, 금리가 치솟는 현상도 차단할 수 있다. 매수자측은 원하는 채권을 골라서 매입할 수 있고, 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대량의 매물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점이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블록매매시 투신사들은 원매자측에 아예 채권명세를 넘겨준다. 좋은 업체를 고르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러한 매매 방식은 당국의 이해와도 일치한다. 금리폭등을 막을 수 있으며, 투신사들이 자금을 확보하는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록매매는 근본적으로 시장에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채 진행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가격결정 메커니즘을 왜곡시키는 등의 부정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