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이러한 기이한 매수주문 행태는 왜 시작된 것일까. 해답은 외환당국에 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모르지만, 환율이 1천1백50원선에 근접해가던 무렵부터 개장 전 사자주문이 실행에 옮겨 졌다. 물론 편법이다. 원칙적으로 장이 열리기 전에는 주문을 낼 수 없게 돼있다. 시중은행 딜러들이 결제원에 항의했더니, 결제원은 “동등한 시장참여자의 일원 자격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당국의 협조요청에 의한 것인만큼 어쩔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 다른 딜러들은 눈쌀을 찌푸리면서도 9시30분에 전화를 들어 몇분간 달러를 팔기위해 애를 쓰는 일과를 반복하고 있다.
외환당국이 이러한 편법을 동원해 시장개입을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효율적으로 시장에 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60~1백10만달러씩 20전 간격으로 3원정도의 폭을 받쳐놓으면, 1천만~2천만달러의 자금으로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결국 시장이 적정한 가격이라고 인정하는 선보다 높은 가격에 달러 매수주문을 내 놓으면, 개장초기 몇원이 순식간에 하락하게 되고, 환율이 떨어졌다는 심리적 효과가 반영돼 환율 추가하락을 저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구상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이에대해 시장참여자들은 매우 비판적이다. 우선 외환당국이 이렇게 ‘졸렬한 방식’으로 시장개입을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많다. 당국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원달러 중개시장의 거래원칙을 어겨가면서까지 시장에 개입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또 이로인한 負의 효과는 전혀 고려치 않아도 되는 것인지가 의문이라는 지적. 특히 시장에 왜곡된 정보가 유통된다는 점과 이로인한 선의의 피해자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 비정상적인 거래 패턴으로 인해 원달러시장 질서가 교란될 수도 있다는 점등이 우려되고 있다.
외환당국의 입장은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우리나라의 외환시장은 아직 안정된 시장이 아니며, 제반 경제상황으로 봐서 당국의 컨트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에대해 시장참여자들도 1백% 수긍하고 있다. 수출경쟁력도 고려해야하고, 보유외환도 적절히 조정해야한다. 무엇보다 IMF가 외환시장 정책에 깊숙히 개입해있기 때문에, 당국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이 좁다. 그러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시장참여자들이 당국이 택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비난하고 있는 것은 너무 가볍게 움직인다는 느낌 때문이다. 눈 앞의 효과만을 생각해 다른 부정적인 영향들을 무시하는 ‘미봉책’들이 그동안 양산돼왔으며, 항상 시간이 지나면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로 이어져왔다는 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