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자체적으로 자금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선발시중은행에 배정된 회사가 많아 과도한 부담이 우려되며, 이로인해 지원이 지체되거나 지원액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이미 대량 환매가 시작돼 미매각 수익증권을 떠안고 있는 대다수 증권사들의 자금부족액이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주부터 거의 모든 금융기관들이 ‘유동성 大亂’의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
16일 금융당국 및 금융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3일 12개 은행 자금부장 회의를 소집, 주거래 관계에 있는 증권, 투신사를 짝지워 이번주부터 본격화될 수익증권 환매사태로 인한 부족자금을 지원토록 지도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은행이 한국은행에 국공채를 담보로 자금을 빌리고, 다시 은행이 증권, 투신사로부터 채권을 담보로 받아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을 택했으며, 증권 및 투신업계가 은행에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채권의 범위는 국공채 뿐 아니라 회사채도 포함되도록 했다. 다만 은행권이 부담해야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가급적 보증채권을 담보로 넣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러한 지원방식을 통해 1차로 10조원의 자금을 한은에서 은행을 경유해 증권 투신업계로 투입할 방침이며, 추이를 봐서 추가지원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금감원의 이같은 지원방안은 선발시중은행에 자금부담이 편중된다는 점, 환매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경우 신속한 지원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체 증권, 투신사의 3분의 2가 조흥, 한빛, 제일, 서울등 4개은행에 짝지워졌지만, 이들 은행은 현재 자체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 부담이 지나치게 편중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또 이미 삼성, 대우증권이 각 1조5천억원, 현대 및 LG증권 1조원, 동원증권 9천억원등 증권사의 수익증권 미매각분이 8~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돼 이미 자금부족이 심각한 상태라는 점도 사태수습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한편 투신업계가 현재 펀드내에 가자고있는 콜등 현금자산은 약 20조원에 달해 초기 환매여력은 어느정도 확보됐다는 분석이다. 공사채형 펀드가 약 2백조원에 달해 펀드의 30%로 제한된 RP차입규모가 최대 60조원에 이른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자금지원이 원칙대로 된다면 유동성이 부족해 어려움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