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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유니트리 막아라” 현대차 미국서 ‘로봇 로비ʼ

김재훈 기자

rlqm93@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24 00:00

상반기 로비비용 전년비 73%↑
車 외에 로봇 정책 추가 ‘눈길’
中 ‘로봇굴기’ 저지 본격화한듯

“中 유니트리 막아라” 현대차 미국서 ‘로봇 로비ʼ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정부 부처를 대상으로 한 로비 활동 비용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기존 자동차 관세, 무역, 전기차 세제, 자율주행 등 자동차 산업 현안에 집중하던 로비 의제에 로봇 산업이 새롭게 등장했다는 점이다. 그룹 로봇 사업을 담당하는 보스턴다이나믹스까지 미국 의회와 정부를 상대로 로봇 관련 법안과 국가 전략을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는 모습이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상용화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미국 시장과 정책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현대차그룹 물밑 행보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 상장 등 로봇 굴기를 선언한 중국과 미국 로봇 경쟁이 본격화하는 만큼 초기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정책 선점 경쟁’ 성격도 띠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서 ‘로봇 로비’ 확대하는 현대차그룹

미국 의회 로비활동공개법(LDA)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로비 활동에 투입한 비용은 총 128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74만 달러와 비교하면 약 73% 증가한 규모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로비 활동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법률에 따라 등록하고 활동 내용을 공개하는 제도 아래 합법적으로 이뤄진다.

현대차그룹 로비 활동 중 눈에 띄는 것은 로비 비용 증가뿐 아니라 활동 범위다. 지난해 상반기 현대차의 미국 로비 항목은 자동차 관세, 무역정책, 전기차 세제,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보안 등 자동차 산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정책 현안에 무게가 실렸다.

반면 올해는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로봇 발전을 위한 국가적 프레임워크’라는 로봇 관련 로비 의제가 추가됐다. 현대차그룹이 완성차 기업에서 로보틱스 기업으로서 미국 정부와 이해관계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흐름은 현대차그룹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에서도 나타난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올해 상반기 미국 로비 비용은 51만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 36만 달러 대비 약 42% 증가했다.

로비 대상은 미 상·하원뿐 아니라 국방부, 상무부, 국무부, 교통부, 연방통신위원회(FCC) 등 정책과 법안을 담당하는 기관이 주를 이룬다.

로비가 진행된 법안도 구체적이다. 대표적으로 로봇산업 및 인공지능과 로봇 접점에 관한 연방 정책과 법률을 비롯해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의 무인 지상체계, 국가로봇위원회법(National Commission on Robotics Act), 미국안보로봇법(American Security Robotics Act), 휴머노이드 ROBOT법(Humanoid ROBOT Act) 등이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이 같은 법안에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회사 정부·정책 담당 부문은 국가로봇위원회 설립이 미국 국가 로봇 전략 수립을 위한 중요한 첫 단계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또한 올해 6월 미국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 산하 소위원회가 개최한 ‘미국 글로벌 경쟁력 강화’ 청문회에는 제이슨 피오릴로 보스턴다이나믹스 최고법무책임자가 증인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피오릴로는 당시 미국의 로봇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적 로봇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 로봇시장 선점 작업

이러한 현대차그룹의 로봇 로비 확대는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앞두고 최대 로봇 시장인 미국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물밑 작업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나믹스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비롯한 로봇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CES에서 공개된 신형 아틀라스는 현대차그룹 제조 현장에 투입될 계획이 제시됐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 공장에서도 향후 로봇 활용이 추진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로봇 생산 및 활용 생태계 구축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로봇 관련 정책은 단순한 규제 문제가 아니라 향후 시장 진입과 사업비용, 정부 조달, 연구개발 지원 등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로봇산업은 자동차와 달리 시장과 규제 체계가 완성되지 않았다. 휴머노이드 로봇 안전기준과 인증, 개인정보 및 통신 보안, 작업장 안전, 노동시장 영향, 정부 조달, 군사적 활용, 해외 기업의 시장 접근 등 다양한 문제가 동시에 논의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기준이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기업의 개발비용과 시장 진입 속도, 제품 경쟁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결국 지금의 로비는 이미 만들어진 규제를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규칙이 만들어질 것인가’를 둘러싼 경쟁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대 로봇 시장 미국은 로봇을 단순한 산업용 기계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기술로서 초기 시장 구축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법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미국에서 로비 비용을 크게 늘린 배경도 여기에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이 국가 차원 로봇 전략을 구체화하는 시점에 정책 논의의 테이블에 들어가 향후 시장의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미다.

보스턴다이나믹스 행보는 이러한 전략을 더욱 분명히 한다. 이 회사는 미국 내 로봇 관련 싱크탱크와 정책 네트워크 참여를 확대하며 정부와 의회뿐 아니라 학계와 정책 연구기관까지 접점을 넓혀왔다.

올해 2월에는 미국 로봇산업 국가전략 수립을 촉구하는 민관 네트워크에도 참여했다. 해당 네트워크에는 보스턴다이나믹스 외에도 앱트로닉, 고스트로보틱스 등 미국 주요 로봇기업들이 참여했다.

한 로봇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미국 로비 확대 움직임은 미국 로봇산업 주도권 경쟁이 기업 간 기술 경쟁을 넘어 정책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초기 로봇 산업 관련 정책 발의에 목소리를 내는 등 초기 선점자로서 상용화에서 정책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로봇굴기’ 견제

현대차그룹 미국 내 로봇 선점 작업은 현지 시장에서 영향력 강화뿐만 아니라 최대 경쟁국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실제 중국 로봇 산업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2022~2024년 공개된 66종 로봇 가운데 중국 기업이 만든 모델이 40종으로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최근 중국 휴머노이드 1위 기업 유니트리는 상하이 스타마켓 상장에 성공하며 본격적인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공모 과정에서 약 90억 달러 수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글로벌 로봇 시장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미국도 중국 로봇 산업 성장에 견제구를 던지며 패권 싸움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유니트리 상장과 관련해 미국의 새로운 외국산 휴머노이드·4족 로봇 규제가 향후 판매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니트리 지난해 매출 가운데 미국 매출 비중도 13.3%에 달해 미국 시장 접근성이 향후 성장에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실제 보스턴다이나믹스가 로비 대상으로 명시한 미국안보로봇법과 휴머노이드 ROBOT법 등은 중국 등 해외 기업 로봇 기술이 미국 산업·안보 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정책적으로 관리하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로봇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기술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미국 내 정책 방향이 향후 글로벌 로봇 시장의 진입장벽과 경쟁구도를 결정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현대차그룹이 주목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중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규제가 강화될 경우 미국 내 생산 기반과 현지 네트워크를 갖춘 기업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미국에서 대규모 생산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나스닥 상장이 유력한 보스턴다이나믹스라는 미국 로봇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차별화 요소다.

중국 기업과 달리 미국 공급망·안보 기준을 충족하면서 로봇을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의미다.

로봇 업계 관계자는 “이번 로비 확대를 단순히 ‘로봇 관련 법안에 대한 의견 전달’로만 해석하기보다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로봇산업 육성 및 중국 견제 정책에 자사 사업을 접목하기 위한 선제적인 움직임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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