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회를 맞은 금융권 공동채용박람회는 작년보다 한층 진화한 모습이었다. 참가 금융기관은 역대 최대인 82개사로 늘었고, 은행에 국한됐던 채용연계 현장면접에는 증권사와 외국계 은행이 처음 가세했다.
행사의 무게중심도 단순한 채용정보 제공에서 직무 탐색과 실무 체험으로 이동했다. 인공지능(AI)은 금융산업의 변화를 설명하는 강의 소재를 넘어 자기소개서·면접·직무 탐색 등 취업 전반을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AI 도입과 경력직 선호 등으로 금융권 취업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박람회의 역할을 단순 채용 행사가 아닌 금융권 진입 기회를 넓히고 변화하는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준비시키는 취업지원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80곳→82곳 '역대 최대'···은행 넘어 증권·외국계 현장면접
금융권 최대 채용 행사인 ‘2026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지난 19일 막을 열었다.20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이번 박람회에는 은행 15곳, 보험 16곳, 증권 9곳, 카드·캐피탈 12곳, 금융공기업 20곳, 협회 6곳, 외국계 4곳 등 총 82곳이 참여했다. 80곳의 금융사가 함께했던 지난해보다 2곳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최근 참가 기관은 2023년 64곳에서 2024년 78곳, 2025년 80곳, 올해 82곳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은행은 지난해 14곳에서 올해 15곳으로 늘었으며 토스뱅크가 신규로 이름을 올렸다. 증권사는 6곳에서 9곳으로 증가했고 대신증권과 하나증권 등이 신규 참가했다. 카드·캐피탈을 포함한 여신금융사는 9곳에서 12곳, 금융공기업은 18곳에서 20곳으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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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이 프로그램이 처음으로 은행권 밖으로 나왔다. 한국투자증권과 중국공상은행 서울지점이 현장면접에 참여하면서 증권과 외국계 금융사로 범위가 확대됐다. 우수 면접자에게는 향후 공채에서 서류전형 면제 또는 가점 등 채용상 혜택이 주어진다.
조용병닫기
조용병기사 모아보기 은행연합회장 역시 이날 개회사에서 이 같은 변화를 직접 강조했다.조 회장은 “올해는 국내 은행을 중심으로 진행해 온 현장면접에 외국계 은행과 증권사가 새롭게 참여한다”며 우수 면접자에게 향후 채용과정에서 실질적인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금융권 진입의 기회로 활용해달라고 청년들에게 당부했다.
회사보다 ‘직무’···금융권 취업박람회 성격 달라졌다
올해 더 큰 변화는 박람회 프로그램의 방향에서 확인된다.지난해에도 채용상담뿐 아니라 금융 신산업 특강, 조직문화·채용트렌드 설명, 현직자 상담, 필기·면접 특강 등 다양한 취업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특히 지방 거주 청년을 위한 화상 모의면접·상담이 처음 도입됐고 핀테크·IT 등 미래 금융산업의 동향과 직무정보 제공도 강화됐다.
올해 금융위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프로그램 전반을 ‘직무 중심’으로 재편했다.
기존 컨퍼런스가 취업 노하우와 조직문화, 일반적인 금융지식 제공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채용 직무의 기본 정보와 준비 방법, 직무 관련 지식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고졸취업 특화 강의와 금융 신(新)트렌드 강좌, 기관별 조직문화·채용직무 설명 프로그램 등도 함께 마련했다.
구직자가 실제 업무를 경험하는 ‘금융 직무체험관’도 새롭게 문을 열었다.
실제 업무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금융 직무를 경험하고 자신의 적합성을 점검하도록 했으며, 직무 적합도 테스트와 관련 교육을 연결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PT 등 금융회사의 실기전형을 직접 경험하고 전문가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과정도 추가됐다.
박람회의 질문이 단순히 ‘어느 금융회사에 취업할 것인가’에서 ‘금융회사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인가’로 구체화되는 셈이다.
배경에는 금융산업의 인력 수요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조 회장은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의 혁신, 금융과 비금융의 융합”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금융인의 일하는 방식뿐 아니라 요구되는 역량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금융은 정답을 잘 찾는 사람보다 새로운 답을 만들어가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며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강조했다.
금융회사의 인재상이 직무 전문성과 문제해결 역량 중심으로 바뀌는 가운데 채용박람회 역시 회사와 채용공고를 소개하는 기능에서 지원자가 자신의 직무 적합성을 확인하고 필요한 역량을 익히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AI가 높인 취업문턱···AI로 다시 넘는다
AI는 올해 박람회의 성격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키워드다.지난해 박람회에서 디지털 전환은 주로 핀테크·IT·금융보안 등 신산업을 소개하는 콘텐츠였다. 금융권의 새로운 산업과 직무가 무엇인지 취업준비생들에게 알려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올해는 AI가 취업준비 과정 자체에 들어왔다.
AI 기반으로 금융·경제 이슈를 학습하고 모의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사·이슈 트레이너’를 비롯해 채용단계별 AI 코칭을 제공하는 ‘One-Stop AI 솔루션’, 이력서와 금융기관 채용공고 등을 분석해 적합 기관을 추천하는 ‘기업매칭 JOB BOT’ 등이 운영된다.
금융산업을 변화시키는 기술을 설명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구직자가 AI를 활용해 직무를 탐색하고 지원서를 준비하며 면접 역량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억원닫기
이억원기사 모아보기 위원장은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녹록지 않은 청년 고용시장을 지목했다.이 위원장은 “금융권의 경우에도 AI 도입 등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무와 요건은 변화하고 있고, 경력직 선호도도 심화돼 청년들이 느끼는 금융권 취업의 문턱은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AI를 고용 감소의 요인으로만 보지는 않았다.
이 위원장은 AI 도입이 보안이나 심층 대면 고객상담 등의 분야에서는 오히려 일자리를 확대하고 금융산업의 혁신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금융회사에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육성해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금융권의 AI 확산은 기존 직무와 인재 요건을 바꾸며 청년에게 새로운 진입장벽을 만들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직무와 역량 수요도 만들어낸다.
올해 박람회가 직무교육과 AI 취업지원 기능을 강화한 것도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구직자가 새로운 금융산업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방점이 찍힌 것으로 풀이된다.
행사 넘어 ‘플랫폼’으로···사전·현장·사후 연결
박람회의 운영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올해 현장 행사는 19~20일 이틀간 진행되지만 취업지원 프로그램은 이미 지난달부터 시작됐다. 금융위는 박람회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7월 6일부터 사전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현장 행사 종료 시점인 20일까지 이어간다.
현장에서는 면접·채용상담뿐 아니라 직무핏 컨퍼런스, 금융 신트렌드 강좌, 직무체험, 취업 컨설팅 등이 동시에 진행된다.
박람회가 끝난 뒤에도 연결고리는 끊기지 않는다.
금융위는 기존 박람회 홈페이지를 금융권 채용정보 플랫폼으로 전환해 청년들에게 금융권 취업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사전 직무·취업 준비→현장 면접·상담·체험→사후 채용정보 제공’으로 지원기간을 넓히면서 일회성 행사에서 상시 취업지원 플랫폼으로 성격을 바꾸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지방 거주 청년들을 위해 처음 도입한 화상 모의면접과 상담도 올해 계속된다.
이억원 "연 2회·지역 개최"···'서울 행사' 한계 넘는다
시·공간적인 접근성을 높이는 작업은 내년에 한 단계 더 확대된다.금융위는 2027년부터 공동채용박람회를 기존 연 1회에서 연 2회로 확대하고, 한 차례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행사에 지방 청년들이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행사 자체가 지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억원 위원장도 이날 현장에서 “청년들의 호응이 좋은 금융권 채용박람회를 연 2회로 확대하고 지역에서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화상 모의면접·상담이 지역 청년의 물리적인 한계를 온라인으로 보완했다면 내년부터는 금융회사와 지역 구직자가 직접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만드는 쪽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지역인재와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 대상의 채용을 확대하는 금융기관이 늘고 있다며 이러한 사례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도 당부했다.
청년에게는 기회, 금융사에는 고용책임 '환기'
올해 비은행까지 넓어진 채용연계 면접과 직무 중심 프로그램, 행사 전후를 잇는 온라인 플랫폼에 내년부터 지역 개최까지 더해지면서 박람회의 발전 방향은 보다 선명해지고 있다.참여 방식의 ‘깊이’는 채용연계와 직무체험으로 높이고, 참여 대상과 장소의 ‘넓이’는 업권과 지역으로 확대하며, 사전·현장·사후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성’을 높이는 구조다.
박람회 확대는 구직자 지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와 국회, 금융권 대표가 매년 한자리에 모여 금융회사에 청년 채용과 인재육성을 공개적으로 요청한다는 점에서 금융권의 고용 역할을 지속적으로 환기하는 기능도 갖는다.
이 위원장은 이날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을 언급하며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인턴과 직무체험을 통해 청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지원해달라고 금융회사들에 요청했다.
유동수 국회 정무위원장도 현재 청년들이 직면한 어려운 고용환경과 AI 등 산업 변화에 따른 경쟁 심화를 언급하면서 참여 금융기관에 청년들의 가능성을 믿고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달라고 당부했다.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직무와 교육기회 확대도 주문했다.
금융위는 앞으로 공동채용박람회가 “단순한 정보 제공에서 그치지 않고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박람회”가 되도록 금융권과 프로그램을 확대·신설할 방침이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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