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를 확보하는 경로도 다양해졌다. 향후 PB·RM으로 성장할 후보를 신입 단계에서 선발해 장기간 육성하는가 하면 회계·AI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는 자격·경력을 갖춘 인력을 별도로 선발한다. 지역 기반 사업에서는 현장에 배치할 인재를 별도로 확보한다. 채용 규모를 넘어 사업 방향과 필요한 직무를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은행별 인재 전략의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
채용박람회도 '직무 핏' 강조
오는 19~2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금융권 공동채용박람회에는 역대 최대인 금융기관 82개사가 참여한다. 은행은 15곳으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12곳이 현장면접을 진행한다.현장면접 우수자는 향후 해당 은행 공채 지원 시 서류전형을 한 차례 면제받는다. 단순 채용상담을 넘어 박람회 현장면접이 실제 공채와 연결되는 접점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올해는 금융사별 채용정보·조직문화 등을 담은 '금융권 직무백서 5.0'과 은행권 '직무-핏 콘퍼런스' 등 직무 이해와 적합성 점검을 돕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이처럼 직무별 적합성을 강조하는 기조는 실제 은행들의 선발 방식에서도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KB·신한, 성장사업 전문성 확보
KB국민은행은 WM과 기업금융 인재를 신입 단계부터 확보한다. KB금융은 최근 중장기 경영전략의 핵심 어젠다로 WM·연금 사업모델 재설계, 중소법인 경쟁력 확보, CIB 협업 강화 등을 제시했다. 머니무브에 대응해 WM·자산운용 경쟁력을 높이고 생산적금융을 계기로 CIB와 중소기업 비즈니스 역할을 넓히겠다는 방향이다.국민은행의 채용 방향도 이 같은 사업축과 맞닿아 있다. 올해 상반기 110명 규모의 신입행원을 5개 부문으로 나눠 선발하면서 기업고객금융·고객자산관리 UB(Universal Banker)를 향후 자산관리전문가(PB)와 기업금융전문가(RM)로 성장할 후보군으로 뽑았다. 신입행원에게는 직무기본교육과 영업점 OJT 등을 포함한 14주간 연수를 제공한다.
기업고객금융·고객자산관리 UB는 성장 가능성을 갖춘 신입을 선발해 내부에서 전문성을 축적하는 데 무게를 둔다.
신한은행은 전문성을 이미 갖춘 인재의 조기 활용에 무게를 뒀다. 하반기 경영전략으로 고객기반 확대와 고객관계 심화를 뜻하는 'Wide & Deep'을 제시하고, 고객 이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량과 은행 본업의 AX를 강화하고 있다.
전문 금융영역에서는 별도 선발을 활용한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약 150명을 선발하면서 개인·기업금융 일반직 공개채용 외에 공인회계사 2차 합격자 약 30명을 특별채용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특별채용은 미래 핵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우수 인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회계 전문지식과 금융 전문성을 함께 갖춘 인재로 육성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합격자는 실무수습 등록이 가능한 직무에 배치해 전문성을 현장에 연결하도록 한다.
국민은행이 PB·RM으로 성장할 신입 후보군을 먼저 확보한다면, 신한은행은 이미 갖춰진 회계 전문성을 IB·M&A·산업심사에 활용한다. 성장 분야의 전문성을 내부에서 쌓을지, 선발 단계에서 확보할지에 따라 인력 전략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하나·기업, AX·전문채용 확대
하나은행은 현업에서 필요한 전문성을 세부 직무별 경력직으로 확보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AI를 금융 경쟁력과 미래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보고 그룹 차원의 AX를 추진 중이다.기업여신 심사와 자산관리, 리스크관리 등 실제 금융업무에서도 AI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총 180명 규모의 채용을 공고했고 지난해 처음 시작한 경력직 정규직 채용을 하반기에도 이어간다. 실제 모집 직무에는 생성형AI·AI모델링·데이터분석과 AI 퀀트·알고리즘 트레이딩 모델, 신용RWA 측정·분석, 국내외 여신관리 등이 포함됐다. AI 관련 인력을 별도로 확보하는 동시에 리스크·여신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현업 수요에도 경력직 채용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직무별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경력직 채용을 병행해 현업의 인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직무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입행원은 영업점에서 업무 전반을 경험한 뒤 CDP(Career Development Program)를 통해 희망 분야의 교육과 직무 경험을 쌓는다. 현업에서 요구되는 전문성은 경력직으로 보완하고 장기적인 전문인력 풀(Pool)은 내부 경력개발을 통해 만드는 전략이다.
IBK기업은행은 사업전략 변화가 채용 분야에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됐다. 하반기 조직개편에서 생산적·포용금융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기존 디지털그룹을 AX전략그룹으로 재편했다. 생산적금융 확대와 전행 AX 전환을 본격화하기 위해 조직의 실행체계를 먼저 손질했다.
인력 확보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상반기 신입행원 160명을 채용했고 'AI네이티브뱅크' 전환을 위해 디지털·IT 채용 규모를 확대했다. 생산적금융·AX 등 중점 사업 분야 전문가는 정규직 수시채용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획일화된 인재상을 추구하기보다 자신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입행 이후에는 여신심사·PB·외환·디지털 등의 '예비전문요원'과 디지털·글로벌·IB 분야 학술연수 인력풀을 운영한다.
하나은행이 세부 현업 수요에 필요한 전문성을 경력직으로 보강한다면, 기업은행은 신규 채용과 기존 직원 육성을 함께 활용한다. 특히 AX·생산적금융 등 중점 사업에서는 채용과 조직개편, 내부 육성이 함께 진행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리·농협, 현장·본부 맞춤 선발
우리은행은 지역인재 선발을 실제 지역 영업점 배치와 연결하고 있다. 우리금융도 최근 전북혁신도시에 '전북 우리WON금융타운'을 열고 지역 금융거점을 확대했다. 우리은행은 이곳에 기업금융 특화채널인 'NPS전북BIZ프라임센터'를 신설해 2030년까지 전북지역에 약 1조6000억원의 기업금융을 공급할 계획이다.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지역인재·보훈·하계 체험형 인턴 등 3개 부문에서 100여명 규모의 채용 절차를 진행하면서 지역인재 채용을 강화했다. 지원 지역에서 1차 면접을 진행하는 '찾아가는 지역면접'을 운영하고 6개 지역거점대학에서 채용설명회도 열었다. 입행한 지역인재는 해당 지역 영업점을 중심으로 배치하고 희망 직무와 성장 방향을 고려해 단계별 경력개발을 지원한다.
지역 고객과 기업에 대한 현장 이해를 인재 선발부터 배치까지 같은 권역에서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리금융이 지역 금융거점을 넓히는 가운데 우리은행도 지역에서 선발한 인재를 해당 영업망에 배치하며 현장 접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AI 전환에 필요한 전문인력과 지역 영업을 담당할 일반 인력을 구분해 확보한다. 농협은행은 지난 6월 'NH 에이전틱 AI 뱅크' 전환을 선언하고 하반기 AI 에이전트 플랫폼 'NHAIS' 출시를 예고했다. 2030년에는 모든 은행 업무를 AI로 구현하는 'AI 풀뱅킹'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AI 데이터센터에도 13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AI 활용은 실제 은행 업무로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차세대 컨택센터에 AI콜봇과 생성형 AI 상담지원 시스템을 적용해 상담직원에게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상담내용 요약과 맞춤형 답변 추천 등을 지원하도록 했다.
이 같은 전환에 맞춰 하반기에는 금융 일반 인력과 구분해 'AI Bank' 전환을 위한 AI 전문가를 선발할 계획이다. 보안 전문가와 회계사 등도 전문분야 채용 대상에 포함된다. 전문인력은 중앙본부 유관부서에, 금융 일반 인력은 전국 영업점을 중심으로 배치한다. 마케팅 역량을 갖춘 지역인재 선발도 이어간다.
우리은행이 지역 영업 접점 확대에 초점을 둔다면 농협은행은 AI 전환과 고객정보 보호 등 본부 전문기능을 보강하면서 지역 밀착 채용을 병행한다. 두 은행 모두 현장 기반을 중시하지만 채용의 무게중심은 각각 지역 영업과 전문역량 강화로 갈린다.
올해 주요 은행의 채용은 단순한 인원 경쟁을 넘어 사업전략에 필요한 역량을 어떤 경로로 확보할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WM·기업금융·IB 등에서는 장기간 육성할 후보군이나 자격·경력을 갖춘 인력을 활용하고, AX·생산적금융 등 중점 사업에서는 경력직 선발과 수시채용도 활용한다. 정기 공채라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사업전략에 따라 선발 대상과 방식을 달리하고, 채용 이후 배치·육성까지 연결하는 방향으로 인재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
지다혜 한국금융신문 기자 dahyej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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