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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용자 10명 중 6명 "대출 거절"

장종회 기자

jhch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7-28 11:06

불법사금융 이동액 1년 새 두 배로
서민금융硏 “K-대출자숙제 도입해야”

[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경기 침체가 서민 지갑을 옥죄고 있다. 정부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강화까지 겹치면서 제도권 금융의 문턱은 갈수록 높아졌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저신용자에게 돌아갔다.

서민금융연구원은 28일 발간한 ‘저신용자(대부업·불법사금융 이용자) 대상 설문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상황을 수치로 제시하고 ‘한국형 대출 자율통제제도(K-대출자숙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지난 2018년부터 매년 저신용자(6~10구간)와 대부업·불법사금융 이용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왔다. 이번에는 지난 5월 11~27일 온라인 무기명 방식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최근 3년 내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저신용자 977명이 답했다. NICE평가정보, 코리아크레딧뷰로(KCB), SCI평가정보, 더불어사는사람들이 조사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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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거절, 그 다음이 문제

설문조사 결과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업체 대출 신청 거절 경험률이 59.4%에 달했다. 저신용자 열 명 가운데 여섯 명이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다. 대출을 거절당한 차주의 50.7%는 결국 대체 자금을 구하지 못해 삶이 무너졌다.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응답자의 45.6%가 "우울증이 심해지는 등 삶의 의욕을 잃었다"고 답했다. 20대 청년층에서는 41.7%가 "부정한 방법이라도 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경제적 배제가 범죄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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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을 거절당한 뒤 자금을 구한 경로는 지인 도움(34.0%)이 가장 많았다. 타 금융사 차입(23.1%), 자산 처분(14.6%), 정책서민금융(12.0%), 채무조정제도(11.2%)가 뒤를 이었다. 결국 절반 가까운 이들이 제도 밖에서 답을 찾고 있는 셈이다.

모르고 빌린 불법사금융 절반 육박

풍선효과는 시장구조를 흔들었다. 제1금융권 대출이 축소되자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차주가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로 밀려났다. 그 자리를 지키던 기존 대부업 이용자, 특히 극저신용자는 다시 불법사금융으로 떠밀려 나갔다.

불법사금융 이용자 중 "빌릴 당시 불법인 줄 몰랐다"는 응답이 49.1%였다. 2023년 22.3%와 비교하면 두 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알고도 빌렸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77.7%에서 50.9%로 떨어졌다. 비자발적 피해가 그만큼 커진 것이다.

설문응답자의 55.8%는 상호만으로는 등록 대부업체와 불법 사금융업자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여성(68.8%), 주부(100.0%), 아르바이트생(66.7%) 등 금융취약계층에서 비자발적 이용 비율이 특히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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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양상은 달라지고 있다. '과도한 이자' 피해는 2023년 54.3%였던 게 2025년 35.1%로 줄었다. 대신 '시도 때도 없는 불법 채권추심' 피해가 17.5%에 달했고, '제3자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는' 피해가 14.0%로 늘었다.

불법사금융으로 가정도 흔들렸다. 불법사금융 이용자 3명 중 2명(66.7%)이 가족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겪었다고 답했다. 가족 간 불신 증가가 66.7%로 가장 많았다. 부부 다툼(15.6%), 이혼(8.9%)도 확인됐다.

불법사금융 이동 1년 새 2배

서민금융연구원이 추정한 불법사금융으로 넘어간 규모도 폭증했다. 2025년 대부업 이용 저신용자 중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한 인원은 5.9만~11.9만 명으로 추산됐다. 전년(2.9만~6.1만 명)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액수도 가파르게 뛰었다. 지난해에 7600억 원에서 최대 1조 5500억 원에 달한다는 추정이다. 2024년(3800억~7900억 원)과 비교하면 역시 두 배 가량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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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금융 이동이 급증한 것은 대출 승인율 하락 때문이다. 하위 50% 극저신용자의 대부업체 대출승인율은 2024년 9.6%에서 2025년 9.1%로 낮아졌다. 불법사금융 이동률은 5.2%에서 7.5%로 뛰었다. 제도권이 한계 차주를 받아줄 여력을 소진한 게 큰 영향을 미친 셈이다.

"K-대출자숙제도 도입 필요”

서민금융연구원은 금융취약계층 맞춤형 지원, 대출 거절 이후 사후 금융안전망 구축, 불법사금융 식별체계 강화, 채무자 보호제도 접근성 제고 등 4가지 정책도입을 제안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국형 대출 자율통제제도(K-대출자숙제도)' 도입주장이다. 이것은 일본의 대출자숙제도를 벤치마킹한 방안이다. 일본은 소비자가 신청하면 지정신용정보기관을 통해 전 금융권 신규 대출을 차단한다. 충동적 해제를 막기 위해 3개월 철회 제한(쿨링오프)과 생활재건 카운슬링도 연계한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사후 구제를 넘어, 충동적 대출이나 과도한 채무로 인한 파탄을 막기 위해 소비자가 스스로 대출 차단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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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금융연구원은 현행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에 이 개념을 접목하자고 제시했다. 소비자가 1개월·3개월·6개월 등 최소 유지 기간을 스스로 정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서비스를 해제할 때는 가족에게 통보하고, 상담·복지 서비스와 연계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이번 조사는 단순한 설문·통계 이상의 무게를 지니고 있다. 대부업은 제도권 금융의 빈틈을 메우는 마지막 저지선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그 저지선이 저신용자를 받아주지 못하는 상황이 드러난 것이다.

풍선효과는 막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어딘가로 옮겨갈 뿐이다. 그 종착지가 불법사금융이 된다면 규제 강화가 서민을 보호하려던 취지와 반대효과를 내게 되는 만큼 정책 방향을 다시 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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