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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CEO의 변신은 무죄…‘운영형’에서 ‘자본 설계자’로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6-08 16:29

“실적 관리하던 CEO는 끝났다…이제는 자본을 설계하는 자리”

증권사 CEO의 변신은 무죄…‘운영형’에서 ‘자본 설계자’로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증권사 CEO의 정체가 바뀌고 있다. 실적을 관리하던 운영자에서, 사업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자본 설계자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실적과 기업금융(IB) 성과를 관리하던 ‘운영형 경영자’에서 벗어나, 사업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자본 구조를 설계하는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종합투자계좌(IMA) 도입을 전제로 한 제도 개편은 이러한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자기자본 규모가 사업 인가 여부를 좌우하는 구조가 고착되면서, 증권업 경쟁의 축은 ‘실적 중심 경영’에서 ‘자본 중심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사업 확장 차원을 넘어 증권업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성과 관리형 CEO의 종료

IMA 도입 이전까지 증권사 CEO의 핵심 과제는 비교적 명확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관리, 기업금융(IB) 딜 성과, 판관비 절감 등 전통적인 수익성 지표 중심의 경영이었다. 대형 IPO, 인수합병(M&A), 구조화 금융 딜 성과가 CEO 역량을 가르는 기준이었다.

이 구조에서 자본은 전략의 출발점이 아니라 결과에 가까웠다. 사업 확장 이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사후적 요소였고, 자본 확충 역시 경영의 핵심 의사결정보다는 보조적 수단에 머물렀다.

IMA 이후, 경쟁 기준은 ‘수익’에서 ‘자본’으로

상황은 IMA 도입 이후 달라지고 있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초대형 투자은행만 IMA 인가 대상이 되면서 증권업 경쟁 기준이 수익성에서 자본력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자본이 부족하면 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이에 따라 CEO의 역할도 구조적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단순 실적 관리자가 아니라 자본을 기획하고 조달 전략을 설계하는 역할이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상증자 시점 결정, 전환사채(CB) 발행, 그룹 차원의 자금 지원 구조, 외부 투자 유치 전략 등이 모두 CEO 의사결정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자본 확충 자체가 사업 진입의 전제 조건이 되면서 자본 전략은 더 이상 재무 부서의 영역이 아니라 경영 최상위 의제로 올라섰다.

“인가 경쟁이 곧 사업 경쟁”

IMA와 발행어음 사업은 단순 금융상품이 아니라 인가 기반 구조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면 발행어음 사업, 8조원 이상이면 IMA 사업 진입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CEO의 핵심 과제는 수익 창출 자체가 아니라 ‘인가 요건 충족 여부’로 이동하고 있다. 사업 성과를 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사업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자본 구조를 선제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CEO는 사업 운영자가 아니라 ‘인가 가능성을 설계하는 책임자’로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

그룹 자본 전략의 중심으로 이동

특히 대형 증권사일수록 변화는 더 뚜렷하다. 증권사가 독립된 사업 단위를 넘어 금융그룹 내 자본 순환의 핵심 축으로 기능하면서다.

계열사 간 유동성 배분, 내부 자금 순환 구조, 투자 여력 조정 등 그룹 차원의 자본 전략이 증권사 CEO 의사결정 영역으로 편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CEO는 개별 회사 경영자를 넘어 그룹 금융 전략의 실행자로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FO·전략기획·IB 기능이 결합된 복합형 CEO

업계에서는 IMA 이후 증권사 CEO를 단일 직무 모델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CFO의 자본 조달 기능, 전략기획의 중장기 로드맵, IB 실행 기능이 결합된 복합적 역할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영업 중심 경영자가 아니라 자본 구조 설계, 사업 인가 대응, 투자 전략을 동시에 관리하는 ‘복합형 CEO’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익 경쟁에서 자본 경쟁으로”

증권업 경쟁력의 기준은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딜 성사 능력보다 자본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동원하고 구조화할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는 좋은 딜을 따내는 능력보다, 그 딜을 감당할 수 있는 자본을 먼저 만드는 능력이 중요해졌다”며 “CEO는 사실상 금융지주 수준의 자본 전략을 책임지는 자리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IMA 도입 이후 증권사 CEO는 실적 관리자를 넘어 자본을 설계하고 인가를 확보하는 전략형 경영자로 재정의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직무 변화가 아니라, 증권업 경쟁 축이 수익 중심에서 자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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