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권사들이 잇따라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증권업계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여의도 증권가 정경. 사진=한국금융DB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NH투자증권을 비롯해 KB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이 잇따라 수천억~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증권사들은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와 투자 여력 확대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IMA와 발행어음 사업권 확보가 핵심 배경으로 보고 있다.
현재 IMA 사업자로 지정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소수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IMA 사업 진출의 최소 기준인 자기자본 8조원을 두고 '8조원의 벽'이라고 부른다. 다만 NH투자증권은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이 10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은 이미 3호 IMA 사업자 이기도 하다.
최근 증시 거래대금 증가와 기업금융 시장 회복으로 대형 증권사들의 투자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IMA 제도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자본 확충 경쟁도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증자 경쟁을 사실상 IMA와 발행어음 사업권 확보를 위한 선제 대응으로 해석한다.
금융당국은 모험자본 공급 확대와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해 IMA 제도 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IMA는 초대형 IB가 고객 자금을 통합 운용해 기업금융과 투자자산에 투자하는 사업으로, 은행 예금과 유사한 방식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증권사의 수익 기반 확대 수단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IMA 진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잇따라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면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신청이 가능하고,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초대형 IB 가운데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IMA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 특히 IMA 사업자는 발행어음과 IMA를 합쳐 자기자본의 최대 3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기업금융과 투자 사업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NH투자증권은 최근 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자기자본이 10조원에 근접하게 됐다. KB증권 역시 7000억원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7조6000억원대로 끌어올리며 '8조원의 벽' 돌파를 가시권에 뒀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1조원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2조2000억원을 확보했다. 내년 추가 증자 검토를 통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진입에 도전할 계획이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주주 지원 여력이 제한적이고 자본시장 조달 비용도 상대적으로 높아 대규모 증자에 나서기 쉽지 않다. 발행어음과 IMA 등 핵심 사업 진출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자본력에 따라 사업 기회가 구조적으로 갈리면서 증권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이 발행어음과 IMA를 통해 저비용 자금을 대규모로 조달하면 기업대출과 부동산금융, 대체투자, 인수금융 등 고수익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반면 일반 증권사는 브로커리지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신규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여력도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증시 활성화와 기업 자금조달 수요 증가로 IB 시장이 확대되면서 자본 규모에 따른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리테일 영업력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얼마나 많은 자본을 확보하고 있느냐가 사업 확장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며 "IMA와 발행어음 사업을 할 수 있는 대형사와 그렇지 못한 증권사 간 격차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증권업계는 '수익 경쟁'을 넘어 '자본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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