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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시대의 역설…공모펀드, ETF로 재탄생하나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6-02 12:36

美선 1700억달러 규모 전환 성공…국내도 '공모펀드 ETF 전환' 논의 부상
완전 액티브 ETF 허용·세제 정비가 관건…운용업계 새 성장모델 될까

ETF 시대의 역설…공모펀드, ETF로 재탄생하나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전통 공모펀드 시장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ETF가 투자시장의 주류 상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공모펀드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최근 업계에선 공모펀드의 위기를 오히려 ETF를 통해 돌파하자는 새로운 해법이 제기되고 있다. 공모펀드를 ETF 형태로 전환해 상장하는 이른바 'ETF 전환 상장'이 그것이다.

미국에선 이미 대형 운용사들이 활용하고 있는 모델이다. 국내에서도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경우 공모펀드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이 완전 액티브 ETF 도입과 ETF 규제 개선 방안을 검토하면서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공모펀드의 ETF 전환 상장 논의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서유석닫기서유석기사 모아보기 전 금융투자협회장 역시 공모펀드 경쟁력 회복 방안으로 ETF 전환 상장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ETF 시대…공모펀드는 왜 밀렸나

ETF는 지난 10여 년 동안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판도를 바꿨다. 투자자는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고, 운용보수는 일반 공모펀드보다 낮으며 투자 종목도 매일 공개된다. 반면 전통 공모펀드는 기준가격이 하루 뒤에 확정되고 판매보수 부담도 상대적으로 크다.

투자자 입장에서 ETF를 선택할 이유는 많아졌다. 하지만 공모펀드를 선택할 이유는 점점 줄어든 셈이다. 실제 국내 ETF 시장은 사상 최대 규모로 성장한 반면 주식형 공모펀드 시장은 장기간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공모펀드가 자산관리 시장의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ETF가 사실상 표준 상품이 됐다"며 "투자자들의 투자 습관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TF 시장도 이미 포화…후발 운용사는 진입장벽

아이러니하게도 ETF의 성공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현재 ETF 시장은 소수 대형 운용사가 대부분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국내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전체 ETF 순자산의 약 70%를 차지하는 구조로, 후발 운용사가 신규 ETF만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이에 따라 신규 ETF 상당수는 상장 이후에도 규모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새 ETF를 출시하더라도 충분한 유동성과 투자자 기반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평가한다. ETF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단순히 신규 ETF를 계속 상장하는 전략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공모펀드는 침체되고 ETF 시장은 과점화되는 이중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해법은 '새 ETF'가 아닌 '전환 ETF'

최근 업계 일각에선 공모펀드를 ETF로 전환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핵심은 새로운 ETF를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공모펀드의 운용 전략과 포트폴리오, 운용인력, 운용실적을 그대로 유지한 채 거래 구조만 ETF로 바꾸는 것이다. 즉 펀드의 내용물은 그대로 두고 거래 방식만 바꾸는 셈이다.

이 경우 기존 공모펀드가 쌓아온 장기 운용 실적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운용사 입장에선 새 브랜드를 만들 필요가 없고, 투자자 역시 검증된 상품을 ETF 형태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은 이미 실험을 끝냈다

미국에서는 이미 해당 모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 투자회사협회(ICI)와 ETF 전문조사업체 ETFGI 등의 집계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약 190개 뮤추얼펀드가 ETF로 전환됐으며 전환 자산 규모는 170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는 국내 전체 공모펀드 시장 규모와 비교해도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ETF 전환이 이미 하나의 산업 트렌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DFA와 JPMorgan 등 미국 대형 운용사들은 기존 액티브 펀드의 운용 철학과 포트폴리오를 유지한 채 ETF로 전환해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DFA는 ETF 전환 이후 자금 유입이 확대되며 액티브 ETF 시장의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힌다. Capital Group과 Fidelity 등 대형 운용사들도 액티브 ETF 확대에 나서면서 ETF가 단순 지수 추종 상품을 넘어 액티브 운용 전략을 담는 핵심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ETF 전환을 단순한 상품 변경이 아니라 자산운용산업 구조 개편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

공모펀드에 두 번째 기회 될까

국내에서도 제도 정비가 이뤄질 경우 공모펀드 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수년간 운용성과를 쌓아온 공모펀드들이 ETF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되면 현재의 ETF 과점 구조에도 일정 부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장점이 있다. 현재 공모펀드에는 판매보수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지만 ETF는 거래소를 통해 직접 거래가 이뤄진다. 이에 따라 총보수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장기 투자 시 비용 절감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현재 ETF 시장이 지수형 상품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 만큼 다양한 액티브 운용 전략이 ETF 시장에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진다. 미국에서 이미 1700억달러 규모 자산이 ETF 전환을 통해 이동한 만큼 국내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결국 관건은 법과 세제

특히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완전 액티브 ETF 제도가 도입될 경우 기존 공모 액티브펀드의 ETF 전환 논의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현실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우선 현행 자본시장법 체계에서는 ETF가 사실상 지수 기반 상품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모 액티브펀드를 자유롭게 ETF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세제 문제도 핵심 변수다. 현재 제도에서는 공모펀드를 ETF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과세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처럼 전환 과정에서 세금을 유예하거나 비과세 특례를 인정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세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기존 투자자들의 전환 참여 유인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기에 수익자총회 절차와 거래소 상장 규정, 기존 운용실적 승계 여부 등도 함께 정비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공모펀드 vs ETF' 아닌 '공모펀드의 ETF화'

시장에서는 이번 논의의 핵심이 공모펀드와 ETF의 경쟁이 아니라 공모펀드의 진화에 있다고 본다.

ETF가 투자시장의 표준 상품으로 자리 잡은 현실을 인정하고, 공모펀드에 ETF의 장점을 접목해 경쟁력을 되살리자는 접근이다.

업계 관계자는 "ETF 시대에 공모펀드가 살아남으려면 ETF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ETF가 돼야 한다"며 "공모펀드 ETF 전환은 침체된 공모펀드 시장의 유력한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TF가 공모펀드를 밀어낸 시대를 지나, 이제는 공모펀드가 ETF라는 옷을 입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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