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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정용진의 자업자득이지만…

최용성 기자

cys@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6-01 00:00

국가권력 피해자들 깊이 생각 못한 기업의 ‘무지’
‘스벅 탱크데이’ 불러…또 다른 권력남용도 안돼

▲ 최용성 산업총괄국장

▲ 최용성 산업총괄국장

[한국금융신문 최용성 기자] 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등 한국 현대사 비극을 ‘개념 없이’ 마케팅에 동원한 기업의 무지한 역사 인식과 감수성이 문제로 지적된다.

하지만 대중의 분노가 이처럼 폭발적이고 전방위적으로 번진 배경에는 단지 마케팅 부서의 실무 착오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본질적 고리’가 있다.

바로 정용진닫기정용진기사 모아보기 신세계그룹 회장이다. 전부는 아닐지라도, 이번 사태 휘발성을 키운 책임의 상당 지분이 그에게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는 정 회장 본인도 인정한 바다.

단서는 화려했던 그의 인플루언서 시절에서 찾을 수 있다. 정 회장은 한때 80만 명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재계 독보적 인플루언서였다.

지난 2024년 그룹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들을 대거 삭제했고, 이제는 그 활동마저 뜸 하긴 하지만 과거 그가 올렸던 재기발랄한 콘텐츠에 대한 기억은 아직 생생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SNS를 통해 대중과 솔직하게 소통하며 ‘서민적 재계 총수’로까지 불렸다. 한때 그가 올린 라면과 스낵 과자에 대중들이 환호했고, 해당 제품은 불티나게 팔렸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는 ‘과유불급(過猶不及)’ 한계를 넘어서진 못했다. 아직 국내에 자리 잡지 못한 기업인들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는 SNS에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다. 수차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게시물을 올렸고, 이 과정에서 특정 정치 진영뿐 아니라 대중의 반발을 샀다.

기업인이 자기 소신 밝히는 것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실제 전 세계 많은 기업가가 자신의 정치적·사회적 견해를 밝히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역시 논란이 없진 않지만 일론 머스크, 조지 소로스, 혹은 스타벅스 창업자인 하워드 슐츠 같은 이들이 그렇다.

문제가 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영역이 아니라 그가 올린 게시물 내용과 방식에 있다. 그의 SNS에 올려진 게시물에는 특정 피해자 집단이 불쾌해하거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한 표현이 사용됐다.

예전에 그가 SNS에 올린 ‘멸공’이나 ‘가재 사진’ 등과 같은 게시물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단순한 유머나 소신 표명으로 넘기기엔 그 파장이 너무 컸다. 피해자를 향한 자극과 조롱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했다.

그룹 회장에 오른 후 그는 이른바 ‘SNS 절필’을 선언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후에도 극우 기독교 행사 후원 등과 같은 오해 낳을 만한 행보를 이어갔다.

결국, 이번 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은 과거 그가 남긴 정치적 부채가 기업 실책과 맞물려 시장에서 청구된 결과라고 봐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시장은 냉혹하게 반응한다. 논란의 오너 경영인이 대표로 있는 기업 제품과 서비스는 더 이상 ‘중립적’으로 소비되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특정 진영 브랜드로 인식되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스타벅스가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스타벅스는 이미 그 최악의 지점에 임박해 있을지 모른다. 정용진 회장이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비판과 문제 제기를 온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이유다. ‘공인의 발언에는 반드시 유무형의 비용이 따른다’는 냉정한 비즈니스 원칙을 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난달 26일 공개 사과 자리는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그 기회를 흘려보냈다. 그는 4분여 사과문을 읽고 3번 고개를 숙인 후 질의응답 없이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해명은 실무 임원들 몫이었다. 이런 태도는 세간 우려를 불식시키기는커녕 되레 분노를 키울 뿐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스타벅스 불매운동이 더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부도덕한 기업과 오너 태도에 대해 시민들이 집단적으로 구매를 거부하는 행위는 소비자가 가진 가장 강력한 권리이자, ‘소비자 주권’의 정당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스타벅스 사태에 직접 개입하는 모습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스타벅스를 직접 겨냥해 사용한 격한 표현이나 행정안전부 장관이 스타벅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은 염려스럽다.

일반 시민 불매운동과 대통령, 장관 발언은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는 국가권력을 동원해 특정 민간 기업을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비친다.

기업의 부적절한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나, 이를 시장이 아니라 국가권력으로 강제하려 든다면 그것은 또 다른 권력 남용일 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신랄하게 비판하는 국가권력 남용이 군사 쿠데타, 민주화 운동 탄압 등과 같은 거악의 폭력 범죄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용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cys@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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