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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리스크가 뭐죠?’ 삼성물산, 재무 건전성 비결은…

조범형 기자

chobh06@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1-21 16:25

삼성물산 본사 전경./사진제공=삼성물산

삼성물산 본사 전경./사진제공=삼성물산

[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2025년 국내 건설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 PF 부실 등으로 심각한 자금 경색을 겪었다. 대형 건설사들조차 유동성 확보를 위해 유휴자산 매각, 인력 구조조정 등 비상대책을 가동했다.

하지만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은 이런 흐름과 다른 궤적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은 유동성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유일한 건설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건설 경기 침체 국면에서도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며 오히려 위기를 사업 확장의 기회로 전환하고 있다.

◇ 부채비율 53%, 업계 평균의 3분의 1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2025년 3분기 연결 부채비율은 약 54%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주요 건설사의 평균 부채비율이 170~200%에 달하는 상황에서 삼성물산의 수치는 현저히 낮은 편이다. 건설업 특성상 PF 등 타인자본 의존도가 높아 부채비율 100~150% 내외가 일반적인 기준으로 여겨지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물산의 낮은 부채비율은 업계 내 이례적인 재무 안정성을 나타낸다.

현금성 자산 규모는 더 두드러진다. 2025년 3분기 말 기준 삼성물산의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은 11조3250억원으로, 이 중 건설부문이 약 3.8조원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유동성의 3분의 1 이상이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에서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현금성 자산이 많아 금리 인상기에 오히려 이자수익이 증가하는 구조”라며 “이는 단순히 유동성이 많은 수준이 아니라, 금융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체질적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 하이테크 중심 사업 구조가 차별화 요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강력한 현금 동원력의 핵심은 ‘삼성전자 하이테크’와 ‘글로벌 선별 수주’라는 투트랙 전략에 있다.

하이테크 공사는 기술 난도가 높지만 안정된 수익이 보장된다. 삼성전자라는 확실한 발주처를 두고 있어 공사비 미지급 우려가 거의 없고 공사 대금 회전율이 빠르다. 일반 주택 사업이 분양 경기나 수분양자의 중도금 납입 여부에 따라 자금줄이 묶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안정성을 제공한다.

또한 삼성물산은 중동과 오세아니아 중심으로 대형 에너지·인프라 프로젝트에 집중하며 '선별 수주'를 강화하고 있다. 작년 해외 수주 69억6676만 달러로 국내 1위를 달성한 이 전략은 전년 해외 수주 대비 42% 증가한 수주 계약액이 이를 뒷받침한다.

◇ PF 리스크 회피, 보수적 재무정책의 결과

PF 부실은 지난해를 이어 올해도 한국 건설업계를 뒤흔든 핵심 리스크다. 다수 건설사가 우발채무와 미분양 부담을 안고 있지만, 삼성물산은 일찌감치 관련 노출도를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삼성물산은 지방 중소형 사업장이나 과도한 브릿지론이 투입된 현장을 초기 단계에서 배제해왔다. 다른 상위 건설사와 시행사가 곳곳에서 자사 브랜드를 내세워 분양에 나섰지만 최근 '래미안'이 등장하는 단지는 몇 개 찾을 수 없었다. 이는 수익성과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선별 수주 정책이 유지된 결과다.

◇ 11조 현금, 더욱 공격적인 신사업 사냥할 수 있는 실탄

삼성물산이 단순히 위기를 버티기 위해 현금을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조만간 공격적인 신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는 최근 신년 메시지를 통해 'AI·에너지 인프라 중심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신사업 성과 창출'을 2026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삼성물산은 그린수소·SMR·스마트시티 등 미래사업을 확대하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오픈이노베이션과 R&D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는 정부의 친환경 정책 기조와 맞물려 중장기 성장 기반으로 평가된다.

◇ 재무 건전성, 건설업 새 경쟁 기준

삼성물산의 사례는 국내 건설업계에서 재무 건전성이 기업 생존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과거 수주 잔고와 매출 외형 중심의 경쟁 구도는 PF 부실과 금리 인상으로 한계에 부딪혔으며, 2025년 10대 건설사 평균 부채비율이 189% 수준으로 치솟은 상황에서 재무 격차가 더욱 두드러졌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재무 전략은 국내 건설업이 규모 경쟁에서 재무 건전성 중심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맞이했다고 보고 있다. PF 리스크와 자금 경색이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물산이 구축한 풍부한 현금 보유고와 선별 수주 체계는 경기 회복기에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는 핵심 경쟁력이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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