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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 핀테크가 여는 디지털 머니 혁신

편집국

기사입력 : 2025-10-20 05:00 최종수정 : 2025-10-20 08:57

핀테크 주도의 혁신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대의 해법
디지털 머니 시대, 금융주권의 시험대 선 한국

▲ 이근주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 한패스 대표·공학박사

▲ 이근주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 한패스 대표·공학박사

대한민국 금융은 지금 대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AI, 블록체인, 자산 토큰화, 디지털 머니가 결합하며 금융의 구조가 다시 짜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통화 인프라 자체가 새롭게 설계되는 과정이며, 그 중심에는 ‘스테이블코인’이 있다.

은행 계좌 기반 결제 시스템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영업시간 제약, 정산 마감, 중계은행 개입 등으로 결제는 지연되고 비용이 누적된다. 24시간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디지털 경제 시대에 이러한 구조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금융은 이제 ‘실시간 정산’을 전제로 재편돼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차세대 인프라다. 안정적 가치 위에서 즉시 전송과 정산이 가능해 계좌 중심의 은행 시스템이 지닌 병목을 근본적으로 해소한다. 전 세계 금융은 이미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025년 10월 기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3,13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대부분 달러 기반이다. JP모건은 스테이블코인 확산으로 향후 3년간 1조4천억 달러의 추가 달러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 이는 단순한 자산 증가가 아니라 통화 패권이 디지털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상황도 같다. 국내 주요 거래소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보유액은 1년 새 2.2배 늘어 3억6,500만 달러에 달했고, 올 1~8월 사이 유입·유출 규모는 각각 63조 원을 넘었다. 이는 유동성이 점차 외화 기반 디지털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흐름이 계속된다면 결제·투자·토큰화의 기준 통화는 원화가 아닌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될 것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추진해야 할 국가 전략이다.

제도권 안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정착하면 매매대금이 실시간으로 정산되어 소상공인의 유동성 부담이 완화된다. 기업 간 송금과 무역결제도 간소화되어 정산 속도와 거래 효율이 크게 높아진다. 거래 비용이 줄어들면서 이는 단순한 효율 개선을 넘어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와 수출 구조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 파급력은 자산 시장에서도 뚜렷하다. 부동산, 채권, 예술품, 탄소배출권 등 실물 자산의 토큰화가 확산되는 시대에는 안정적 기준 통화가 필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없다면 한국의 토큰화 시장은 외화 결제망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결국 자산 디지털화의 주도권을 잃게 된다.

AI 경제에서도 상황은 같다. 생성형 AI가 콘텐츠를 만들고, AI 에이전트가 거래를 수행하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이 기계 간 결제(M2M) 환경에서는 어떤 통화가 사용되느냐가 경제의 표준을 결정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국내 플랫폼이 독립적 생태계를 구축하고, AI 경제 속 자율적 금융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다. 반대로 외화 스테이블코인에 의존한다면, 국내 서비스는 데이터와 결제 모두 해외 네트워크에 종속될 위험이 크다.

통화 주권을 지키는 일은 더 이상 미래의 과제가 아니다. 지금 당장의 국가 전략이다.

이제 질문은 하나다. 누가 이 혁신을 이끌 것인가.

일부에서 제기되는 ‘은행만이 발행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변화의 본질을 오해한 접근이다. 오늘날 금융의 중심에는 자본뿐 아니라 데이터, 알고리즘, API, 그리고 사용자 경험이 있다. 이러한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설계하고 구현할 역량을 가진 주체는 핀테크 기업이다.

세계 주요국은 이미 핀테크를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핵심 동력으로 보고 있다. 이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금융의 중심이 기술로 이동하는 불가역적 진화다.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하나의 금융상품이 아니라, 기술이 금융을 구현하는 인프라 자체다.

API, 블록체인, 글로벌 결제망, 데이터 분석, 사용자 경험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되어 작동하며, 이를 실시간으로 구현할 수 있는 주체는 핀테크다. 핀테크는 기술력과 실행력으로 금융의 구조를 새롭게 설계하고, 시장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핵심 주체다.

스테이블코인 제도의 핵심은 ‘누가 혁신을 실현할 수 있는가’에 있다. 기술적 구조를 설계하고, 사용자 중심의 경험을 구현하며, 글로벌 결제망과 연결할 수 있는 역량-그것이 스테이블코인 성공의 본질이다.

발행 자격은 스테이블코인의 신뢰를 보장하기 위해 엄격히 관리되어야 한다. 충분한 자기자본, 적격 담보자산, 준비금 분리 보관, 외부 감사, 실시간 공시 등은 법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을 충족한 핀테크 기업이 발행을 주도하고, 기술 기반의 투명한 운영으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이 기술 중심의 금융 생태계, 즉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길이다.

최근 국회 내에 디지털자산 TF가 구성되었다. 빠른 입법이 필요하다. 만에 하나 입법이 지연되는 경우,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우려가 크다. 금융 주권이 걸린 사안인 만큼, 정부와 국회는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신속한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세계는 이미 앞서가고 있다. 미국은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편입했고, 유럽연합은 MiCA를 통해 금융기관과 핀테크의 공동 참여를 허용했다.

싱가포르와 일본도 핀테크의 발행과 운영을 인정하며 혁신적 결제 인프라로 육성하고 있다. 은행 간 메시지망인 SWIFT도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실시간 글로벌 결제를 지원하는 디지털 인프라로 전환을 선언했다.

한국은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통화 주권을 지키고 금융 경쟁력을 확장시키는 핵심 인프라다. 핀테크는 혁신을, 은행은 신뢰를, 정부는 제도를 맡아야 한다. 세 축이 조화를 이룰 때, 한국은 새로운 글로벌 금융 질서를 선도할 것이다.

핀테크의 기술력과 국가의 결단이 맞물릴 때, 한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금융의 미래를 설계하는 나라로 도약하게 될 것이다.

[이근주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 한패스 대표·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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