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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산 헬기 ‘수리온’ 개발 30년 교훈

신혜주 기자

hjs0509@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2-03 00:00

[기자수첩] 국산 헬기 ‘수리온’ 개발 30년 교훈
[한국금융신문 신혜주 기자]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KUH)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사업을 시작하기까지 무려 1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그 짧지 않은 세월 속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배울 수 있을까.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따르면 수리온은 지난해 12월 23일 이라크에 수출됐다. 국산 헬기 첫 수출 사례다. 1억 달러 규모 사업이다. 액수도 그렇고 그간 지난한 과정을 거쳐 개발에 성공한 국산 헬기의 수출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런 성과를 내기까지 수리온은 많은 반대와 의구심을 뚫어야 했다.

수리온은 지난 2006년 6월 본격 개발에 들어갔다. 그 수리온 사업이 처음 등장한 건 199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육군 헬기 500MD를 자체 개발하기 위해 한국형 다목적헬기(KMH) 사업을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터지며 취소됐다.

KMH 사업이 다시 논의된 건 2001년 이후다. 500MD와 함께 노후 기동헬기 UH-1H를 대체하고 공격헬기 AH-1S 후속 기종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03년 9월 기동헬기와 공격헬기를 동시에 개발하는 KMH 사업이 국책사업으로 지정됐다.

정부는 최대 15조원을 투자해 2010년까지 기동헬기, 2012년까지 공격헬기 개발을 완료해 전력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KMH 사업은 당시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국책사업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제한된 기술력과 예산 때문에 헬기 독자 개발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도 공격헬기 개발에는 15~20년 걸린다. 그런데 이를 10년 내 자체 개발하겠다고 하니 당연히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 세계 군용헬기 시장도 헬기 업체 간 통폐합과 민간 헬기 시장 감소 등으로 축소되는 추세여서 수출을 목표로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투입해 헬기를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컸다.

국방부는 “군 욕심 같아선 당장 성능이 좋은 외국산 헬기를 들여오고 싶지만, 이 경우 헬기 전력의 자립 기회가 30년 이상 늦어지고 어쩌면 영영 놓칠지 모른다”고 읍소하기도 했다.

2004년 4월 감사원이 KMH 사업비가 38조7000억원 소요돼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하며 국방부에 사업 재검토를 촉구했다. 5개월 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업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고, 결국 KMH 사업은 취소됐다.

이후 사업 내용을 전면 재조정해 당초 육군이 요구했던 기동헬기만 개발하는 한국형 헬기(KHP) 사업으로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2006년 6월 KHP 본격 개발에 들어섰으며, 2년 뒤인 2009년 8월 수리온 시제 1호기가 출고됐다. 이듬해 초도비행에 성공했으며, 2013년 5월 전력화됐다.

하지만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2015~2016년에 수행한 체계 결빙 시험에서 수리온이 일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안전성 논란이 일었다. 체계 결빙은 저온 비행에서 기체와 날개에 얼음이 생기는 현상이다. 2017년 감사원은 이런 수리온 성능과 안전성을 문제 삼아 전력화 중단을 요구했다. 방위사업청은 2017~2018년 미국에서 체계 결빙 시험을 진행해 좋은 성적을 받으며 체계 결빙 운용능력을 입증해냈다.

올해로 전력화 12주년을 맞은 수리온은 지난해 6월 양산 최종호기를 납품하면서 20여대 실전배치를 모두 마쳤다. 그사이 수리온은 상륙 기동, 의무 후송, 해경, 소방, 산림 등 10개 기종으로 진화했다. 현재 국내에서 300여 대가 군·관용 헬기로 운용되고 있다.

30년 전 반대를 무릅쓰고 개발을 강행한 덕분에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11번째 헬기를 개발해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수리온 개발과 전력화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 무모함일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좌절하지 않는 자주국방 의지일까.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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