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흑자를 달성했다. 쿠팡CI(위쪽). 알리익스프레스 CI. /사진제공=쿠팡, 알리익스프레스
쿠팡은 지난해 6174억원대 영업이익을 내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냈다. 쿠팡의 영업손실은 ▲2013년(1억5000만원) ▲2014년(1215억원) ▲2015년(5470억원) ▲2016년(5652억원) ▲2017년(6388억원) ▲2018년(1조970억원) ▲2019년(7205억원) ▲2020년(5504억원)으로 지속적인 증가추이를 보이다 마침내 ‘계획된 적자’의 고리를 끊었다.
이렇게 연간 흑자전환까지 달성하며 쿠팡은 국내 유통업계 ‘절대 강자’가 된 모습이지만, 중국이커머스의 공세가 만만치 않은 점도 눈 여겨봐야 한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이 거대 자본을 토대로 한국에 공격적인 진출을 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이들의 이용자 추이가 증가할 때까지만 해도 ‘설마’했는데 이젠 쿠팡 턱밑을 바짝 추격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의 앱 사용자는 818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갱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달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종합몰 앱 순위에서는 ‘1위’ 쿠팡 다음으로 알리익스프레스가 차지했다. ▲3위 11번가 ▲4위 테무 ▲5위 G마켓 등 5위 안에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속해있을 정도로 무서운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종합몰 앱 1위 쿠팡, 2위 알리익스프레스가 차지했다. /사진제공=와이즈앱 리테일 굿즈
이미지 확대보기국내에서 남다른 가격 경쟁력과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던 쿠팡 입장에서는 특히나 더 위협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중국 이커머스와 비교할 수 없는 배송 서비스와 환불,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경제불황이 지속됨에 따라 ‘가격’을 우선시 여기는 소비성향 변화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쿠팡은 유료멤버십 ‘와우 멤버십’의 혜택을 확대를 통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배달플랫폼 쿠팡이츠 10% 할인, 로켓배송 무료배송, 무료반품 서비스부터 로켓와우 배송, 수십만개 상품에 적용된 회원 전용 할인, 로켓프레시, 로켓직구 서비스 그리고 ‘골드박스’ 등 회원 전용 특별 할인과 각종 쿠폰,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쿠팡플레이 등 타 이커머스 보다 더 많은 혜택을 제공했다. 덕분에 쿠팡의 와우 멤버십 회원은 지난해 말 1400만여명으로, 2022년 말1100만명과 비교해 27% 성장했다.
문제는 올해 전략이다. 점점 가격과 혜택에 민감해지는 소비자들을 쿠팡을 이탈하지 않도록 붙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쿠팡이 최근 신선식품 대량 매입을 통해 할인판매에 나선 것도 알리익스프레스가 신선식품 취급을 시작하면서 견제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최근 딸기, 오렌지, 참외 등 과일 약 450톤을 매입해 로켓프레시 할인판매에 나섰다.
올해 쿠팡은 이런 가격 경쟁력은 물론 기존 고객 혜택강화와 더불어 명품 카테고리 강화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럭셔리 부문은 쿠팡의 유일한 약점으로도 꼽힌다. 주로 공산품, 신선식품 등을 주력 판매하면서 패션이나 명품 부문에서는 다소 경쟁력이 떨어졌다. ‘싼 제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굳혀진 탓에 명품 구매를 위해 이용하기엔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다.
쿠팡이 전개하는 로켓럭셔리 서비스. /사진제공=쿠팡
이미지 확대보기쿠팡에 따르면 글로벌 개인 명품 시장은 4000억달러(약 520조원) 규모로, 한국은 1인당 개인 명품 지출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명품의 경우 쿠팡의 신속한 배송 서비스와 시너지는 충분한 차별화가 될 수 있지만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큰 차별화를 내기 어려울 거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경기가 어려운 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김범석닫기김범석광고보고 기사보기 창업자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소비자들은 쿠팡의 상품과 쿠팡이츠, 새벽배송을 포함하는 독점 할인, 쿠팡플레이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쿠팡이 제공하는 전례없는 가치를 찾는 고객이 점점 늘고 있다”며 “우리는 와우 멤버십에 더 높은 수준의 비용 절감과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