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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구 형님, 거 장난이 너무 심한거 아뇨?”

주현태 기자

gun1313@fntimes.com

기사입력 : 2023-11-27 00:00

주현대 기자

주현대 기자

[한국금융신문 주현태 기자] “중구 형님, 거 장난이 심한 거 아니오?”
2013년 개봉했던 황정민, 이정재, 박성웅 주연의 영화 ‘신세계’에서 나온 대사다. 이중구(박성웅)가 차로 정청(황정민)을 위협하자 이자성(이정재)이 이중구에게 한 대사다. 최근 이 대사를 상기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은 이렇다. 앞서 서울 중구는 이달 초 소공동 행정복합청사 부지 바로 옆 골목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부영빌딩 내 점포·입주사, 인근 상인들은 구청이 의견수렴 없이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소공로 행정복합청사 건립은 소공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숙원 사업으로 평가된다. 행정복합청사 건립은 1971년 준공된 소공동주민센터를 신축·이전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또한 동주민센터를 비롯해 주민 커뮤니티시설, 경로당, 창업지원센터 등 주민 복지·편의를 위한 공간으로 마련된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청사 건립소식에 눈물을 흘리며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소공동에 거주하는 주민·기업들에게 신청사 건립을 너무나도 필요한 사업이었고, 진행해야 하는 사업이 맞다. 그러나 모두를 위한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행정을 잘했다고 평가해야 할까?

중구는 청사 건립사업이 법규에 절차를 준수했고, 지난 10월부터 인근 상가 상인들과 소통한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해당사자인 부영빌딩 내 점포를 비롯해 34개의 입주사, 일대 19개 점포 상인들의 의견수렴 없이 사업을 진행해 오점으로 남겼다.

상인들은 “구청이 지난 10월 18일 도로를 폐쇄하니 협조한다는 공문만 보냈고 시행사 사장이 갑작스럽게 찾아와, ‘골목에 있는 것들을 전부 치워달라’고 호통을 쳤다고 설명했다.

이후 인근 상인·주민들이 폐쇄를 막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난 뒤, 중구는 마지못해 봐준다는 것처럼 길을 조금 내어주겠다고 통보했다.
통보에 앞서 소통을 진행했으면, 큰 갈등 없이 통행로를 차단할 수 있었다는 의미기도 하다.

특히 중구민 모두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소수의 생각도 들어 봐야하는 기관이, 중재자가 아닌 생존을 위협하는 갈등의 주체가 됐다는 사실이다.

부영그룹 후문 통로에 위치한 카페를 방문하기 위해 해당 골목길을 찾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가던 통행로가 펜스로 차단된 상황이었다. 이에 오른쪽 길을 돌아서 방문해야만 했다.

부영빌딩 후문 상가 상황은 더 좋지 못했다. 부영빌딩 지하 1층에는 삼겹살·국밥·카페·꽃집부터 다양한 점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간판은 물론, 유동인구 조차 많지 않았다. 통로 폐쇄와 안전펜스 설치로 인해 해당 사업장의 접근성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공익을 위한 소공동 청사 건립은 찬성이다. 또 해당 길을 차단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 다만 소수 주민들도 중구 발전에 이바지하는 사람이다. 행정으로 피해를 준다면, 따가운 말을 들어서라도 소통에 나서야 하는 게 옳다.

부영빌딩 내 한 상인은 “코로나도 힘들게 버텼는데, 잘못된 행정이 나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적어도 이번 일로 잘못된다면 죽어야지, 내가 죽으면 인정하겠지”라며 “현재 협의체가 구성됐다고 들었지만, 큰 기대감은 없다”고 말했다.

다수의 편의와 공익을 위해 소수의 의견을 듣지 않는 것을 올바른 행정이라고 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중구(구청)는 정청(구민들)에게 실제로 피해를 입히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행동으로 인해 정청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번 사업은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됐고, 이들에게는 하나의 비극으로 이어진다. ‘일부 주민의 불만’이라는 가볍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공익에 찬성·반대라는 이분법적인 행정이 아닌, 쓴소리를 들을지언정 소수의 의견에도 공감·포용을 행하는 중구만의 특별한 행정을 기대해본다.

주현태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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