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벤처캐피탈 업계에 따르면 벤처캐피탈이 조성하는 펀드에 대한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모태펀드에 선정된 벤처캐피탈들도 조합결성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A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모태펀드에 선정된 조합마저 펀드 결성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청이 지원하고 있는 모태펀드는 한국벤처투자가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모태펀드 1차 출자대상에 선정된 13개 벤처조합 중 3개가 조합을 결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사업은 지난 5월 선정됐지만 금융시장 불안 가중으로 투자 유치가 어렵다는 판단아래 지난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펀드결성 시한을 연기했지만 선정된 벤처조합의 펀드결성은 결국 10곳에 머물렀다. 이번 펀드를 결성하지 못한 조합은 린드먼아시아 창업투자의 한-중협력투자조합, 케이디파트너스의 케이디파트너스 10호 기업구조조정조합, 골드레인 인베스트먼트의 글로벌 디지털 콘텐츠 조합 등 3곳이다.
또한 1차 사업 출자대상의 펀드 결성 규모는 2530억원으로 당초 3345억원 규모의 투자조합 결성 목표가 어려워졌다.
B벤처캐피탈 관계자는 “모태펀드의 경우 조합에 선정되면 거의 100%에 가까울 정도로 투자조합 결성이 쉬웠는데 이번에 3곳이나 펀드 결성에 실패해 어려운 벤처캐피탈 현실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10월 2차 출자사업도 13개 조합을 선정해 1761억원 규모의 투자조합 결성을 예상되고 있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2차 사업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벤처투자 시장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모태펀드 출자비율을 기존 30%이내에서 40% 이내로, 또한 초기·지방기업·부품소재기업 등 취약분야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에 대한 출자비율도 10% 상향조정하여 최대 60%까지 출자가 가능하도록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펀드 조성은 난항을 겪고 있다.
실제로 현재 13곳 가운데 1곳밖에 조합결성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합결성은 내년 1월 20일까지다.
3차 사업도 지난 28일 4곳을 선정해 총 590억원 규모의 벤처투자 펀드를 결성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모태펀드는 벤처기업에 민간투자를 활성화 하기 위해서 펀드조성에 30%에서 많게는 50%정도까지 중기청이 지원한다”며 “따라서 상대적으로 펀드 조성이 쉬운 이점이 있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악화돼 모태펀드마저 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벤처캐피탈에 전문성과 확실한 투자 메리트를 확보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C벤처캐피탈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졌고 해산한 조합들의 실적 또한 저조해 펀딩이 실패했다”며 “펀딩이 실패하면서 벤처캐피탈 시장에 투자는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땅에 떨어진 벤처캐피탈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회수 수단 다양화와 투자 전문성 확보, 수익성 증대를 위한 투자 메리트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벤처투자는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는 벤처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모태펀드 투자지원 비율과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어려움이 가장 심화될 올 상반기에 모태펀드 재원의 70%를 쏟아 붇는다는 계획이다. 매년 2월중 공고한 1차사업도 두 달이나 앞당겨 공고할 방침이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내년 시장이 어렵다는 판단으로 상반기에 가능한 한 많은 재원을 쏟아 벤처기업 지원에 나설 것”이라며 “투자지원 비율도 높혀 민간투자를 최대한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