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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회 외면에 두 번 우는 보험업계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기사입력 : 2019-12-09 00:00

▲사진: 장호성 기자

▲사진: 장호성 기자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보험업계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로 접어들고 있다.” 국내 주요 보험사 및 보험 유관기관 임원이나 고위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고 있는 말이다. 당연하지만 긍정적인 의미가 아닌 보험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나타내는 하소연이다.

집안의 사정이 어려워지면 소득을 늘리거나 소비를 줄이거나 둘 중 한 가지 방법을 택해야 한다. 회사라고 해서 사정이 다르지는 않다. 그러나 문제는 보험업계가 처한 상황이 결코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먼저 소득을 늘리려면 결국 영업의 근간이 되는 보험 상품 판매가 잘 이뤄져야 하는데, 저출산과 고령화가 역대 최고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상품 판매를 늘려 불황에 맞서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 미니보험이나 인터넷전용상품이 등장하는 등의 도전이 이뤄지고는 있으나 획기적인 수익 개선을 기대하기는 역부족이라는 평이 나온다.

소득을 늘리는 게 어렵다면, 반대로 소비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최근 보험사들의 경영 트렌드 역시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영업지점을 줄이고, 희망퇴직을 받고, 조직을 슬림화해 영업에 드는 부하를 최대한 줄이려는 경영은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조직 규모를 줄이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조직 규모가 줄어들어도 기존에 해오던 업무는 계속돼야 한다. 다행히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흘러가고 있다.

10명의 인간이 하던 단순 업무를 1대의 인공지능 로봇이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업무의 효율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인슈어테크(보험과 기술의 합성어)’라 불리는 보험업권의 4차 산업혁명 바람은 최근 몇 년 사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보험업계는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데이터3법,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을 비롯한 갖은 규제와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며 업계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 스스로도 ‘최악의 국회’, ‘동물국회’라고 자조하던 20대 국회의 임기도 어느덧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국회의 파행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라 새로울 것은 없지만, 16년만의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지며 혁신과 쇄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던 20대 국회마저 이 같은 파행을 반복했다는 것은 몹시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국정감사 시즌 때만 되면 평소에는 별 관심도 보이지 않던 보험 산업에 대한 자료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소위 ‘일 잘하는 국회의원’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평소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아 ‘만만한’ 보험업계에 화살을 날리는 것이다.

이들 의원들이 주로 보내오는 자료는 ‘어떤 보험사가 보험금 청구를 많이 거절해 소비자 보호가 미흡하더라’, ‘어떤 보험사가 민원 건수가 가장 많더라’는 내용 등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의원들이 과연 평소에도 그렇게 ‘보험 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을 견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보험기자로서 의문이 든다.

예를 들어 지난 10월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수 년 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이유로 정부 부처 간 이기주의를 들었다.

일견 타당해 보이는 지적이지만, 실손보험 개혁은 소비자들의 수요에도 불구하고 자그마치 10년이 넘는 시간, 3번의 국회가 바뀌는 동안에도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20대 국회에서도 해당 법안은 통과되지 못하고 다음 국회를 기약하게 만들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인슈어테크가 달팽이걸음을 하고 있는 이유 역시 정부와 국회의 규제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최근 데이터3법을 비롯해 인슈어테크 활성화를 위한 법안이 과방위 문턱을 넘었지만, 여전히 법사위 통과가 이뤄지지 않아 최악의 경우 20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우리나라의 보험업은 기형적으로 발달하며 부정적인 이미지로 낙인찍혔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꾸준한 자정노력을 통해 이러한 이미지를 벗고 소비자 신뢰 회복과 시장에서 생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국회 역시 보험업계의 부정적 낙인을 이용해 본인들의 ‘일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업계의 건전한 발전과 진정한 소비자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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