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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물가상승률 4년만의 0%대 가능성과 한은의 계속되는 '물가 발라내기'

장태민

기사입력 : 2019-06-2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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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지난 4월 한국은행은 경제전망을 하향 수정하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로 제시했다.

이는 1월 전망 때의 1.4%보다 0.3%p 낮춘 것이었다. 하지만 7월 전망 때 이 수치를 다시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4월 전망 때 한은은 상반기 0.7%, 하반기 1.4% 상승을 예상했으나 올해 1~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6%에 그쳤다. 지난해 하반기의 1.7%에 비해 1%p 이상 낮아진 것이다.

사실상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가 0.6% 내외 수준으로 굳어진 가운데 하반기 1.4% 달성도 쉽지 않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중기물가목표 2%와는 큰 괴리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올해 0%대 물가 상승 가능성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5년 0.7%를 기록한 뒤 4년만에 0%대 수치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주열닫기이주열기사 모아보기 총재도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 전망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 수요요인·공급요인·구조적요인·정책요인 모두 저물가 지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들어 전년동월비 0.8% 상승에 그치면서 1년만에 0%대로 낮아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해서 0%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은 등 적지 않은 곳에서 사람들은 정부의 복지정책, 혹은 포퓰리즘식 인위적 가격조정이 소비자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됐다고 본다.

정부는 그간 유류세 인하와 인하기간 연장, 무상급식, 의료보험보장성 강화, 무상교복, 그리고 각종 공공요금 억제를 통해 소비자물가의 상승세를 제어했다. 전기료 관리 등을 통해 한전과 같은 공공기관의 수익성도 나빠졌다.

이 같은 정부의 인위적인 물가 관리와 미중 분쟁 격화, 반도체 경기 반등 지연과 같은 경기요인들도 물가를 압박했다.

수요요인, 공급요인, 정책요인, 그리고 구조적 요인까지 모두 물가 상승세를 제어하고 있다.

수요 측면의 물가는 경제 성장세와 직결된다. 하지만 현재 투자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한국경제를 뒷받침했던 수출과 소비 모두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점은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이 약해졌다는 점을 의미한다.

공급 측면은 아무래도 유가가 가장 큰 영향을 준다. 올해 들어 6월 현재가지 두바이유는 3.4% 가량 하락했다. 여기에다 농산물 수급도 안정세를 보여 공급측면의 물가 압력도 지난해보다 낮아졌다.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변수 개입 등 정책요인은 최근 수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제약하는 요인이었다.

구조적 요인 또한 물가 상승세를 제어한다. 기술 발전이나 온라인 상거래 활성화 등 '기술 관련 구조적 요인'과 인구 고령화와 같은 '인구 구조적 요인' 모두 저물가를 지지한다. 최근 소매판매에서 온라인상거래가 차지하는 부분은 가파르게 증가해 비중이 20%를 넘겼다.

고령화 요인은 또 수요 부진과 연계되기 때문에 향후 한국의 저물가 상황을 더욱 굳힐 요인으로도 꼽인다.

아무튼 경기 부진, 정부의 인위적 물가 가격변수 개입, 구조적 요인 등 여러 박자가 어우러져 0%대 물가 상승률 가능성을 높였다.

■ 한은의 계속되는 '물가 발라내기'..근원물가도 물가흐름 파악에 한계있어

통화당국은 기조적 물가흐름을 중시한다.

공급 요인 등에 큰 영향을 받는 헤드라인 소비자물가는 평균적 물가 흐름에 대한 이해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식료품·에너지 제외 물가, 농산물·석유류 제외 물가 등 '근원물가'가 기조적 물가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자주 사용된다.

근원물가는 올해 1~5월 중 0%대 후반으로 하락했다. 따라서 수요측면의 물가 압력이나 기조적 물가 상승압력도 한 단계 더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물가 억누르기가 심해 한은은 물가지표들을 한번 더 발라낼 필요가 있다고 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식료품·에너지 제외 및 농산물·석유류 제외 등 전통적 근원물가 지표에는 정부 복지정책 강화, 간접세 인하 등의 영향이 크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최근 기조적 물가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모형기반 지표'(공통요인물가, 경기민감물가)를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모형기반 지표의 경우 정부 복지정책이나 간접세 인하 등의 요인들이 일시적이거나 품목 고유요인으로 인식되면서 지표에 제한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한은은 "근원물가가 0%대 후반으로 내려왔지만, 공통요인물가, 경기민감물가 등 모형기반 지표는 1%대 중후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 기조적으로 한국 물가 상승률은 하락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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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은은 국내의 기조적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처럼 지난 2012년 이후 국내의 기조적 인플레이션도 이전 시기에 비해 둔화됐다.

사실 대부분 주요국의 물가 상승압력도 예상에 못 미치고 있다. 대외 개방경제인 한국 역시 그런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한은은 "한국의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둔화된 데는 경기적 요인과 함께 글로벌화, 온라인 거래 확산 등 구조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개방도가 높아 글로벌 저인플레이션의 국내 파급이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계량모형을 이용해 추정한 결과 대부분 기조적 물가지표에서 국내경기의 영향력은 낮아진 반면 해외요인의 영향력은 증대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우리나라는 추세 인플레이션 변동에 대한 글로벌 요인의 영향력이 0.89로 추정돼 주요국 중 높은 수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무튼 한은은 물가에 대한 전망치는 한단계 낮아졌다. 하지만 내년 이후엔 올해보다 상승압력이 커질 것으로 본다.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4월 전망(1.1%)를 하회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이후를 보면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현재의 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1%대 초중반 수준이고 일시적 공급충격에 따른 물가 하방압력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그러나 "목표수준으로 수렴하는 속도는 당초 예상에 비해 완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이런 입장을 견지하면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디플레이션 우려는 과도하다고 본다.

한은은 최근의 저물가 현상이 △ 광범위한 확산성 △ 자기실현적 특성(self-fulfilling) 등 디플레이션으로 정의하기 위한 요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본다.

여기에 한국의 물가엔 제도적 특이 요인도 상당 부분 가세하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을 디플레이션의 징후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은은 또 "물가 여건뿐만 아니라 경기상황, 자산시장 여건 등 보다 포괄적인 방식으로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평가하는 IMF의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DVI: deflation vulnerability index)를 산출해 보면, 한국은 DVI가 2015년 이후 최근까지도 계속 0.2를 하회하고 있어 디플레이션 위험도가 ‘매우 낮음’ 단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아무튼 올해 0%대 소비자물가 가능성과 저물가에 따른 금리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두언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대로 봐야 할 듯하다"면서 "저물가는 글로벌하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령화 등 구조적인 이유도 있지만 수요 부진에 따른 기대인플레이션 하락과 유가 하락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향후 1년)은 지난해 하반기 2.5%에서 금년 1~5월중 2.2%로 하락한 상태다.

증권사의 한 분석가는 "한은 총재의 물가가 4월 전망보다 낮을 것이란 발언은 금리인하 명분 쌓기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지금 딱히 눈으로 보이는 물가가 중요한 상황은 아니다"면서 지나치게 물가를 중심에 둔 통화정책 접근을 비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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