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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기술종속으론 부활 ‘공회전’

유명환 기자

ymh7536@

기사입력 : 2018-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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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유명환 기자

▲사진 : 유명환 기자

[한국금융신문 유명환 기자] “가장 위험한 곳에서 일하면서도 인정받기 힘들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목숨을 걸고 일터로 나가고 있다” 8년째 물량팀에서 선박 하부 용접 일을 하고 있는 김모(42)씨는 선업 선박 건조작업의 현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5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충돌 사고, 8월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 폭발 사고(8월) 조선업계의 물량팀에 대한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렀다.

당시 사고에서 사망 6명·부상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이들 역시 대부분 협력업체 물량팀 직원들이다.

이 같은 문제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국내 조선업 기술은 글로벌 탑 수준이다. 수주 물량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영국계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조선사들의 누적 수주량은 263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집계됐다.

경쟁국인 중국 196만CGT, 일본 80만CGT를 제치고 수주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수주량 증가는 조선업계에선 긍정적인 평가다.

다만 산업재해 사망자 수 역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년간 작업 중 숨진 노동자 수는 평균 25명에 달한다. 2016년 숨진 25명의 노동자 중 18명이 하청 소속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조선업 현장에 퍼진 ‘위험의 외주화’, 즉 위험 업무를 하도급 노동자에게 강제하는 구조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조선업 자체가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위험 업무에 하청 노동자가 많이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하청 노동자의 비율이 높다보니 재해 비율도 하청 노동자가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을 만들 경우 예전에는 넉넉한 공간에서 용접 등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최근 1만5000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 또는 2만TEU급 등 대형선이 늘면서 작업공간이 좁아져 사고 가능성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작업장 내 휴게소를 설치하는 관행 역시 사고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문제는 조선사들의 무분별한 구조조정이다. 국내 조선사들이 대규모 인력감축을 진행하며 원·하청 노동자의 비율은 더욱 기형화됐다.

하청 아래 하청이 위치하는 다단계 하청이 이어지다 보니 좁고 위험한 현장 안에 소속이 다른 노동자들이 동시에 작업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원청에서도 노동자를 관리하기 어려워져 위험이 가중되는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작업중지를 명령하고 특별감독을 실시한다.

아울러 위법 사항이 있었는지 조사를 벌이고, 기업 역시 안전 대책을 강화하며 재발 방지를 다짐한다.

그러나 결국 사고는 다시 발생하고, 같은 대책이 반복될 뿐이다. 기업 역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좋을 리 없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하청 구조에서는 원청의 안전 수칙이나 관리감독의 강화만으로는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땜질식 대응책도 문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사고 발생 이후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근로자들은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다.

실제 현대중공업 사업장에서 올해 들어서만 사망사고가 3건 발생했지만 이후 나온 대책은 “사고예방 시스템을 관리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여기에 수년간 이어진 실적악화로 비롯된 대규모 구조조정도 문제다.

국내 조선사들은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들어 인력감축을 단행하면서도 해외로 빠져나가는 비용 절감에는 인색한 편이다.

실제 LNG운반선 건조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매년 프랑스 엔지니어링업체인 GTT(Gaztransport & Technigaz)에 막대한 규모의 로열티를 내고 있다. GTT가 2014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로열티 수익 3000억원 가운데 90% 이상을 한국 조선업체들이 냈다.

해양플랜트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국내 대형조선 3사는 2015년 해양플랜트 계약 문제 등으로 8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조선업체들은 해양플랜트 수주를 줄이고,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운반선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멤브레인형 LNG운반선을 건조할수록 GTT에 내야하는 로얄티도 많아진다. 상황이 이렇지만 국내 조선사들은 기술개발보단 인력감축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3년간 10만명에 달하는 숙련인력이 현장을 떠나면서 국내 조선업의 기반도 급속히 흔들리고 있다.

조선업의 경우 설계와 연구개발(R&D)을 맡은 엔지니어는 10년 이상, 배관은 5~10년, 취부 3~5년, 용접은 2~3년 근무해야 숙련인력이 돼 생산성이 높아진다.

인력 이탈을 두고 업계가 “10만명이 마지노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최근 개선되는 업황 때문이다.

업계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없이 인력감축을 통해 재무 안정성에만 집착하는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한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로얄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유명환 기자 ymh753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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