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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블록체인 첫 삽 ‘공공재 사업’ 부각

정선은 기자

bravebambi@

기사입력 : 2016-10-31 01:41 최종수정 : 2016-10-31 09:36

계열사 연계 대응 제도화 움직임 반색
인증·세탁방지 공동이슈 먼저 주판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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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블록체인 첫 삽 ‘공공재 사업’ 부각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 미국 연방수사국은 2013년 10월 온라인 마약거래 암시장 웹사이트인 ‘실크로드’ 서버를 몰수하고 17만3991 비트코인(Bitcoin)을 압류했다. 이 웹사이트는 마약뿐 아니라 화폐 위조, 컴퓨터 해킹 등을 건당 수수료를 받고 중개한 혐의를 받았는데 법망을 피하기 위해 모든 거래는 비트코인으로 이뤄졌다.

금융당국이 디지털통화의 제도권 편입과 분산원장 기술인 블록체인의 공동연구를 서두르면서 은행권도 바쁘게 대응하고 있다.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에 선제적으로 가입하고 자회사와 연계해 팀을 꾸려 준비작업 중인 은행(지주)들은 제도화 움직임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위 사례처럼 부작용 우려도 존재해서 문서·생체인증이나 자금세탁방지(AML) 등 공공재성 사업에 블록체인을 먼저 적용하고 실질적인 비용과 효익을 따져봐야 한다는 신중한 태도도 엿보이고 있다.

◇ 제도화 앞서 선점경쟁 나선 은행들

분산원장인 블록체인은 거래정보를 기록한 원장을 특정 기관의 중앙 서버가 아닌 P2P(개인간) 네트워크에 분산하여 참가자가 공동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기술이다. 거래내역을 하나의 블록으로 묶고 블록끼리 다시 결합돼 체인을 만드는 만큼 금융권에서 보안성 측면에서 주목하고 있다.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5개 시중은행(IBK기업·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 미국 블록체인 전문업체 R3가 구심점인 ‘R3CEV’ 컨소시엄에 모두 가입하고 공동연구와 프로젝트에 참여·추진하고 있다. R3CEV는 2015년 9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글로벌 금융사 50여개가 참여한 세계 최대 규모 블록체인 컨소시엄으로 블록체인 공동 개발과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4월 국내 최초로 가입한 KEB하나은행을 시작으로 신한은행(6월), KB국민·우리·IBK기업은행(8월)이 차례로 가입을 완료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비트코인같은 디지털통화와 분산원장 기술의 블록체인 제도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지난 24일 발표한 ‘2단계 핀테크(FinTech) 발전 로드맵’에서 “‘금융권 공동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연내 출범해서 공동연구와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며 “디지털통화는 미국·일본 등 동향을 보며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제도화를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외국환거래·조세), 미래창조과학부(기술관련), 행정자치부(개인정보보호), 한국은행(지급결제) 등 관계부처·기관의 협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금융권도 제도화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명확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은행(지주)들은 계열사와 협의회를 구성하고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IBK기업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을 내재화하기 위해 은행 유관부서·자회사로 구성된 ‘IBK금융그룹-코빗 블록체인 상호협력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협업 워크숍도 2차례 실시했다. IBK기업은행은 앞서 블록체인 공동연구와 사업화를 위해 핀테크 기업 코빗과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었다. 지난 7월에는 ‘IBK-KISA(한국인터넷진흥원) 핀테크 블록체인 해커톤’ 행사를 열기도 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결제·송금·보안·인증 등 핀테크 응용서비스를 주제로 핀테크 기업을 발굴하고 시장 선점에 초점을 맞췄다.

신한은행은 지난 8월 혁신적인 보안 기술로 분류되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해서 위·변조와 분실 위험을 제거한 골드바 구매 교환증과 보증서를 발급하는 ‘신한 골드 안심 서비스’를 출시했다. 종이 보증서를 잃어버려도 걱정 없이 골드바를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블록체인 관련 상용화 사례 중 국내 최초 ‘안심 골드’ 서비스다. 신한은행은 이 서비스 도입 이후 블록체인을 활용한 외화송금 등 금융서비스에 적용 가능한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2월 블록체인 기술 최다 특허를 보유한 핀테크 기업 코인플러그와 해외송금 거래 기술 검증을 거쳐 4월엔 블록체인을 활용해 비대면 실명확인 증빙자료 위·변조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KB국민카드·KB저축은행 등 KB금융그룹 계열사와 함께 블록체인 관련 인증 플랫폼도 개발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오는 11월 개인인증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상용화할 예정이다.

KEB하나은행은 R3CEV 컨소시엄 프로젝트에 참여해 중간 정산소 없이 결제되는 모델과 다수의 금융회사간 KYC/AML(고객알기·자금세탁방지)을 수행하는 PoC(신제품에 대한 사전 검증)를 완료했다. 특히 그룹사인 하나금융이 정보기술(IT) 자회사인 하나I&S를 프로젝트에 참여토록해서 기술을 내재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FIDO(생체인증국제표준) 시스템과 연계해 거래 완성도를 높이고 다양한 금융 플랫폼 구축으로 특히 글로벌 확장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8월부터 은행 내에 블록체인 관련 부서(8개)와 자회사(4개)로 구성된 ‘블록체인 실무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협의회를 통해 블록체인 제반 기술을 연구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문서인증 등 블록체인 기반 금융서비스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결제원, 금융보안원 등 금융권 공동 TF에 참여해 공동 기술 검증 추진도 논의중이다. R3CEV 컨소시엄을 통해 블록체인 선진 기술을 습득하고 공동 프로젝트 참여도 추진하고 있다.

외국계로 분류되는 한국씨티은행도 모그룹인 씨티그룹이 R3CEV 컨소시엄에 가입돼 있다. SC제일은행은 모그룹인 스탠다드차타드와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할 예정이며 세계 70여개국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 “공공재 사업부터” 돌다리 두드리기

보안성 측면에서 분산원장인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받고 있으나 한계도 지적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발표한 ‘2015년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에 적용된 블록체인은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자원이 투입되고, 처리할 수 있는 거래건수가 제한적이다.

또한 기술적인 오류 등 문제가 생기면 참가자 사이 다른 의견을 조정하는 메커니즘이 없어 의사결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우발적 거래가 일어났을 때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업계는 공동 블록체인 컨소시엄 준비작업이 첫 발을 내디딘 만큼 공공재 성격 사업에 먼저 시도해 볼 것을 한 목소리 내고 있다. 한 은행 핀테크 부서 관계자는 “전자어음 발행, 은행 증명서 발급 등 문서인증이나 FIDO·바이오 등 신규 인증 분야에 적용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비정상 거래를 적발할 수 있는 이상금융거래 탐지시스템(FDS)같은 공공재 성격 서비스에 적용돼 시너지를 낸다면 의미 있는 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은행업계 관계자는 “은행 공통의 공공재성 사업 분야에 우선 적용함으로써 시장 전체의 비용절감과 인프라 개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블록체인 도입에 따른 비용·효익은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신중론을 폈다.

명확한 법·제도 손질 필요성도 강조됐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이나 비트코인 등에 대해 당국의 입장이 빨리 제도화되고 명확해져야 해당 분야 사업 가속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현재는 각 은행에서 정책 방향을 파악하는데 소비되는 비용과 시간이 많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은행권이 진취적인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는 가상화폐나 해외 거래와 관련해 법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자체보다 기술 내재화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블록체인 자체는 엄청 복잡한 기술이 아니고 공개된 상황”이라며 “여러 형태로 응용이 가능해 어디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블록체인 활성화를 위해서는 금융권 클라우드 이용도 장려하는 규제완화 정책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LG경제연구원의 ‘블록체인, 비트코인을 넘어 세상을 넘본다’ 보고서에서 한수연 연구위원은 “언제부터 블록체인 기술이 보편화될 것인지 전망하기엔 아직 어려움이 많다”며 “블록체인 도입으로 비용절감 효용이 뚜렷한 금융권 등에서 성과를 증명하면 일반 기업도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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