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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진단 - 국내 은행·기업 건강상태] 중장기 나빠질 압박 요인 ‘주시 필요’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5-09-13 23:41

들쭉날쭉 은행 수익성, 부실흡수력 감소
기업 이익률·제품경쟁력 ↓ 신용도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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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진단 - 국내 은행·기업 건강상태] 중장기 나빠질 압박 요인 ‘주시 필요’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외 변동성이 커진 세상에서 우리나라 은행과 기업 신용도는 멀쩡할 수 있을까?

지난 10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국제금융센터 초청으로 열린 국제적 신용평가사 스탠다드 앤 푸어스(S&P)의 국내 신용시장 트렌드 진단에서는 은행이나 기업 모두 중장기적으로 걱정스럽다는 평가가 부각됐다. 당장 국내 은행이나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깎아 버릴 만큼 중대한 사유는 없다고 했다.

그런데 더욱 눈길을 끄는 지적. 길게 보면 신용도가 떨어지는 쪽으로 작동할 요인들이 분명히 있다며 경고한 대목들이 도드라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부정적 요인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중장기적으로 자세히 살펴보겠다는 설명이니, 건강상태가 나빠질 우려를 버릴 수 없다고 살핀 셈이다. 가장 주목해야할 부분은 기업들의 재무 신용등급은 BBB 언저리에서 B로 급전직하했다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빼면 차입금에 의존하는 게 상위 150대 기업의 요즘 실정이라는 분석은 뼈 아프다. 기업들이 아파지기 시작했다면 은행을 비롯한 금융산업에 희망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 수익 변동성 탓 은행들 신용위험 흡수력 저하

S&P에서 한국과 중국 금융기관 신용평가본부장을 맡고 있는 라이언 창 전무는 국내 은행들의 경우 추가적인 수익성 하락 가능성이 있는 등 중장기적으로 보수적 관점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정적 색채 짙은 표현을 자제하면서 긍정적인 모습을 인정하면서도 그는 국내 은행산업 약점 요인 지적에는 예리한 날 세우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부동산가격의 급격한 조정 가능성이 낮고 고객예금 규모와 안정적 조달 면에서 국내 은행산업의 강점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민간부문 부채, 즉 가계부채가 높은 수준인 것은 한국 경제 신용위험을 높이는 리스크임이 분명하다고 꼽았다. 다른 산업에 비해 수익성 변동폭이 높은 것도 은행산업의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고 있어 앞으로도 순이자마진(NIM)에 하방 압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낮아진 수익성은 부실채권 발생 등에 대한 신용비용 흡수능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 상반기 이익 일시적 중장기 어려움 예상

라이언 창 전무는 “상반기 한국 은행들의 자산이익률이 안정적이었던 것은 유가증권 매각 등에 따른 일시적인 수익 덕분”이라며 “일시적 이익이 지속되기는 어렵고 향후 은행 수익성에 어려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규제환경에 대한 평가는 중간지대를 택했다. 가계부채 수준 상승은 큰 위험 요소라는 시각을 유지하면서 규제지침에 따라 고정금리부 분할상환 대출이 늘고 있고 주택담보인정비율이 아직 50%대로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하지만 은행권 위기 예방을 위한 규제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한 약점을 띠고 있다는 평가는 철회하지 않았다. 세계 금융 시장 변동성이 커진 만큼 외환리스크 관리 역량 문제도 짚고 넘어갔다. 그는 한국 은행들이 외화자금조달을 늘리고 단기부채비율을 낮춘 동시에 유동성 높은 외화자산을 늘린 덕에 글로벌 변동성 대처능력이 개선되긴 했지만 환(換) 리스크를 더 강하게 통제할 필요성은 나마 있다고 봤다.

무엇보다 그는 “세계와 중국 경기 둔화는 은행의 자산 건전성과 기업 상환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 한국 은행산업 진로에 대해 보수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기업들 신용도

S&P쪽 분석가들이 비록 “당장에 신용도를 떨어뜨릴 상황인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긴 했지만 은행과 마찬가지로 중장기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신용도는 하락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기업들의 신용도를 압박하는 네 가지 요인으로 S&P는 △내수 침체 및 대외환경 악화에 따른 저성장 △글로벌 경쟁심화에 따른 제품 매력도 저하 △운영효율 개선 정체 및 환율 변동성 심화에 따른 저수익성 △롯데 사태 등에서 나타난 지배구조의 낮은 투명성 등을 꼽았다.

실제 국내 기업들의 신용도는 2009년 말 BBB+에 가깝던 것이 지난해 말 이후 BBB-쪽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익성이 떨어지고 영업현금흐름은 악화되면서 신용도 하락은 이미 진행중이며 중장기적으로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 차입금으로 버티는 대기업 신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극최상위 기업들만 순현금 보유가 늘어나고 있을 뿐 150대 상위 기업들마저 최근 5년 동안 순차입금이 40%나 늘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빼면 150대 기업 재무지표는 겨우 ‘B’등급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재무 성적표는 2010년 BBB등급 하단 수준을 버텼던 것이 5년 만에 곤두박질 친 것이나 다름 없다는 평가인 셈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부족한 유동성을 차입금, 즉 빚을 끌어와 메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임을 직시했다. S&P가 기업이 보유한 현금 및 단기자산 그리고 영업현금흐름을 가지고, 차입금과 미래이익을 위해지출한 비용을 합한 값으로 나눈 결과 삼성전자와 현대차 3사는 2010년 1.6배에서 2013년과 지난해 3배를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좋아졌다.

반면에 나머지 150대 기업들은 0.8배 수준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이자보상배율이 일시적 안정세를 찾은 것도 우리 통화당국이 사상최대 수준의 저금리로 끌어내린 덕분이지 기업경쟁력이 멀쩡해서 이룩한 것은 아니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최근 금리 하락이 아니었다면 악화추세가 더욱 가속화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한국대표 기업마저 매출 감소 ‘먹구름’

여기다 재무지표가 좋다는 한국 대표 3개 기업 매출이 떨어지는 등 전형적인 저성장 체제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가처분소득이 늘지 않으면서 가계부채 증가로 내수시장부진이 지속’된 점과 함께 ‘국제 경쟁이 심화되고 원화강세가 이어지는 바람에 기업수익성 하방 압력이 상존’하는 것도 우화거리로 꼽혔다. 일본기업보다 수익성이 낮아진 지는 벌써 3년째 접어들었고 한국의 주력 수출 제품 매력도마저 떨어지고 있는 상황도 신랄하게 제기했다.

최근 상황과 관련한 구체적 언급은 피했지만 주인 없는 민영화로 귀착시킨 포스코와 KT 신용등급 저하 등 국내기업 경영투명성과 지배구조투명성이 좋지 않은 것도 부정적 요인이라고 적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신용등급이 좋아지기를 기대하는 것도 어림 없어보인다는 지적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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