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왕가의 생활과 의례를 품은 국가유산 운현궁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옥 공간이 지닌 시간성과 김 작가의 작품 세계가 만나 전통과 현대가 공명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기도'(2018), '문(Door)'(2021), '새벽(Dawn)'(2023), '세 개의 다른 문'(2022), '만리'(2024), '바라보는 길'(2025), '풍요의 땅'(2025), '나를 찾아서'(2025) 등 옥사·갑사·양단 등 전통 직물을 활용한 근작 10점을 선보인다.
김 작가는 천과 천을 잇는 바늘땀과 색실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긴장감을 조형 요소로 끌어올린다. 대표작인 '앙상블(Ensemble)' 시리즈는 조각보의 사각형 구조를 피아노 건반의 반복과 배열에서 착안한 기하학적 구성으로 발전시킨 작품이다. 음악적 리듬을 섬유예술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관람객들에게도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김경희 작가가 자신의 조각보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품은 시접의 올을 풀거나 주름을 세우는 기법을 활용해 평면의 조각보를 입체 공간으로 확장한다. 빛과 그림자, 긴장과 균형이 어우러지며 섬유가 지닌 조형미를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전시가 열리는 운현궁 역시 작품과 자연스럽게 호응한다. 한옥의 반복되는 구조와 넉넉한 여백, 마루와 창호를 통과하는 자연광은 조각보의 연결과 리듬이라는 주제를 한층 돋보이게 만든다.
조각보는 쓰고 남은 천 조각까지 이어 사용하던 선조들의 생활 지혜가 담긴 전통 유산이다. 천의 색과 배열, 바늘땀이 만들어내는 리듬은 오늘날 섬유예술로 새롭게 확장되며 전통의 현재성을 보여준다.
전시장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마루와 대청, 실내 공간을 따라 작품의 밀도와 색감이 점진적으로 변화하도록 구성했다. 가리개 형태의 작품은 공간을 구획하는 설치미술의 역할을 하고, 창호를 통과한 자연광과 어우러진 작품들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표정을 만들어낸다. 서랍장 위에 놓인 소품들도 공간과 작품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관람객의 동선을 완성한다.
자투리 천을 이어 만들던 보자기는 이제 한국 전통미를 대표하는 섬유예술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전통이 과거에 머무는 문화유산이 아니라 오늘의 감각으로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살아있는 예술임을 보여준다. 조선 왕실 사저인 운현궁과 전통 직물의 색과 리듬이 만나 빚어낼 새로운 조형적 풍경이 기대된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화요일은 오후 1시부터 6시, 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단축 운영한다. 관람료는 무료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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