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전일 KCC글라스(AA-)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이전부터 신용등급 하향 기준을 충족하고 있었기에 놀랄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KCC글라스가 이전 체력 수준을 단기내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통상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되면 향후 6개월에서 1년 내 수익성과 재무완충력을 기반으로 등급이 조정된다.
KCC글라스 재무가 악화된 배경에는 국내 건설 경기 불황과 인도네시아 사업 진출이 꼽힌다. 전자는 KCC글라스 주력 사업인 판유리 부문에 타격을 입혔고 후자는 부채 부담을 증폭시켰다.
한국금융신문이 자체 구축한 인공지능(AI) 플랫폼 ‘더 컴퍼스(THE COMPASS)’에 따르면 KCC글라스의 신용등급 불안은 예견된 일이었다. 부도예측모형인 ‘알트만 Z-스코어’(3.0 이상 안전, 1.8 이하 불안)는 지난 2021년 2.50에서 2022년 1.74로 하락했다.
이 기간 동안 Z-스코어 구성항목 중 ‘영업이익/총자산’과 ‘시가총액/부채’ 부문이 크게 하락했다. 수익성 악화, 부채 증가와 동시에 주가도 크게 하락하는 등 실적과 투심이 동반 위축되는 상황이었다.
2023년에는 Z-스코어가 1.95로 잠깐 반등했으나 2024년 1.61, 2025년에는 1.46으로 지속 하락하는 등 추세를 꺾지 못했다. 2025년에는 자본적지출(CAPEX) 비용이 이전대비 크게 줄었으나 영업손실과 동시에 잉여현금흐름(FCF)도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이 지점이 신평사들이 지적하는 대목이다. 투자 부담이 완화됐음에도 자금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병목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야심 찬 인니 진출, 저가 공세 위협…빗나간 경영전략
KCC글라스가 인도네시아 진출을 결정할 당시만 해도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현지 성장성 등을 고려한 전략이었으며 비록 후발주자지만 품질 만족도를 높여 성공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시장으로 확장할 계획이었다.진출 당시 가장 큰 기대 요소였던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사업이 지연됐다. 판유리 사업 특성상 공장가동을 멈출 수 없었고 고정비 부담이 가중되기 시작했다.
수요 감소는 후발주자인 KCC글라스에 더 큰 타격을 입혔다. 특히 현지에 이미 진출해 있던 중국 유리 업체들이 물량 공세를 펼치면서 판가가 급락했다. 당시 중국은 부동산 시장 불황으로 관련 산업은 물론 내수소비도 위축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이 ‘디플레’를 전 세계에 수출한 시점과 맞물린 것이다.
당시 국내 부동산 시장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위축되면서 KCC글라스는 대내외적으로 악재에 직면했다.
KCC글라스 입장에서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성장성과 공급과잉 문제를 떼어놓고 보면 다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KCC글라스는 현지에서 후발주자였기 때문에 사전에 더욱 신중한 결정이 필요했다. 이를 대비하지 못한 것이 현재 재무적 어려움으로 이어진 핵심 요인이다.
신성장 동력, 반도체 유리 기판…’후발 주자’ 악몽 우려
신평사들이 신용등급 혹은 등급전망을 조정하는 것은 그 방향에 대한 매우 강한 시그널이다. ‘후행적 평가’라는 비판이 늘 따라다니지만 역으로 보면 그만큼 신중하면서도 불가피한 경우 레이팅을 한다.KCC글라스의 수익성 악화와 부채 부담 증가는 국내외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당장 KCC글라스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의미다.
반도체 유리기판 사업 진출로 반전을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이 사업에서도 역시 KCC글라스는 후발주자다. 업계 경쟁강도 또한 심화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성장 기대감은 여전히 높지만 KCC글라스에 유의미한 실적으로 이어질지 아직은 미지수다.
한편, KCC글라스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에 적용할 유리를 국채과제 형태로 개발중이다. 지난 2024년 7월에 시작해 오는 2028년 12월까지 이어지는 과제다. 현재 KCC글라스는 이 국책과제에서 총괄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관련 기술적 주도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반도체 유리 사업은 2029년에야 가시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존 유리 사업은 전방산업 부진과 저가 공세 등으로 악화되고 있다. ‘수익 공백’에 따른 재무위기를 관리하는 동시에 신사업 투자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등 어려운 과제가 눈앞에 놓인 셈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KCC글라스가 인도네시아를 진출하는 과정에서 타이밍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중국 기업들의 물량 공세와 글로벌 통상 환경 악화 등에 대한 전략 변화 대응이 부족했던 점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유리 기판 사업은 기대 요인이지만 실적 가시화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재무불안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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