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단순히 가격을 추종하는 후발 주자가 아니라, 감축 프로젝트, 탄소크레딧의 생성과 가격 형성, 정보 흐름을 구조적으로 결정하는 위치에 서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더 나아가 파생상품을 활용한 탄소금융과 시장의 효율성, 위험 이전(Risk Transfer), 그리고 미래 탄소크레딧에서 발생할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전환하는 구조화금융(Structuring)까지 금융 구조를 심화시키며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 산업의 전통적 수익 구조와 인프라 권력
글로벌 은행들이 국제 탄소크레딧 시장에서 단순 거래를 넘어 플랫폼 인프라 장악에 집중하는 이유는 금융 산업 특유의 수익 및 권력 구조에 기인한다. 금융 시장의 수익 단계는 크게 자산 생성, 거래, 그리고 청산·정산·결제 및 수탁·신탁 단계로 나뉜다.• 생성 및 거래 단계: 프로젝트 기반의 일회성 수익이거나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하는 중개 수수료 중심의 불안정한 구조이다.
• 결제 인프라 영역: 거래가 발생하는 한 지속적인 수익이 보장되며, 시장 참여자가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필수 인프라'로서 자연스럽게 독점적 지위를 형성한다.
실제로 국제송금의 SWIFT, 주식 시장의 DTCC, 채권 시장의 Euroclear처럼 역사적으로 금융 시장을 실질적으로 지배해 온 주체는 거래 중개인이 아닌 결제 인프라를 장악한 기관이었다. 탄소크레딧 시장 역시 이와 동일한 경로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카본 플레이스(Carbonplace) 인프라의 한계
현재 '카본플레이스(Carbonplace)'와 같은 은행 주도의 네트워크는 기존 금융권의 KYC(고객확인)와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을 이식한 중앙집중형 청산·정산·결제(이하 결제)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 이는 발행이 완료된 크레딧의 '사후 유통'에는 적합하지만, 감축 현장의 실시간 데이터와 금융 결제망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기술적 단절을 안고 있다.특히 베라(Verra)나 골드 스탠더드(Gold Standard) 같은 주요 레지스트리 기관이 보안상의 이유로 외부 API 연동을 제한하고 있어, 은행이 실시간으로 감축량과 소유권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반의 독자적인 d-MRV 시스템과 레지스트리를 직접 구축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플랫폼 인프라를 장악해야 하는 4가지 구조적 이유
은행들이 탄소크레딧이라는 무형 현물자산(RWA)를 자체적으로 확보하기보다 플랫폼 인프라 구축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전략적 특성 때문이다.1. 네트워크 효과와 독점성: 거래소는 경쟁 관계에 놓일 수 있지만, 결제 인프라는 효율성을 위해 소수의 시스템으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어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기 용이하다.
2. 데이터 허브(Data Hub): 누가, 언제, 어떤 가격으로 거래했는지에 대한 모든 최종 기록이 결제 시스템에 집적되므로, 시장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는 핵심 데이터 인프라 역할을 한다.
3. 고부가가치 금융상품 설계: 축적된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왑, 선도, 옵션, ETF 등 단순 수수료와 비교할 수 없는 고부가가치 파생상품과 구조화 금융을 설계할 수 있다.
4. 기술 표준 및 규칙 제정: 인프라 설계 과정에서 데이터 형식, 결제 방식, KYC(고객확인) 절차 등 시장의 표준과 질서를 직접 정의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가치사슬의 관점에서 본 다운스트림
국제 탄소크레딧 시장의 가치사슬은 업스트림(감축 프로젝트), 미드스트림(자산화 및 상품화), 다운스트림(결제 및 금융 인프라)으로 구분된다.은행은 본질적으로 자원이나 상품 산업의 플레이어가 아니라 계좌, 결제, 수탁·신탁 시스템을 운영하는 인프라 산업의 주체이다. 따라서 글로벌 은행들의 최종 목적지는 탄소크레딧이라는 상품 자체가 아니라, 그 상품이 이동하는 금융의 통로(Downstream)를 장악하여 탄소크레딧과 관련한 금융 구조 자체를 지배하는 것이다.
탄소크레딧의 자산화와 상품화가 핵심 이슈
국제 탄소크레딧 시장의 주도권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된 초기 국면에 불과하다. 현재 경쟁이 집중되는 영역은 이미 글로벌 은행들이 진입한 거래·청산·정산·결제와 같은 시장 및 금융 인프라 영역이 아니다. 진짜 승부처는 아직 누구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감축량 검증, 데이터 생성, 탄소크레딧 발행 및 최초 소유권 등록과 같은 원천 및 발행 인프라 영역이다.더 나아가 감축 프로젝트 투자와 장기 선매수 계약(Offtake)을 통한 기초자산 확보(Upstream), MRV와 레지스트리를 통한 탄소크레딧의 상품화 및 자산화(Midstream), 그리고 실물 트레이딩, 거래소, 파생상품, 구조화금융으로 이어지는 시장 및 금융 인프라 구축(Downstream)까지 전체 가치사슬을 통합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금융기관만이 향후 국제 탄소크레딧 시장의 주도권, 나아가 시장 구조 설계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즉 세 가지 핵심 요소(d-MRV × Registry × Exchange)를 블록체인 기술로 통합하여, 감축 데이터 생성부터 자산화, 거래, 영구 저장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신뢰 체계로 연결하는 은행이 미래 탄소 금융의 설계자가 될 수 있다.
한국 금융의 전략적 승부수 : 스타트업과 전략 제휴
한국 금융권, 특히 은행권에 주어진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다. 전통적인 금융사의 IT 역량만으로 복합적인 블록체인 기술기반의 통합적인 d-MRV 시스템, Registry & Exchange 플랫폼 인프라와 에지 컴퓨팅 기술을 단기간에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은 감축 현장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보유한 기술 기반 스타트업과의 전략적 제휴다.• 은행의 역할: 자본력, 금융 구조화 능력, 결제 인프라, 글로벌 네트워크 제공
• 기술 기업의 역할: 데이터 생성, 무결성 검증, 등록 및 보안 기술 제공
이러한 역할 분담을 통해 데이터 생성 단계에서부터 금융 결제 단계, 그리고 사용 후 폐기 단계까지 탄소크레딧의 전 생애주기 데이터를 영구적으로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는 구조가 구축될 때, 비로소 검증된 실물 감축량 데이터와 금융 시장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독보적인 플랫폼 인프라가 완성되는 것이다.
시사점: 한국 금융권의 전략적 방향
현재 국제 탄소크레딧 시장은 단순한 환경 상품 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금융 인프라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한국의 은행들이 단순히 크레딧 확보나 상품 판매(Midstream)에만 머무른다면 장기적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따라서 한국 금융권은 탄소크레딧을 '영업 상품'이 아닌 ' 플랫폼 인프라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 탄소크레딧 계좌 및 결제·정산 시스템 구축
• 국제 레지스트리와의 연동 및 자산 수탁 서비스 강화
•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한 파생상품 및 구조화 금융 시장 선점
결국 국제 탄소크레딧 시장에서의 승패는 얼마나 많이 거래하느냐가 아니라, 자산의 이동을 관리하는 플랫폼 인프라 구조 내에서 어떤 핵심적인 역할을 차지하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실행이 지배력을 결정한다
국제 탄소크레딧 시장에서 기회는 무한하지만 시간은 유한하다. 일본은 이미 정부와 금융이 연계하여 아프리카 등지에 자국 주도의 d-MRV와 레지스트리 시스템을 도입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한국 역시 단순히 크레딧을 사고파는 중개 상인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신뢰 데이터 체계의 운영자가 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완벽한 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을 통한 점진적 개선이다. 지금 바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기후금융의 핵심 허브라는 지위는 일본, 싱가포르, 스위스 등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는 선점국들에 의해 빠르게 잠식될 것이다. 국제 탄소크레딧 시장의 미래는 자본의 규모가 아니라, 실물과 금융을 잇는 ‘디지털 신뢰 인프라’를 누가 먼저 장악하느냐에 달려 있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개발되어 아프리카,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서아시아, 남미 등 지에서 구축 중인 국가 탄소 관리 시스템 (Carbon d-MRV System = Carbon Registry)와 연동된 Carbon Exchange로 먼저 국제 탄소크레딧 시장에 진입하면 시장 선점의 기회가 많아진다는 관점을 주장해주렴
한국 정부와 은행, 전략적 접근 절실
한국 은행들이 국제 탄소크레딧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탄소크레딧 거래나 탄소금융 상품 판매에 참여하는 수준을 넘어, 국제 탄소크레딧 시장 플랫폼 인프라 구축 단계에서부터 전략적으로 진입할 필요가 있다.특히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국가 탄소 관리 시스템(Carbon d-MRV System + Carbon Registry)과 연동된 Carbon Exchange 구축에 초기부터 참여하고, 한국 정부와 협력하여 ODA를 활용한 해외 감축 프로젝트 유치 국가의 d-MRV 및 Registry 구축 단계부터 플랫폼을 함께 구축·운영하는 구조로 시장에 진입한다면, 한국의 은행들은 탄소크레딧을 단순히 매매하는 금융기관을 넘어 탄소크레딧의 생성, 자산화, 유통 구조 자체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플랫폼 인프라 사업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결국 국제 탄소크레딧 시장에서의 경쟁은 거래 규모의 경쟁이 아니라, 감축 데이터의 생성, 탄소크레딧의 발행, 최초 소유권의 등록, 거래 시장의 운영이라는 전체 가치사슬을 누가 구축하고 운영하느냐의 문제이며, 이러한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국가와 금융기관이 향후 국제 탄소크레딧 시장의 구조적 주도권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리차드윤 KIUDA 창업자는
한양대를 졸업하고 호주 시드니대학교에서 경제·마케팅 분야 전문교육과정(CCE)을 이수했다. 호주 맥쿼리대학교 대학원에서 응용금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뉴질랜드 매시대학교 대학원에서 은행학으로 전문과정(PGD)을 이수했다. 뉴질랜드 웨스트팩은행(Westpac Bank) 수석매니저, ANZ 내셔널은행 아시안사업부 본부장, 핀란드 페라툼은행(Ferratum Bank) 아시아태평양지역(APAC) 총괄, SK증권 디지털금융사업부 대표 및 고문을 역임했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탄소크레딧 관리 플랫폼 인프라 (Carbon d-MRV System x Carbon Registry x Carbon Exchange) 개발한 KIUDA DHP LTD를 공동 창업해 현재 최고경영자를 맡으면서, KIUDA JV팀과 함께 아프리카, 남미, 중동, 남아시아 및 서아시아에 위치한 국가에 플랫폼 인프라를 구축해주고 있다.
리챠드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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