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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HD현대 회장 ‘취임 1년’ 37년 만에 오너 경영 체제…“위기엔 반전, 호황엔 체력”

정진아 기자

urzinnie@fntimes.com

기사입력 : 2026-10-12 00:00

실적 부진 건설기계 직접 맡아
반년 만에 영업이익 목표 채워
조선·전력·석유화학 등 ‘순항’

△1982년생 / 대일외고, 연세대 경제학 학사 /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 / 2009년 현대중공업 입사 /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 / 2014년 현대중공업 기획재무부문장 상무 / 2015년 현대중공업 기획재무총괄부문장 전무 / 2018년 현대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 2021년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 2023년 HD현대·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회장 / 2024년 HD현대·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 2025년~ HD현대·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회장

△1982년생 / 대일외고, 연세대 경제학 학사 /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 / 2009년 현대중공업 입사 /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 / 2014년 현대중공업 기획재무부문장 상무 / 2015년 현대중공업 기획재무총괄부문장 전무 / 2018년 현대중공업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 2021년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 2023년 HD현대·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회장 / 2024년 HD현대·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 2025년~ HD현대·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회장

[한국금융신문 정진아 기자] 정기선닫기정기선기사 모아보기 HD현대 회장이 오는 17일 취임 1년을 맞는다. 1년 전 취임 후 발송한 첫 사내 메일에서 그룹 주력 사업 위기를 짚고 처방을 내놓았다. 특히 실적 부진을 겪던 건설기계 중간지주사 대표직을 맡아 최전방으로 뛰어들었다.

정기선 회장이 직접 챙긴 건설기계는 통합법인 출범 반년 만에 연간 영업이익 목표를 채우며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조선은 올해 수주 목표 80%를 이미 넘겼고, 석유화학은 업계 사업재편 1호 통합법인을 출범시켰다. 호황을 맞은 전력기기는 수주 목표를 높여 잡고 미국 공장 증설로 다음 사이클에 대비하고 있다. 위기 부문엔 반전을, 호황 부문엔 체력을 주문한 처방은 1년 만에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위기’ 진단, 직접 지휘 나서

정기선 회장은 1982년생으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2009년 현대중공업 기획실 재무팀으로 입사해 HD현대 경영지원실장, HD현대중공업 선박영업 대표,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를 지냈다. 지난해 10월 17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수석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HD현대는 37년 만에 오너 경영 체제로 돌아왔다.

취임 사흘 뒤인 20일 임직원에게 보낸 첫 사내 메일 화두는 ‘위기’였다. 정기선 회장은 “우리 그룹이 당면한 경영환경은 매우 엄중하다”며 미·중 패권 경쟁과 경기침체, 중국발 공급과잉을 복합 리스크로 꼽았다.

사업별 진단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조선은 전 세계 선박 발주가 급감하는 가운데 중국의 저가 공세가 거세고, 건설기계는 경쟁업체에 시장을 잠식당했으며, 정유·석유화학은 유가와 정제마진 하락으로 불황에 직면했다고 봤다.

사업별 대책을 마련했다. 조선은 디지털·AI(인공지능) 기반 미래형 조선소인 ‘퓨처 십야드’, 건설기계는 글로벌 생산 체계 재편, 정유·석유화학은 윤활유·발전 등 신사업을 제시했다.

정기선 회장은 HD현대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직에 이어 건설기계 중간지주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 공동대표를 새로 맡았다. HD현대는 인사 당시 실적이 부진한 건설기계 사업 위기 극복과 새 성장동력 마련을 겸직 이유로 들었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합병을 앞둔 시점이었다.

건설기계는 정기선 회장과 인연이 깊은 사업이기도 하다. 그는 2021년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 인수 작업을 주도하며 건설기계를 그룹 핵심 사업으로 키워왔다.

반년 만에 연간 목표 채운 건설기계

두 회사가 합쳐 지난 1월 출범한 HD건설기계는 올해 목표로 매출 8조7218억 원, 영업이익 4396억 원을 제시했다.

HD건설기계는 기대 이상 결과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1분기 매출 2조3049억 원, 영업이익 1907억 원을 기록했다. 합병 전 두 회사 실적을 합산한 기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22.1%, 영업이익은 88.3% 늘었다. 2분기에는 매출 2조4342억 원, 영업이익 2489억 원으로 통합법인 출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10.2%)을 기록했다.

상반기 영업이익 합계는 4396억 원으로, 연초 제시한 연간 목표와 같은 금액이다. 반년 만에 1년 치 목표를 채운 셈이다.

글로벌 건설기계 수요 회복 영향도 있었지만 통합 효과가 더해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HD건설기계는 영업조직을 8개 권역장 체제로 재편해 ‘현대’와 ‘디벨론’ 두 브랜드가 시장별로 움직이도록 했다. 중국 생산거점은 강소·연태 두 곳에서 연태 한 곳으로 합쳐 고정비를 줄였다.

지역별로는 광산용 장비 수요가 몰린 중동·아프리카 매출이 1분기 68.1%, 2분기 51.4% 늘며 성장을 이끌었다. 중남미(46.3%, 29.9%)와 북미(26%, 18%), 유럽(59%, 25%)도 두 분기 연속 증가했다. 엔진 부문 상반기 매출은 7222억 원으로, 산업용·방산용 엔진 판매가 늘며 1분기 10%, 2분기 5% 각각 증가했다.

취임 메일에서 건설기계 해법으로 제시한 ‘글로벌 생산 체계’ 재편이 실제 실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생산 기반 확대도 이어진다. 군산 신공장을 통해 방산·발전용 엔진 사업도 키운다는 계획이다.

전력기기 ‘호황 관리’ 주문

전력기기는 ‘호황 관리’를 주문했다. 정기선 회장은 취임 메일에서 “최근 전력 소비 증가로 호황을 맞고 있는 HD현대일렉트릭은 지금의 기회를 살려 근본적인 체력을 다질 수 있기를 바란다”며 “다시 불황이 찾아왔을 때 과거와 같은 엄중한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금 미래를 위한 투자와 준비를 철저히 해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력기기 호황은 이어지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분기 매출 1조1418억 원, 영업이익 287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6%, 37.3%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25.1%에 달했다.

북미 전력망 교체 수요와 고압차단기 해외 판매가 늘었고, 배전기기는 국내 반도체 프로젝트 공급 확대로 매출이 20.2%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 수주는 32억3700만 달러, 수주잔고는 84억9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9.6% 증가했다.

회사는 지난 7월 올해 수주 목표를 42억2200만 달러에서 51억8500만 달러로 22.8% 상향 조정했다. 이는 북미 전력 인프라 투자와 765㎸ 초고압변압기, 데이터센터용 배전기기·발전기 수요 확대를 반영한 것이다.

정기선 회장이 주문한 ‘미래를 위한 투자’도 진행 중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 생산법인에 약 2억 달러를 들여 제2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4월 준공되면 연 105대 수준인 현지 변압기 생산능력이 150대 수준으로 늘어난다. 호황기에 늘어난 수요를 현지 생산능력으로 흡수해 다음 사이클에 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조선 ‘순항’...석화 재편 ‘선두’

건설기계뿐 아니라 다른 사업들도 순항하고 있다. 조선은 호황 속에 수주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 올해 누적 수주는 지난달 22일 기준 169척, 187억1000만 달러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수주액(185억5000만 달러)을 넘어섰다. 이는 연간 목표(233억1000만 달러)의 80.3%다.

미국 시장에서는 조선소 인수 대신 기술 이식을 택했다. HD현대는 지난 8월 미국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 산하 잉걸스 조선소에서 생산성 향상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첫 단계로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가 쓰는 지능형 용접 시스템을 현지에 도입했다. 작업 대상과 조건을 자동으로 인식해 용접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정하고, 작업자 한 명이 로봇 여러 대를 동시에 관리하는 방식이다.

미국 대형 설계·조달·시공(EPC) 기업 키윗과는 현지 선박 공동 건조를 모색하고 블록·모듈 생산에 협력하기로 했다.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지멘스와는 설계부터 시운전까지 선박 건조 전 공정을 디지털로 잇는 AI 기반 미래형 조선소 구축에 협력한다.

정기선 회장이 취임 당시 조선 해법으로 제시한 ‘퓨처 십야드’ 구상이 미국 현장에서 구체적인 협력 사업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석유화학은 업계 재편 선두에 섰다.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대산 석유화학 사업을 합친 통합법인 ‘H&L어드밴스드’를 출범시켰다. 정부가 승인한 석유화학 사업재편 첫 통합 사례다.

지분은 두 회사가 50%씩 보유하고, 앞으로 3년간 롯데케미칼 대산 나프타분해시설(NCC) 110만t 가동을 멈춘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전체 NCC 감축 목표(270만~370만t)의 30~40%에 해당하는 규모다. 범용 제품 비중을 줄이는 대신 전선·케이블용 경량 소재, 2차전지 전해액용 유기용매 같은 스페셜티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옮긴다는 계획이다. 정기선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도 이 같은 선제적 사업재편을 지난해 성과로 꼽았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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