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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도 힘 못 쓴다…대출 규제에 지방 청약 시장 ‘시들’

조범형 기자

chobh06@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1-19 18:00

지난해 12월 분양에 나선 GS건설 수지자이 에디시온 견본주택 모형도./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지난해 12월 분양에 나선 GS건설 수지자이 에디시온 견본주택 모형도./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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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당장 계약금은 마련하겠는데, 중도금이랑 잔금 대출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상담받아보니 생각보다 한도가 너무 적어서 포기해야 하나 싶습니다.”

지난해 주말 지방의 한 신규 분양 단지 견본주택에서 만난 40대 직장인 A씨는 굳은 표정으로 상담석을 나섰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석 달째, 청약은 넣고 싶지만 대출이 나올지에 대해 확신이 없는 방문객들의 표정이 어두웠다.

지난해 12월 분양한 역삼센트럴자이는 견본주택 방문조차 철저한 사전 예약 손님만 허용할 정도로 까다로웠고, 방문객들은 입지와 분양가에만 집중할 뿐 대출 여부를 고민하지 않는 현금 부자들로 가득했다. 청약 결과는 예상대로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하며 우리나라에 현금 부자가 이렇게 많았나 싶을 만큼 강한 수요를 입증했다. 이는 10·15 대책 강화 속에서도 서울 강남권 프리미엄이 여전히 현금 실수요층을 압도적으로 끌어당긴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이처럼 일부 선호 지역을 제외하면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파워'조차 대출 규제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는 형국이다.

지난해 12월 인천에서 시티오씨엘 8단지가 분양에 나섰다. HDC현대산업개발·현대건설·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46층, 7개 동, 전용면적 59~136㎡ 규모의 총 1349가구로 구성된다. 인천 비규제지역에서 상위 건설사가 대단지 아파트로 분양에 나섰지만, 전용 84㎡ 주요 타입은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1·2순위 1124가구 모집에 청약통장 1280건이 접수된 결과, 대형 건설사 브랜드와 비규제라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전체 평균 1.14대 1 수준에 그쳐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겼다.

지난해 12월말 GS건설은 용인 지역에서 '수지자이 에디시온' 분양에 나섰다. 규제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특별공급은 345가구 모집에 평균 2.88대 1 경쟁률을 기록했고 1·2 순위 경쟁률도 243가구 모집에 1018개의 청약통장이 접수되는 등 양호한 성적을 기록했다.

'10·15 대책' 직격탄…묶인 대출에 발길 돌리는 수요자

지난해 발표된 10·15 대책의 핵심은 대출 규제 강화와 규제 지역 확대다. 특히 수도권과 규제 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적용되는 스트레스 금리가 기존 1.5%에서 3.0%로 상향되면서 차주들이 체감하는 대출 한도는 대폭 줄어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분양 관계자는 "방문객 대다수가 입지나 평면보다 '대출이 얼마나 나오느냐'를 먼저 묻는다"며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맞물려 실수요자들조차 자금 조달 계획을 세우지 못해 청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견본주택 내부의 대출 상담 창구는 단지 모형도 앞보다 훨씬 붐볐으나,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이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한 상담원은 "소득 증빙이 어려운 자영업자나 이미 기존 대출이 있는 다주택자들은 사실상 신규 대출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서울은 '불패', 지방은 '참패'…극심한 양극화

시장 분위기는 지역별로 극명하게 엇갈린다. 서울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매수세가 이어지는 반면, 지방은 대형 건설사가 공급하는 단지들은 간신히 미분양을 벗어나는 정도의 성적을 거뒀다.

과거에는 ‘1군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식만으로도 수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이제는 브랜드보다 ‘당장 내 지갑에서 빠져나갈 현금’이 더 중요해진 분위기다. 지방의 경우 비규제 지역이라는 이점조차 힘을 못쓰고 있다.

6월 지방선거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오는 6월 치러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건설사들은 ‘일단 소나기를 피하자’는 분위기다. 통상 선거철에는 국민적 관심이 정치로 쏠리면서 분양 시장이 일시적으로 위축되고, 선거 결과에 따라 지역 개발 공약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커진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분양 일정을 늦추는 전략을 주로 취한다. 매번 선거를 치를 때마다 비슷한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좋을 때는 선거 이후 밀어둔 단지들의 청약 일정을 바로 잡지만, 지난해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로 이미 일정이 미뤄진 데다, 올해는 지방선거까지 겹치면서 분양 시점이 더 늦춰지는 단지들도 많다”고 말했다.

공급 절벽과 미분양의 이중고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지방 분양 시장의 침체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분양가는 계속 오르는데 구매력은 뒷받침되지 못하는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건설사는 물론, 대형사들까지 지방 사업장 수익성 악화로 공급을 줄이게 되면 향후 주택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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