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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QN김범석과 기업가정신: 혁신의 이름으로 박제된 '책임의 부재'

두경우 전문위원

kwd1227@

기사입력 : 2025-12-30 09:21

쿠팡의 성장 이면, 가혹한 노동 환경과 무책임으로 점철된 '혁신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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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QN] 김범석과 기업가정신: 혁신의 이름으로 박제된 '책임의 부재'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두경우 전문위원] "기업가는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공동체에 전가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정의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본질은 단순히 시장의 빈틈을 찾아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사회의 질적 개선을 이끌되,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사회적 비용에 대해 경영자가 책임을 인식하고 감당하려는 태도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최근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쿠팡과 김범석닫기김범석기사 모아보기 의장의 행보를 보면, 그가 강조해 온 혁신의 이면에 과연 ‘사람’과 ‘책임’이 충분히 자리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위기마다 반복되는 책임 논란, 뒤로 숨은 경영자
쿠팡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로켓배송’이라는 혁신적 서비스를 도입하며 소비자의 생활 방식을 크게 바꿔 놓았다. 그러나 서비스 확장이 가속화될수록, 쿠팡을 설계한 김범석 의장의 기업가정신이 책임의 영역에서 충분히 구현되고 있는지를 둘러싼 문제 제기 역시 이어지고 있다.

쿠팡의 성장을 견인한 핵심 동력은 AI와 알고리즘에 기반한 고효율 물류 시스템이다. 다만 이 시스템의 운영 방식이 노동자를 인격적 주체가 아닌 관리 대상의 소모품으로 취급해 왔다는 비판 또한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20년 경북 칠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고(故) 장덕준 씨 사망 사건은 이러한 논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장 씨는 장기간 야간 근무를 수행한 끝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업무상 질병(과로사)'으로 인정했으나, 쿠팡 측은 소송 과정에서 고인의 사망 원인을 '개인적 다이어트' 때문이라고 주장해 유가족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조직 차원의 노동 관리 방식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작년에 공개된 약 1만 6천 명 규모의 'CPLS(쿠팡풀필먼트서비스) 블랙리스트' 의혹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의 권리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기업 권력으로 통제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명단에는 퇴직자뿐만 아니라 취재진 등 일부 외부 인사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비판적 목소리를 원천 차단하려는 폐쇄적 조직문화의 민낯을 드러냈다.

일반적으로 리더십의 진가는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하지만 김범석 의장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책임의 일선에서 뒤로 숨는 행보를 보였다.

2021년 6월 발생한 이천 덕평 물류센터 화재는 그 대표적 사례다. 소방관이 순직하고 지역 사회에 환경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쿠팡은 화재 발생 당일 오전에 김 의장이 한국 쿠팡의 모든 직책에서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을 의식한 조치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국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올리면서도, 정작 책임져야 할 순간에는 미국 법인(Coupang Inc.) 의장 신분을 방패 삼아 외면하는 행태는 글로벌 기업 경영자로서의 책임감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시장 지배력과 글로벌 스탠다드: 혁신가인가 약탈자인가
2024년 6월, 쿠팡은 검색 알고리즘 운용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4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상단에 배치하고, 상품평 작성 과정에서 임직원을 동원하는 등 조직적 개입이 있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소비자 선택권과 공정 경쟁 질서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시장의 규칙을 어긴 것보다 더욱 치명적인 신뢰의 균열은 최근 특검 수사와 검찰 압수수색으로 비화된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고에서 드러났다. 수천만 명 규모의 개인정보가 전직 중국인 직원에 의해 외부로 유출된 중대한 사안임에도,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보다 변명과 책임 회피로 점철된 쿠팡의 초기 대응 모습은 온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쿠팡의 행보는 글로벌 기업들의 위기 대응 사례와 비교했을 때 더욱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존슨앤존슨은 1982년 타이레놀 독극물 주입 사건 당시 제조 결함이 아니었음에도 즉각 3100만 병을 전량 회수하며 "이윤보다 소비자 안전"이라는 원칙을 지켰다. 반면, 배출가스 조작으로 소비자를 기만했던 폭스바겐은 천문학적인 벌금과 함께 주요 책임자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기업이 사회적 신뢰를 저버렸을 때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쿠팡은 스스로를 글로벌 기업이라 칭한다. 그렇다면 경영진의 윤리 의식 역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해야 한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노동 환경 비판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며 구체적인 지표를 제시했던 것과 달리, 김 의장의 쿠팡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법무법인을 앞세운 방어적 태도로 일관해 왔다.

김범석 의장은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말을 듣게 하겠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소비자가 체감하는 편리함이 가혹한 노동 환경과 책임 회피, 시장 질서 훼손이라는 구조 위에서 만들어 진 것이라면 그 성과를 무조건 혁신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기업가정신은 단순한 도전이나 외형적 성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성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의 윤리성과,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감수하려는 태도가 결합될 때 비로소 사회적 정당성을 얻는다.

이러한 기준에서 보면, 김 의장이 미국 국적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을 받지 않아 온 점이나, 쿠팡이 전·현직 정부·국회 출신 인사들을 다수 영입해 대관 장벽을 강화해 온 행보는 기업가정신과는 거리가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이뤄진 광범위한 로비 활동 역시 쿠팡의 성장이 혁신보다는 정치적 관리 능력에 의해 지탱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현재 쿠팡이 직면한 소송과 규제 리스크는 단순한 외부의 견제라기보다 그동안 누적돼 온 비도덕적 경영 방식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가시화되는 과정일 수 있다.

법적 해석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책임을 면피하고 비도덕적 조직문화를 방치한다면, 김범석이라는 이름은 혁신의 상징으로 남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숫자로 증명되는 성장보다, 그 성장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졌는지에 대한 설명과 책임이다. 그것이 오늘날 사회가 요구하는 진짜 기업가의 자격이다.

두경우 한국금융신문 전문위원 kwd122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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