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베디드 금융’이란 비금융 기업이 자사 플랫폼에 금융 서비스를 통합하여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기존의 금융 서비스가 비금융 기업의 플랫폼 내에 내장돼 소비자 편의성을 강화해주는 형태다.
금융당국은 앞서 여러 차례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은 은행의 수익구조 개선 및 비이자이익 확대를 주문해왔다. 임베디드 금융으로 인해 발생하는 플랫폼 수익은 은행들의 비이자이익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의 비이자이익은 직전해 대비 4.7% 줄어든 1조1130억원을 기록한 반면, 신한은행의 비이자이익은 20.5% 늘어난 5206억원으로 나타났다. 절대적인 비중은 여전히 국민은행이 훨씬 높지만, 신한은행의 성장세가 만만치않은 모습이다.
비이자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이익을 살펴보면, 신한은행의 수수료이익은 2024년 1분기 2641억원에서 올해 1분기 2815억원으로 200억 가량 늘었다. 반면 국민은행의 수수료이익은 2024년 1분기 3004억원에서 올해 1분기 2702억원으로 줄어들며 신한은행에 역전을 허용했다.
임베디드 금융은 거액의 요구불예금을 빠르게 유치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 은행들의 비용 조달에도 도움이 된다. 요구불예금은 언제든 인출 가능한 예금으로 입출금이 자유롭고 유동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국민은행의 요구불예금은 ‘24년 1분기 153조원 규모에서 ’25년 1분기 156조원 규모로 늘었고,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37조원 규모에서 39조원 규모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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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의 임베디드 금융 전략은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기업들과의 적극적인 제휴다.
지난달 국민은행은 스타벅스와의 제휴를 통해 ‘KB 별별통장’과 ‘KB 스타벅스 계좌 간편결제 서비스’를 선보이며 주목을 끌었다. 국민은행 계좌를 이용하면 스타벅스 앱 내에 최초 도입되는 계좌 간편결제 서비스에서 계좌번호 입력 없이 편리하게 결제수단으로 등록할 수 있는 식이다.
앱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스타벅스 앱 이용자 수는 2023년보다 13% 늘어난 773만 명으로, 식음료 브랜드 앱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중 서울 도봉구 쌍문역 국민은행 영업점 입점을 비롯한 스타벅스와의 접점은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또 같은달 21일에는 삼성금융네트웍스의 통합 금융 플랫폼인 ‘모니모’와 협업을 통해 모니모 앱에서만 개설 가능한 수시입출금통장 ‘모니모 KB 매일이자 통장’도 공개했다. 일 잔액 200만원까지 최대 연 4.0%의 금리를 제공한다. 삼성금융네트웍스와의 연계를 통한 삼성카드∙삼성생명∙삼성화재 관련 자동이체 등록 등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국민은행의 전략이 ‘B2C(Business to Consumer)’라면, 신한은행의 임베디드 금융 행보는 ‘B2B(Business-to-Business)’에 방점이 찍혀있다.
대표적으로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현대제철 'HCORE STORE(에이치코어 스토어)' 입점 판매업체들을 위해 BaaS형 공급망금융 '비대면 판매론 서비스'를 선보였다. 'HCORE STORE'는 현대제철이 운영하는 온라인 철강 판매 플랫폼으로 현대제철의 'HCORE' 브랜드 철강 제품 등을 취급하는 판매업체 중소기업들이 입점해 있다. '판매론'은 전자방식 대출을 통해 판매기업과 구매기업의 자금흐름에 도움을 주는 금융상품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현대모비스와도 공급망 금융을 제공하기로 하고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해에는 CJ프레시웨이와 식자재유통 연계 BaaS기반 금융솔루션 제공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구체적으로는 BaaS 기반 정보를 활용한 금융솔루션 제공 프로세스 구축, 매출대금정산관리 효율화를 위한 협력모델 발굴, QR시스템을 활용한 주문서비스 최적화 솔루션 제공, 외식사업자들을 위한 금융상품 개발 등이 테이블에 올랐다.
여세를 몰아 신한은행은 지난 16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음식 주문중개 플랫폼 서비스’를 부수 업무로 정식 승인 받았다. 신한은행의 음식 주문중개 플랫폼 ‘땡겨요’는 지난 2020년 12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후 1년여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우리 동네 배달앱’이라는 슬로건으로 2022년 1월 출시됐다.
신한은행은 음식 주문중개 배달앱 ‘땡겨요’를 대표 비금융 서비스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고 AI∙블록체인 등 Web 3.0 기술 기반 탈중앙화 프로토콜 경제 모델을 배달앱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미 땡겨요는 한국은행 디지털화폐 테스트 ‘프로젝트 한강’의 결제 가맹점으로 참여하며, 생활밀접 서비스인 배달앱에서 결제수단으로써의 확장성을 점검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임베디드 금융의 목표는 결국 고객기반 확대"라며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임베디드 금융의 중요성을 언급한 만큼 은행권의 선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