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1주년을 기념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에는 정은보닫기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기업이 자발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공시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높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자는 정책이다. 지난해 5월 가이드라인 발표를 시작으로 1년간 코스피 상장사 기준 시가총액의 약 50%에 해당하는 기업이 참여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단 1년 만에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시장 문화가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냈다”며 “앞으로도 밸류업 지수 개발과 연계 상품 확대, 컨설팅 등 다방면의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밸류업 참여 기업의 주가 흐름은 비참여 기업 대비 뚜렷한 우위를 나타냈다. 공시기업의 2024년 주가수익률은 평균 +4.5%로, 코스피 지수(-9.6%)와 미공시 기업 평균 수익률(-16.9%)을 크게 상회했다. 특히 금융업종 공시기업의 경우 주가가 25.3% 상승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4에서 0.5로 개선됐다.
주주환원 지표에서도 괄목할 성과가 나타났다. 올해 자사주 취득 규모는 전년의 8.2조 원에서 18.7조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소각 규모는 4.8조 원에서 13.9조 원으로 확대됐다. 현금 배당도 전년 대비 10.8% 증가해 32.7조 원에 달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축사에서 “밸류업은 기업 스스로가 시장의 목소리를 먼저 생각하고 진정성 있는 변화에 나서야 지속 가능하다”며 “획일적 주주환원에 머물지 않고, 기업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방식의 가치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단지 정책이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과 문화의 문제”라며 “밸류업은 다음 정부에서도 주요한 정책 아젠다로 추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과 KB금융이 경제부총리상을, 메리츠금융지주·삼양식품·KT&G가 금융위원장상을 수상했다. 삼성화재, 신한지주, 현대글로비스, KT, SK하이닉스는 한국거래소 이사장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한 행사와 함께 발표된 밸류업 백서에는 다양한 업종 기업들의 가치 제고 전략이 정리됐다. 공시 기업 중 90%는 주주환원을 목표로 삼았고, 70%는 자본효율성, 52%는 성장성을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기업의 86.4%는 3년 이상 중장기 목표 기간을 제시했다.
국내외 기관투자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4월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0%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으며, 93%는 해당 정책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 CNBC 인터뷰에선 SLAM 자산운용사의 플로리안 와이딩거 CIO가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단순히 일본이나 중국의 개혁을 베낀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자본시장에서 가장 구조화된 정책”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는 향후 중소형 상장기업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 교육·컨설팅을 확대하고, 기관투자자 기반의 투자 확대, 공시기업 중심의 지수 구성 등 후속 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세정 지원, 상장수수료 면제, 공동 IR 기회 제공 등 3대 8종 인센티브도 강화할 방침이다.
정 이사장은 “밸류업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장기적 과제”라며 “주주가치 존중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