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63년 전라남도 강진 출생 / 경성고등학교 / 고려대학교 경영학 학사 / 게이오기주쿠대학교 대학원 경영관리 석사 / 한국투자증권 부사장 / 동원증권 사장 / 동원금융지주 대표이사 사장 /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부회장·회장 /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

김 회장은 ‘책임 경영’을 중시한다. 그는 한국투자금융지주를 계열사 중심으로 운영하면서도 각 계열사에 자율성과 독립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이끈다.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파트너스,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핵심 계열사에는 전문경영인을 전면에 세우고, 자신은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이와 같은 권한 위임 구조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전문성과 신뢰를 중시하는 금융그룹’이라는 시장의 평가를 받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특정 인물에 대한 편애 없이 성과와 전문성에 기반한 인사 원칙도 김 회장의 리더십 특징 중 하나다. 구성원에게 책임을 부여하되, 그에 상응하는 권한을 확실히 보장하는 그의 방식은 ‘신뢰 기반 리더십’의 전형적 사례로 꼽힌다.
예컨대 성과주의 인사 시스템에 따라 대표이사를 교체한 사례에서도, 그는 원칙 중심의 인사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실무 중심의 성장 과정과 참여형 리더십 철학은 김 회장을 단순한 2세 경영인이 아닌 ‘내부에서 올라온 금융 CEO’로 자리매김하도록 했다. 조직 내부에서 신뢰받는 리더, 시장에서 존재감을 갖는 금융인으로서, 그의 성장 배경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성격을 설명하는 데 가장 핵심적 단초가 되고 있다.
특히 증권업에 집중된 수익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을 집요하게 추진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그의 대표적인 전략 중 하나는 비(非)은행 중심의 수직계열화다. 한국투자증권을 중심으로 신탁(한국투자신탁운용), 벤처캐피탈(한국투자파트너스), 사모펀드(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부동산(이지스자산운용) 등 각 금융영역에 전문 자회사 혹은 전략적 투자사를 둬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이지스자산운용은 그룹의 완전 자회사는 아니지만 전략적 제휴관계를 유지하며 부동산금융 영역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김 회장은 이를 ‘유기적 복합 금융그룹’이라 칭하며, 은행 중심의 전통 금융지주들과의 차별점을 강조해왔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발행어음 사업 진출이다. 2017년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최초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았고, 이후 발행어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증권사가 자기 자금을 확보해 직접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그룹의 운용 능력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해외 진출 전략도 뚜렷하다. 김 회장은 국내 금융시장 성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비교적 일찍부터 동남아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
특히 베트남은 그룹의 핵심 전진기지로 낙점됐다. 베트남 현지 증권사인 KIS베트남은 2023년 말 기준 자기자본 약 2400억 원을 기록하며 Top 10권 증권사로 성장했다. 그는 “현지 인재를 육성하고, 장기투자 관점에서 자리를 잡겠다”며 속도보다 방향을 중시하는 글로벌 전략을 펴고 있다.
김 회장은 또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전략 수행의 핵심 동력으로 삼고 있다. 각 계열사에는 자율권을 부여하되, 전략 방향과 비전은 지주 차원에서 조율하는 방식이다. 이는 구성원에게 신뢰를 주는 동시에, 외부 투자자에게도 ‘자율과 견제의 균형이 있는 그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최근에는 스타트업 육성과 ESG 금융 투자 확대도 전략의 새로운 축으로 삼고 있다. 김 회장은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대한 초기투자와 육성을 강화하며, 그룹 전체의 디지털 전환 역량을 강화하고자 KIAC(한국투자 액셀러레이터 센터)를 운영 중이다. ESG 전략 역시 전사 차원으로 확산 중이다.
2023년에는 ESG 전담 조직이 지주 내 신설됐으며 이사회 산하에도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두고 있다.
특히,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스스로를 ‘내부에서 훈련받은 금융인’으로 정의하는 그의 존재감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전문가들은 그를 ‘전문경영인보다 더 전문적인 오너’로 평가한다. 실제로 그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권위적 방식을 지양하고, 실무진의 의견을 경청한 뒤 전략적 판단을 내리는 방식을 택한다.
대형 투자나 인수합병(M&A) 검토 시에도 직접 실무 회의에 참석해 핵심 데이터를 확인하고, 전략 방향을 세우는 모습은 업계에서 익히 알려진 장면이다. 이러한 리더십은 구성원들로부터 ‘함께 일할 수 있는 회장’이라는 신뢰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조직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김 회장은 수평적이고 기능 중심적인 철학을 고수한다. 계열사별 자율경영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지주 차원의 중장기 전략은 명확히 설정하고, 성과에 따른 책임과 보상을 철저히 구분한다.
2020년대 초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교체와 같은 조직 개편 역시, 단순한 인사 교체가 아니라 성과와 전략 재정비에 따른 구조조정이라는 신호를 줬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된다.
김 회장의 장점 중 하나는 ‘길게 보는 경영’이다. 단기 실적보다는 구조적 안정성, 단기 반등보다는 장기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방식은 금융업이라는 본질에 가장 부합하는 경영 전략이란 평가를 받는다.
특히 위기 대응에서 드러나는 조직의 회복력은, 김 회장이 오랫동안 쌓아온 기초 체력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부동산 PF 리스크, 증시 부진 등 복합위기 속에서도 한국투자금융지주가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한 배경에는, 리스크를 ‘시스템적으로 다루는 구조’가 있었다.
또한, 그는 조직문화와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신뢰 기반의 리더십을 실천해 왔다. 사외이사 확대,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확보, ESG 경영 도입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오너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이 같은 시스템 구축은 단기적으로는 조직 내부의 합리성을, 장기적으로는 시장과의 신뢰를 확보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내가 다 책임질 테니 내 말대로 하라’는 구태의연한 오너십이 아닌, ‘조직이 책임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현대적 경영 방식이 김 회장을 대표하는 리더십의 특징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그는 지금까지 이뤄낸 성과를 기반으로 보험업 인수, 디지털 전환 등 그룹의 두 번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 강점을 보여왔던 IB·운용·VC 부문과 보험·리테일·디지털 채널 간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증권 중심 지주사’에서 ‘복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현재 금융지주 시장은 은행 중심의 대형 지주들과 격차를 좁히기 위한 ‘비은행 강화 경쟁’이 한창이다. 경쟁 지주사들이 보험, 캐피탈, 저축은행 등에서 광범위한 수익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아직 증권·운용 중심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보험업 인수 및 신사업 진출이 지연될 경우, 장기 성장동력 확보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또, 디지털 역량 강화와 글로벌 전략 실행에 있어 ‘기민함과 속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남구 회장은 여전히 한국 금융업계에서 보기 드문 ‘전략가형 오너’로 꼽힌다. 그는 빠른 판단보다는 방향성 있는 의사결정을, 단기 실적보다는 구조 개선을 우선하며 조직을 꾸려왔다. 이는 오너 경영의 리스크를 줄이고, 전문경영 체제의 장점을 살리는 가장 안정적 모델이란 점에서 이목을 모은다.
결국, 김 회장의 리더십은 ‘숫자보다는 구조로, 구조보다는 철학’으로 설명될 수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성장’을 넘어 이제 ‘지속가능성’이란 다음 단계를 향해 가고 있다. 그 길의 선두에 김남구 회장이 있다는 사실이, 시장과 조직 모두에게 안심이 되는 이유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