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 등 잇따른 평판 훼손으로 국내 기관이 출자를 꺼리는 가운데 일부 금액의 대출을 연장하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금리는 5.7%에서 6.2%로 오르면서 차입매수 방식의 고금리 부담은 계속 이어지는 모양새다.
한편으로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 자금을 펀드 캐피탈콜(자금납입요청)을 통한 출자자들 자금으로 추가 충당하면서 중국 외환투자공사(CIC)를 위시한 해외 자본의 비중이 한층 확대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국내 대부분의 기관들은 고려아연과 홈플러스 사태로 사모펀드 MBK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고조되자 적대적 M&A 건에 대한 투자를 금지했기 때문에 캐피탈콜에 응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IB업계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캐피탈콜에 응한 출자자들은 대부분 또는 모두 해외자금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6호 펀드의 해외출자자 중 CIC의출자액은 4000억~5000억원 규모로 5%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기관들이 대부분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금을 추가 충당하면서 자연스레 중국자본 CIC를 비롯한 해외 LP들의 출자 비중이 상당수 늘었을 것이라는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MBK의 특수목적회사(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이달 13일 NH투자증권에서 6000억원의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브릿지론을 차환(리파이낸싱)했다. 앞서 MBK는 작년 10월 고려아연 공개매수 자금을 마련키 위해 1조5785억원을 9개월 만기로 설정하고 고정금리 5.7%에 차입했다.
당시 실행한 대출 만기가 오는 7월에 도래하는 만큼 MBK는 대출금 1조 6000억원 가운데 6000억원을 만기 전 텀론으로 전환했다. 나머지 1조원에 대해서는 최근까지 MBK 6호 펀드의 캐피탈콜(출자금 납입 요청)을 실행하면서 확보한 자금으로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MBK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쓴 대출금의 60%가량을 펀드 LP들의 납입금으로 상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 일각에서는 MBK 6호 펀드 출자금 증액에 중국을 위시한 해외자본들의 조력이 어느 정도일지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과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로 MBK의 평판이 극도로 나빠진 데다, 국내기관들이 아예 정관이나 계약조건 등에 적대적M&A에는 출자금을 쓰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에 국내 기관의 출자 증액 가능성은 희박하다는분석과 맞물려 있다.
6호 펀드에 약 3000억원을 출자키로 확약한 국민연금의 경우 올 2월 계약서에 적대적M&A 투자 금지와 관련된 내용을 추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을 운용하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또한 6호 펀드 출자를 둘러싸고 계약서에 적대적 M&A 투자 건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명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국내에서 MBK가 신규 출자자를 확보하는데도 상당한 난항을 겪었다는 후문과도 맞닿아 있다. MBK는 고려아연 적대적 M&A 사태에따른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과학기술인공제회, 노란우산공제회 등 주요 출자사업에서 연이어 탈락했다. 이러한 기조는 올 3월 홈플러스에 대한 기습적인 기업회생 신청, 단기채권 사기발행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더욱 심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MBK로서는 해외 LP들에 캐피탈콜을 요청하는 것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MBK 6호 펀드에는 중국투자공사 외에 중동 자본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 시도를 두고 중국자본과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가능성 등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