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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CEO 등판…‘젊어지는’ 증권사 최연소 사령탑 새 역사

정선은 기자

bravebambi@

기사입력 : 2024-11-11 00:00

40대 뽑힌 유상호 넘어 89년생 김규빈
컴공 출신 등 디지털화 부합 인재 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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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CEO 등판…‘젊어지는’ 증권사 최연소 사령탑 새 역사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86(1960년대생·1980년대 학번)' 세대가 떠난 자리에 1980년대 출생의 증권사 CEO(최고경영자)가 등장했다.

국내 증권사 사령탑이 점점 젊어지고 있다. 1970년대 태어난 40대 CEO들이 영역을 넓혀나가는 것 같더니, 최연소 사령탑 연령대가 이제 30대까지 내려갔다.

단순한 파격이 아닌 디지털 전환, 모바일 금융 활성화 등 금융투자업권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증권업계 '메기' 역할을 한 테크핀(IT+금융) 계열 증권사가 젊은 인력 배치에서 선두주자 역할을 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스증권의 김규빈 신임 대표이사는 1989년생으로, 2024년 10월 기준 만 35세의 나이로 증권사 CEO로 선임됐다. 금융·경제 계열이 아닌, 공학 계열 출신이란 점도 눈에 띈다. 김규빈 대표는 카네기멜론대 전자컴퓨터공학부(ELECTRICAL ANDCOMPUTER ENGINEERING)를 졸업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12년 모바일 선물 서비스 '나노조'를 창업했으며 이후 이베이코리아, 토스(비바리퍼블리카)를 거치며 테크 기반 서비스부문에서 기획 역량을 두루 쌓았다. 지난 2022년 1월 토스증권에 ‘프로덕트 오너(PO)’로 입사해 토스증권의 서비스 혁신을 이끌었다는 평도 받고 있다. 2023년에는 토스증권 제품총괄(Head of Product)로 발탁됐다.

토스증권의 2024년 10월말 기준 해외주식 거래 시장 점유율은 20%대 중반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투자자 커뮤니티'의 경우 매달 140만명 이상의 개인투자자가 방문하는 '맛집'이 됐다. 김 대표는 2024년 실시간 해외채권 거래, PC(WTS) 출시 등 서비스 강화에 힘을 실었으며 올해 토스증권 대표로 전격 선임됐다.

토스증권의 역대 대표이사는 모두 40대로 상대적으로 젊다. 박재민닫기박재민기사 모아보기 토스증권 초대대표는 1981년생이며 2021년 선임 당시 만 40세였다. 오창훈 전 대표는 1977년생, 김승연닫기김승연기사 모아보기 전 대표는 1980년생으로 역시 40대였다.

이은형닫기이은형기사 모아보기 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도 지난 2021년 3월 하나금융투자(현 하나증권) 대표이사로 선임 당시 만 47세로 증권업계 최연소 CEO로 등극했다. 2007년 당시 증권업계 최연소 CEO로 기록을 쓴 유상호닫기유상호기사 모아보기 현 한국투자증권 수석부회장(1960년생)과 타이를 이룬다.

이은형 부회장은 고려대를 졸업했으며, 중국 지린(길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북경대 고문 교수를 거쳐 2011년 하나금융 글로벌전략총괄로 발탁됐다. 중국민생투자 부회장을 역임하고 2021년 3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하나증권 대표를 맡았다. 이 부회장은 5개 국어에 능통한 글로벌 리더로 알려져 있다.

유상호 수석부회장은 "직업이 CEO"라고 불린 인사다. 2007년에 40대 나이로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가 됐으며 2018년까지 무려 12년간 사령탑 자리를 지키면서 '최장수 CEO'라는 기록을 세웠다.

유 수석부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한일은행을 거쳐 1988년에 증권사관학교로 불리는 대우증권에서 증권맨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대우증권 런던법인 근무 당시, 한국 주식 거래량의 5%가 그의 손을 거쳤다고 전해진다. 현지에선 본인의 영어 이름인 제임스 이름을 따 '전설의 제임스'로 불리기도 했다. 이후 메리츠증권을 거쳐서 2002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합류했다.

2005년 한국투자신탁이 동원증권과 합병하면서 현 한국투자증권이 됐는데 유 수석부회장은 2년 후 한투증권 수장을 맡았다. 그는 한투증권 CEO 시절, 초대형 IB로 국내 단기금융업무 인가 1호를 받으면서 발행어음 사업의 토대를 닦았다.

올해 들어 금투업계에선 1970년대생 CEO들이 약진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이 '투톱'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2024년 7월 김종민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김종민 각자대표는 1972년생으로,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자기자본 기준 톱10 증권사 대표 중에선 유일한 70년대생이다.

김 대표는 앞서 메리츠화재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 자산운용실장으로 국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해외 대체투자, 기업대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를 이끌어온 기업금융 베테랑이다. 그는 미래 성장사업 발굴과 효율적 자본배치 임무도 맡았다. 메리츠금융지주 그룹운용부문 부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운용업계에서도 최승재 우리자산운용 대표가 1976년생으로, 40대이다. 현 운용자산(AUM) 기준 11위로, 톱10 운용사 대표가 모두 60년대생인 것과 대비된다. 최 대표는 대체투자부문에서 한 우물을 파며 경력을 쌓아 온 전문가이다. 2024년 우리자산운용이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을 합병해 통합 출범하면서 수장을 맡았다.

앞서 최 대표는 미국 조지워싱턴대 국제경영학 학사 및 금융공학 석사를 취득했다. 2006년 미래에셋증권에서 첫 발을 내디딘 후, 2016년 대체투자 전문 멀티에셋자산운용(현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옮겨 2021년 대표까지 올랐다.

인사에 있어서 안정과 쇄신을 두 잣대로 놓고 볼 때 어느 한 쪽이 낫다고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다. 기간이 모든 것을 대변하지 못하나 금융투자 부문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은 것은 전문성 축적과 방대한 네트워크 확보 차원에서 귀중한 자산이다. 반면, 조직에 있어서 역동성을 부여할 새로운 인재 수혈도 매우 중요하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증권업 CEO의 재임기간과 경영성과 리포트(2018년 4월)' 리포트에서 "경영비전과 방침에 적합한 역량을 지닌 CEO 후보를 발굴 및 양성하고 철저한 검증을 통해 선임된다면, 지배주주 및 이사회는 신뢰를 갖고 가시적 경영성과로 나타날 때까지 꾸준히 기다려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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