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F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이 9158억 원으로,전년(9155억 원)과 대동소이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63억 원으로, 25억 원 손실을 기록한 전년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순이익은 400억 원으로, 전년(211억 원)의 2배 가까이 불렸다.
LF의 이 같은 실적 개선은 부동산 사업 덕이 컸다. 코람코자산신탁이 위험성이 큰 차입형 사업이나 책임준공형 사업에서 안정성이 담보된 리츠와 부동산 펀드 중심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수익성이 크게 좋아졌다. 대표적으로 광화문 빌딩 ‘케이스퀘어시티’를 퍼시피자산운용에 약 3100억 원에 매각, 약 500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아울러 삼성동 ‘골든타워’와 GS건설 ‘서초타워’ 매각을 성사시켰다. 강남권 오피스 ‘더에셋’ 매각도 진행 중이다.
반면, 작년에는 부동산 때문에 휘청였다. 고금리 장기화로 부동산 업황이 부진하면서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일어났다. 코람코자산신탁도 이에 따른 책임준공형 신탁 사업 민사소송 패소로 기타영업비용이 383억 원 발생했다. 코람코자산신탁 영업이익은 전년(906억 원) 대비 96.9% 감소한 28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부동산이 회사를 들었다 놨다 하는 상황이다.
LF는 지난 2007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되면서 설립된 회사다. 당시 구본걸 LF 회장이 LG상사 패션사업 부문을 들고 나왔다. 구 회장은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차남이자 고 구자승 LG상사 사장의 장남이다. 그는 인수합병(M&A) 승부사로서 LF를 패션에 국한시키지 않고 부동산금융, 식품, 방송, 이커머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계열 분리 당시 7380억 원 수준이던 LF의 매출은 지난해 1조9007억 원으로, 2.6배 불어났다.
구 회장은 특히 부동산금융 사업에 주목했다. 치열해지는 패션 시장에서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다지겠다는 판단이었다. 2019년 LF는 1898억 원을 투입해 코람코자산신탁 지분 50.74%를 사들였다. 이후 지분을 늘려 67.08%까지 확보했다. 코로나 팬데민 기간 부동산 광풍을 만나면서 영업이익이 커져갈 땐 더없이 좋았다. 다만, 엔데믹과 함께 금리 인상, 철근과 시멘트 등의 건설 원자재 가격이 상승 등으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LF 실적도 미끄럼을 탔다.
실제 코람코자산신탁 영업이익은 2020년 270억 원에서 2021년 428억 원, 2022년 906억 원으로 매년 2배 안팎 뛰었다. 그러다 지난해엔 28억 원으로 수직 낙하했다. 이 기간 LF의 영업이익도 2020년 771억 원에서 2021년 1589억 원, 2022년 1852억 원으로 치솟다가 2023년 574억 원으로 고꾸라졌다.
LF 1·2분기 IR 실적 자료.
이미지 확대보기LF가 의도한 사업 다각화로 가는 과정이라기엔, 하나의 사업에 너무 휘둘리는 모양새다.
단적으로 LF 전체 매출에서 부동산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0%대에 불과하다. LF의 부동산 의존도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LF 헤지스 베트남 장띠엔 백화점 매장. /사진=LF 헤지스
LF는 최근 IR 보고서에서 “패션은 고금리와 고물가 현상이 지속, 내수 의류 시장이 부진하면서 매출이 감소했다”며 “영업이익은 코람코운용의 펀드 매각 보수가 증가하는 한편 전년 2분기 코람코신탁 소송과 관련된 일회성 비용의 기저효과가 나타났다”고 했다. 이어 “하반기 금리 인하로 업황 회복이 이어지면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