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이미지 확대보기밸류업이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식으로 오해되고 있는데,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며 과정이라고 강조됐다.
자본비용(COE, Cost of equity)을 인식하고, 주주환원 또는 재투자 등을 해서 기업가치, 즉 시가총액 대비 주주가치를 최대한 높이는 게 최종 목표라는 것이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2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37차 세미나에서 주제발표자로 밸류업 공시 현황에 대해 짚었다.
자본비용은 주주의 요구수익률(R)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자본비용을 제대로 세워야 자본초과 수익 추구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셈이다.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목표로 기업 밸류업 정책 가이드라인을 올해 2024년 5월 27일 확정하고 넉 달 가량 지난 현재, 김 교수는 자본비용 중심 경영 여부에 따라 밸류업 점수가 나뉘었다고 짚었는데, '우등생' 모범 사례로는 메리츠금융지주가 꼽혔다.
재무이론 상 현금흐름 할인법(DCF) 모델에 따르면, ROE가 자본비용보다 높으면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보다 크다. 김 교수는 반면 한국은 ROE가 자본비용보다 낮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궁극적인 목표는 기업가치 극대화이고, 일정 기간의 성과는 총주주수익률(TSR, Total shareholder return)로 측정한다"며 "ROE>COE이면 주주환원 대신 오히려 재투자가 기업가치 증가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기업가치 극대화와 지배주주의 이해관계는 반드시 나란히(align)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최근 국내 상장사들의 밸류업 계획 공시에 대해 매긴 점수에서도 자본비용은 중요한 키워드였다.
포럼은 올해 5월 상장사 첫 밸류업 공시에 나선 키움증권에 대해 "핵심 지표인 자본비용 빠졌다"며 C 학점을 매긴 바 있다.
반면, 포럼은 메리츠금융지주(7월)에 대해서는 A+ 점수를 주었는데, 이유로 "자본비용 중심 경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총주주수익률(TSR), 주주환원율, 자본비용, 자본초과 수익(ROE-COE), 밸류에이션 등 모든 핵심 지표가 포함돼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신한금융(A0), 우리금융(A-)도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며 포럼으로부터 A학점대를 받았다.
국내 대표 기업인 현대차(8월)의 밸류업 계획에 대해 포럼은 "조금 아쉽다"며 A-를 부여했다. 장기 성장 및 투자계획과 주주환원 정책을 동시에 밝힌 점, '자사주 매입+소각시 우선주 디스카운트 고려' 등을 주목했다.
아울러 이날 세미나에서 김규식 변호사는 밸류업 작동원리 및 선결조건 관련 주제발표를 했다.
김 변호사는 "혁신경제 작동을 위해 최선의 주주환원은 재투자를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며 "재투자는 주주환원을 미래로 이연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미래성숙기의 주주환원 보장을 위해서는 주주보호 입법이 필수다"고 강조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지금까지 발표된 공시 내용을 들여다봐도 밸류업 정책의 취지와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답에 가까운 계획을 발표한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짚고, "현 시점에서 밸류업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고, 보완해야 하는 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