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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집값 비싸다고 대출 늘려준다는 정부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기사입력 : 2024-07-01 01:48

▲ 장호성 기자

▲ 장호성 기자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지난해 동아일보에서 발표된 한 칼럼의 표현을 빌리자면 윤석열 정부는 ‘저절로 떨어지는 집값도 못 잡은 최초의 정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물론 부동산자산 비중이 압도적인 우리나라의 재산구조를 고려할 때 집값이 떨어지면 국내 경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는 하나, 부동산의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의도와는 달리 착륙하던 집값은 다시 이륙하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6월 3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은 0.15%로 확대됐다.

서울 집값 상승폭이 0.15%나 오른 것은 역대급 초저금리로 폭증한 시중유동성이 고스란히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며 유례없는 집값 폭등이 일어났던 2021년 11월 1주 이후 처음이다.

직방에 따르면 서울 자치구 별로 거래가격이 전고점 대비 80% 이상 회복한 거래 비중은 ▲서초구(90.2%) ▲용산구(86.1%) ▲강남구(84.9%) ▲종로구(82.2%) ▲마포구(79.8%) ▲성동구(75%) 순으로 나타났다. 종전 최고가보다 높거나 같은 거래 역시 9.3%로, 2024년 거래량 회복과 함께 거래가격도 전고점 수준과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집값 재상승에는 누가 뭐래도 윤석열정부의 지극정성이 있었다.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에 이어 올해는 신생아특례대출까지 선보이며 각종 정책금융 대출상품을 출시해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실현시켜주고자 했다.

서민들이 대출을 못 받는다고 하니 각종 대출규제도 풀어주고, 다주택자들이 세금이 많다고 하니 양도세 중과 등 세금도 줄이고 종합부동산세도 폐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또 건설사들이 돈이 없어서 주택공급을 못하겠다고 하니 LH와 함께 부채상환용 토지 매입 등 3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까지 해준다고 한다. 그야말로 부동산 살리기에 진심이라고 밖에는 평가할 길이 없다.

글의 서두에서도 밝혔지만 물론 집값이 급격하게 떨어지면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인 부작용이 발생한다.

그러니 정부가 ‘경착륙’이 아닌 ‘연착륙’을 유도하겠다고 나선 것은 일견 타당한 정책 방향성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은 전국 집값 자체를 안정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출을 통해 새 출발하는 신혼부부나 청년 세대에게 ‘금융 족쇄’를 채우고 시작하는 방향으로 흘렀다.

기자는 감사하게도 장학금을 받고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학자금대출을 받지 않았지만, 대학 시절 학자금대출을 받은 친구들은 아직까지도 대출을 갚고 있다고 한다.

사회인으로써 첫 발을 뗀 순간부터 이미 부채를 지고 시작하는 셈이다. 하물며 전세자금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은 얼마나 더 큰 부담이 되겠는가.

0.7명, 세계 최악 수준의 대한민국 저출산에는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대부분의 문제는 돈 때문이고, 그 중에서도 집 때문이다. 당장 집값만 내린다고 출산율이 오르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안정적인 둥지가 마련돼야만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도 드는 법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을 하향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출을 늘려서 집값을 떠받치는 정책을 펴는 것을 30대 청년 입장에서 보면 이 나라가 아직도 정신을 덜 차렸다 싶은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가계대출 규모는 이미 눈덩이처럼 늘어난 상태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10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5조7000억원이나 늘어나며 이 같은 규모 확대를 견인했다.

우리나라의 가계대출 규모는 이미 GDP 대비 100%를 넘어선지 오래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또한 돌아올 수 있는 터닝 포인트를 한참 전에 넘어버린 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가계대출 규모는 이미 GDP 대비 100%를 넘어선지 오래다.

대출 거품을 터트려야 할 상황에 거품 키우기에만 혈안이 된 나라, 어쩌면 대한민국의 부동산 정상화 또한 돌아올 수 있는 터닝 포인트를 한참 전에 넘어버린 지도 모르겠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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