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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개발은행 벤치마킹”…임종룡표 ‘IT 거버넌스’, 그룹 성장 묘수 될까

한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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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01-12 06:00

IT 운영 방식 개편…FIS 위탁→은행·카드 직접 수행
개발기간 최대 50% 단축…150억원 비용 절감 효과
11월 ‘슈퍼앱’ 출시…디지털 기반 비금융 신사업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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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우리금융그룹(회장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이 그룹 IT 운영 방식을 ‘그룹사 간 위수탁 방식’에서 ‘그룹사 직접 수행 방식’으로 전환했다. 기존 IT 자회사인 우리FIS에 위탁해 온 IT 업무를 우리은행, 우리카드가 직접 수행하면서 개발기간이 최대 50% 단축될 전망이다. 이에 따른 디지털 역량 제고를 통해 비금융 신사업 진출을 위한 동력도 마련했다는 평가다.

우리금융은 11일 서울 중구 회현동 본점에서 ‘우리금융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IT 거버넌스 개편’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옥일진 우리금융 디지털혁신부문 부사장은 “우리은행과 우리카드가 IT 업무를 자회사인 우리FIS에 위탁하지 않고 직접 수행하도록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10년 숙원사업 마무리…FIS 직원 950명 재배치
“싱가포르개발은행 벤치마킹”…임종룡표 ‘IT 거버넌스’, 그룹 성장 묘수 될까이미지 확대보기


임종룡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후 ‘그룹 신(新) IT 거버넌스’를 주요 경영 과제로 선정하고 지주사 주관으로 ‘IT 개편 협의체’를 구성해 IT 거버넌스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이후 매월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FIS CEO가 한자리에 모여 미래지향적인 IT 거버넌스를 논의하고 진행 현황을 점검했다.

우리금융은 지난 2001년 지주 체제 수립 직후부터 그룹사 간 IT 위수탁 운영 방식을 두고 수차례 개편 논의를 진행한 결과 거버넌스 개편을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도출한 바 있다. 하지만 그룹사 간 인력 이동 등 쟁점 사안에 대해 노사 및 계열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개편 작업은 10년 넘게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우리금융은 작년 7월부터 노사공동협의회를 구성해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인력 이전 방안을 두고 해결책을 모색했고 11월 말에는 노사 합의를 도출했다.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FIS 3사는 IT 영업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IT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해 막바지 재편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 이달 5일 우리FIS 인력이 우리은행과 우리카드로 재배치되면서 우리금융의 10년 숙원사업인 ‘IT 거버넌스 개편’이 마무리됐다.

우리FIS 직원 중 은행 전담 인력 780여명이 우리은행 소속으로, 카드 전담 인력 170여명이 우리카드로 이적했다. 이적 직원은 총 950명으로 우리FIS 직원의 90% 이상이다. 우리FIS는 그룹 시너지와 효율성을 고려해 IT 보안, 그룹웨어 개발·운영 업무를 지속한다. 은행, 카드 외 그룹사에 대한 IT 아웃소싱으로 역할을 확대할 방침이다.
우리금융 측은 “이번 개편이 큰 잡음 없이 10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완료될 수 있었던 데에는 우리금융 미래를 위해 더는 IT 개편을 미룰 수 없다는 노사의 결단이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이번 개편 과정에서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의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DBS는 지난 2016년 IT 운영 방식을 자체 수행으로 전환한 후 자체 IT 역량을 바탕으로 350개 이상의 API를 개발하는 한편 AI 및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서비스 출시, 탄소배출권 거래 플랫폼 구축과 등 다양한 디지털 사업을 통해 비이자수익 비중을 3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시가총액은 2.2배 늘었고 인도,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시장 개척에도 성공했다.

새 IT 거버넌스 도입으로 은행 현업 직원 260여명과 우리FIS에서 이적한 IT 인력 240여 명이 원팀이 돼 모바일뱅킹 등 10개 플랫폼 부서의 신규 개발 업무를 맡는다. 이에 따라 개발 및 유지보수 프로세스가 우리FIS를 경유했을 때 기존 7단계에서 3~5단계로 크게 단축됐다. 길게는 30일이 걸리던 개발기간은 2주 이내로 최대 50% 이상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외주 업체 개발 비중을 최소화하고 자체 개발을 확대하는 한편 은행 및 카드와 자회사 간 기획 및 품질관리 업무의 중복 요소가 제거됨에 따라 은행 약 130억원, 카드 약 20억원 등 연간 총 150억원의 판매 관리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IT 내부통제도 강화됐다. 우리금융은 IT 내부감사 조직을 ‘사업부서-IT그 룹-본부 감사’로 재편했다. BRM 제도 도입, 제3자 점검 등 IT 내부통제 강화 계획도 수립했다.

모빌리티·여행 등 비금융 신사업 확장…“지분투자·JV 검토”
“싱가포르개발은행 벤치마킹”…임종룡표 ‘IT 거버넌스’, 그룹 성장 묘수 될까이미지 확대보기


우리금융은 새 IT 거버넌스 도입에 따라 은행, 카드 등 그룹사의 자체 IT 개발 역량이 강화되면서 슈퍼 앱 개발, 서비스형뱅킹(BaaS), 생성형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디지털 자산(STO·CBDC) 등 핵심 디지털 사업의 추진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 임직원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은행, 카드, FIS 간 IT 거버넌스 개편을 통해 그룹의 디지털·IT 역량을 한 차원 더 높였다”며 “그룹의 진용을 새롭게 갖추는 재정비를 통해 시장의 기대를 넘어서는 성과를 보여주고 선도금융그룹 도약을 위해 함께 나아가자”고 주문했다.

우선 우리금융은 은행뿐 아니라 카드, 캐피탈, 종금, 저축은행 등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는 슈퍼 앱을 새롭게 선보인다. 올 11월 출시를 목표로 ‘우리원(WON)뱅킹을 ’뉴(New)원‘으로 전면 재구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옥 부사장은 “고객 분석 기반으로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생성형 AI 같은 최신 기술을 전면 배치해 가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IT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테크기업과 제휴를 통한 디지털 신사업에도 적극 뛰어든다. 우리금융은 최근 그룹 네트워크를 디지털 기반 비금융 신사업으로 확장한 새로운 사업 모델 구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모빌리티 ▲여행 ▲부동산 ▲통신 ▲프롭테크 등 생활 밀착형 업종 제휴를 통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금융 거래로 이어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우리금융은 작년 말 기존 디지털혁신부를 미래혁신부로 확대 개편해 디지털 기반 신사업 추진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실무 추진 동력 확보를 위해 은행에 신사업제휴추진부를 신설했다.

신사업 및 신서비스 수행은 전략적 제휴뿐만 아니라 시장 상황과 사업 특성에 따라 지분투자나 자회사 직접 수행 방식 등 다양한 형태로 유연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BaaS로 뱅킹 인프라를 테크기업 등에 제공하고 해당 제휴 서비스 사용자를 우리금융 고객으로 연결하는 신사업 개척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옥 부사장은 “주요 플랫폼 사업자와 제휴를 논의 중이고 특정 업종은 직접 추진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며 “필요한 경우 전략적 제휴를 위해 지분투자와 JV(조인트벤처) 설립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3월에는 생성형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AI 뱅커’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 은행 창구에서 이뤄지는 직원과 고객 간 대화를 분석해 AI 뱅커에 언어모델을 학습시킴으로써 앱에서 은행 직원과 동일 수준의 예금 상품 상담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STO·CBDC 등 디지털 자산 시장 선점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나선다. 우리은행은 올해 한국은행 CBDC 테스트 일정에 맞춰 CBDC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내년 초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STO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플랫폼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이자이익 비중 11.97% 불과…수익 다각화 기반 실적 개선 주목
우리금융의 디지털 기반 비금융 신사업 전략이 실적 개선에 기여할지도 주목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으로 2조4383억원을 기록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4위에 머물렀다. 임 회장은 취임 후 그룹 경영 전반에서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나서왔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주요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는 작년 연말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2023년은 기업문화 혁신, 기업금융 명가 부활, 상생금융 실천 등 변화의 첫 발걸음을 시작한 한 해였지만 실적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있다”면서 “우리의 부족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우리가 가진 저력을 믿는다면 앞으로 보다 더 나은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올해는 우리의 실력을 온전히 발휘해 고객과 시장이 우리의 변화된 모습을 체감할 수 있도록 명확한 성과들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그룹의 ‘핵심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올해 기업금융 분야에서 우량 자산 중심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와 함께 시장에서 요구하는 혁신역량을 갖춰 기업금융 명가의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전략과제를 설정했다. 이와 함께 증권업 진출에 대비해 그룹 자체 역량을 강화하고,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을 병행하는 등 그룹의 전체적인 경쟁력을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은 특히 비이자이익 확대를 통한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의 작년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6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반면 비이자이익은 1.8% 감소한 8978억원에 그쳤다. 순영업수익에서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11.97%에 불과하다.

우리금융은 이번 IT 거버넌스 개편을 바탕으로 싱가포르개발은행의 사례와 같이 디지털 신사업을 통한 비이자 수익원 발굴에 힘쓸 계획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올해 그룹 경영 목표를 ‘선도금융그룹 도약’으로 수립하고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우리금융에게 이번 IT 거버넌스 개편은 중대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수익 구조 다각화를 위해 인수합병(M&A)을 통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연말 조직 개편을 통해 그룹 M&A를 담당하는 ‘사업포트폴리오부’를 기존 미래사업추진부문에서 전략부문으로 재배치했다. 기존 전략기획부와 함께 사업포트폴리오부를 전략 부문의 양대 축으로 삼아 M&A 사업 추진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과 보험 계열사가 없다. 임 회장은 증권사 인수를 M&A 최우선 순위로 삼고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을 추진해왔지만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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