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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보는 화폐전쟁-무함마드 빈 살만] ①중국으로 파트너 체인지

김창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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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01-0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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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 칼럼니스트 : 서울경제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부국장/돈세이돈 대표, 저서: 월저바보(월스트리트저널 바로보기)

김창익 칼럼니스트 : 서울경제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부국장/돈세이돈 대표, 저서: 월저바보(월스트리트저널 바로보기)

화폐전쟁은 기축통화란 절대반지를 둘러싼 쟁탈전이다. 두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영국의 파운드화가 미국 달러에 반지를 내줬다. 1970년대 초 베트남 전쟁 후 달러는 금태환의 사슬을 벗고 석유를 새로운 짝으로 맞으며 명실상부 절대권력을 획득했다. 종이와 잉크만 있으면 돈이 되는 마법이 가능해진 것이다.

문제는 지난 50년간 미국이 절대반지의 권능을 남발했다는 점이다. 찍어낸 국채가 33조 달러에 달하면서 달러도 많이 찍으면 인플레이션이란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세상이 알게 됐다. 50살이 넘어 노화가 진행되는 달러 패권의 자리를 중국 위안화가 위협하고 나서면서 독수리와 팬더의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달러에 대한 대안으로 탄생한 비트코인이 자산으로 인정받으며 또 다른 전선을 만들고 있다. 달러는 절대반지를 빼앗으려는 위안화와 절대반지 자체를 파괴하려는 비트코인을 상대로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재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 나한드라 모디 인도 총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화폐전쟁을 벌이는 주역들이다.

또 다른 전장에선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가 기존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화폐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전쟁은 역사상 전례 없던 일이다.

중국으로 파트너 체인지
빈살만

빈살만

화폐전쟁의 주역들 중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의 역할도 주목해 봐야 한다. 빈 살만 왕세자는 왕권을 잡기 위해 탈석유 경제를 표방하며 할아버지나 아버지와는 다른 지지층 규합에 나서고 있다. 그 대상은 바로 MZ세대로 대변되는 젊은 층과, 인구 절반에 달하는 여성이다.

빈 살만이 내세운 탈석유 경제는 페트로달러 시스템의 붕괴와 동의어다. 페트로달러 시스템은 자연발생이 아니라 미국과 사우디간 계약에 의한 인공 체제다. 닉슨 전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인 헨리 키신저의 활약으로 1974년 닉슨 당시 정부와 빈 살만의 할아버지인 압둘 아지즈 당시 사우디 국왕이 석유를 달러로만 결제키로 하면서 만들어진 체제다. 할아버지와 살만 현재 사우디 국왕은 미국이 전략적으로 사우디 왕국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했지만 빈 살만은 미국 무서운 줄을 모른다. 사우디가 9.11 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의 국가임에도 미국이 사우디가 아니라 이라크를 응징한 건 전적으로 페트로달러 시스템으로 맺어진 전략적 동반자 관계 때문이다. 석유와 달러간 밀월 관계가 아니라면 미국이 수니파 이슬람 국가이면서 테러 국가인 사우디에 미사일을 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빈 살만의 이슈와 관련해서도 철저히 실리적인 입장을 취했다. 트럼프는 실세인 빈 살만 왕세자를 쥐락펴락하면서 중동 정세를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만들었다. 그는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사용했다.

트럼프는 빈 살만 왕세자가 무엇을 원하는 지를 정확히 알았다. 빈 살만 왕세자는 왕위에 오르기 위해 여성과 MZ 세대를 자신의 지지층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 사우디 여성들은 와하비즘으로 대변되는 이슬람 규율의 최대 피해자다. 사우디 남성에 비해 모든 면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 인구 절반인 여성을 자신의 지지자로 만들면 안정적으로 왕좌에 오를 수 있다는 게 빈 살만의 전략이다. 이를 위해 빈 살만은 사우디 왕국의 정신적 기둥인 와하비즘을 부정해 여성과 MZ 세대의 환호를 이끌어 냈다.

[인물로 보는 화폐전쟁-무함마드 빈 살만] ①중국으로 파트너 체인지
빈 살만의 경제개발계획은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우리돈으로 60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되는 사우디의 신도시 개발계획이다. 두바이를 능가하는 중동의 금융과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으로 만든다는 게 빈 살만의 구상이다. 빈 살만은 이를통해 석유가 아니어도 먹고살 수 있는 사우디를 만들고 싶어한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석유 의존도가 줄어든 사우디란 다른말로 해석하면 페트로달러 시스템을 이탈한다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빈 살만은 기축통화 패권의 최대 위협이다.

트럼프는 빈 살만의 네옴시티 프로젝트 구상을 적극 도왔다. 네옴시티 계획의 성공여부는 금융허브로의 도약이 가능한 지에 달렸다. 쉽게 말해 글로벌 금융을 장악하고 있는 유대자본이 네옴시티를 지원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공을 들인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빈 살만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적극 활용했다.

아브라함 협정 체결 두달 후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우디를 비밀리에 방문했다. 전용기를 타고 텔아비브에서 곧바로 네옴시티로 날아간 것이다. 둘이 만나는 자리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함께 했다. 당시 만남이 트럼프의 중재로 성사된 것이란 뜻이다. 네타냐후의 네옴시티 방문은 그 자체로 갖는 상징성이 크다. 유대 금융자본의 유입을 이스라엘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의사 표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빈 살만 왕자에게 당근만 쓴 것은 아니다. 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였던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트럼프는 빌 살만 왕세자를 길들이는 데 십분 활용했다. 와하브 가문에 속하는 카슈끄지는 미국에서 활동했던 언론인으로 빈 살만 왕세자의 개혁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그가 2018년 10월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아라비아 총영사관에 이혼 수속을 하기 위해 들어갔다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영사관에 들어가는 영상이 CCTV에 찍혔으나 그가 나오는 영상은 없었다. 빈 살만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건장한 요원들이 영상에 포착됐다.

국제사회에선 카슈끄지 살해범으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했다. 카슈끄지 살해사건을 이해하려면 사우디 아라비아의 통치 구조를 알 필요가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사우드 가문와 와하브 가문이 결탁해 만든 왕국이다. 정통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준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와하비즘은 사우드 가문이 여러 부족을 굴복시키고 통일 왕국을 건설하는 철학적 기반을 제공했다. 이에 따라 사우디 아라비아는 정치적으로는 사우드 가문이 정신적으로는 와하브 가문이 통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자신의 지지 기반을 구축하는 전략으로 와하비즘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에 와하비즘이란 없다'란 말로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드 가문과 와하브 가문의 전략적 동거 관계의 청산을 선언했다. 와하브 가문 입장에선 배은망덕한 행보였다. 와하브 가문은 카슈끄지의 펜을 통해 빈 살만을 실랄하게 비판했다.

트럼프는 카슈끄지 살해사건과 관련해 처음엔 빌 살만을 옹호하는 입장을 취했다. 뚜렷한 증거없이 빈 살만을 살해범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게 트럼프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후 트럼프의 태도가 180도 돌변했다. 트럼프의 입장 변화는 빈 살만 왕세자의 대 중국 행보와 연관이 깊다.

빈 살만 왕세자는 MZ 세대다. 아버지나 할아버지와는 미국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할아버지 압둘 아지즈 전 사우디 국왕은 1974년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국무장관과 페트로달러 체제를 만든 장본인이다. 미국이 전략적으로 사우디에 필요한 나라라는 것을 잘 안다.

시진핑 국가주석(오른쪽)이 2019년 2월 22일 중국 수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모하메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회담하고 있다.[사진/중국정부 홈페이지]

시진핑 국가주석(오른쪽)이 2019년 2월 22일 중국 수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모하메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회담하고 있다.[사진/중국정부 홈페이지]

빈 살만 왕세자의 시각은 다르다. 미국은 더이상 사우디 석유의 최대 수입국이 아니다. 그 자리를 중국이 차지했는데 VIP 대우는 미국이 독차지 하고 있는 게 못마땅한 입장이다. 빈 살만의 이런 생각은 2019년 그가 파키스탄과 중국을 잇따라 방문하면서 드러나게 된다. 당시 빈 살만은 시진핑을 만나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에 대한 적극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3조 달러에 대한 막대한 달러 보유고를 활용해 중동에서 중국 동부해안에 걸쳐 있는 국가들을 동맹으로 만들자는 복안이다. 저개발 국가의 인프라 투자에 돈을 비려주고 못갚으면 해당 인프라에 대한 운영권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대규모 항구나 철도를 장악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은 중동의 석유를 안전하게 수송하고 해양 진출로를 확보해 결과적으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아이러니 하게도 시진핑의 일대일로 계획은 미국이 국제통화기금(IMF)를 통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개발도상국가를 길들인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IMF는 전세계를 달러 소비 국가로 만드는 첨병 역할을 한 페트로달러 시스템의 행동대장이다.
일대일로 계획의 핵심 타깃 중 하나가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였다. 패권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만으로도 중국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중국 입장에선 안정적인 석유 공급 라인을 구축하는 게 절실했다.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고 육상 송유관을 건설해 서부 국경쪽으로 석유를 수송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과다르 항구는 중국이 최단거리로 송유관을 건설할 수 있는 요충지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19년 당시 파키스탄과 중국을 번갈아 방문하면서 과다르 항구에서 중국 서부를 잇는 송유관 건설 사업에 대한 대규모 지원 계획을 밝혔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와 중국석유공사간의 합작 사업도 구상했다. 빈 살만은 중국을 새로운 VIP로 대접하겠다는 것이었다.

트럼프는 이 무렵부터 빈 살만을 카슈끄지 살해범이라고 몰아세웠다. 국제사회의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다. 미국 무서운 줄 아는 살만 국왕은 아들을 가택연금 시키는 방법으로 트럼프를 달랬다. 이후 빈 살만의 일대일로 지원계획은 흐지부지됐다.

트럼프기 재선에 실패하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빈 살만의 태도가 달라졌다. 트럼프는 당근과 채찍으로 빈 살만을 달랬지만, 바이든은 원칙주의자였다. 카슈끄지 살해범으로 몰아세우며 취임 직후 시종일관 빈 살만을 무시했다.
빈 살만은 트럼프 때문에 보류했던 중국과의 밀월관계 형성에 다시 나선다. 2022년 12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사우디를 방문했을 당시 마치 바이든 보란 듯 시진핑을 극진히 대접했다. 그러면서도 시 주석이 요구했던 위안화 석유 결제엔 즉답을 하지 않았다. 이듬해엔 빈 살만 왕세자가 베이징을 방문해 지 주석을 만났다. 이 자리에선 중국과 사우디가 합작으로 석유화학 기지를 건설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에서 중국 내륙으로 연결되는 송유관 건설 계획도 다시 수면위로 부상했다.

주목할 점은 빈 살만과 시진핑이 이란과 사우디의 수교 문제를 놓고 적극 협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브라함 협정으로 이란과 팔레스타인 등 시아파 이슬람국가를 궁지로 몰아넣고 이스라엘과의 수교만을 남겨 둔 상황에서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가 다시 정상화 될 경우엔 이스라엘의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다.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황급히 베이징으로 날아간 이유다. 네타냐후 총리는 2022년 12월 재선된 이후 줄곧 바이든 대통령과이 관계가 껄끄러웠다. 바이든이 이스라엘 서안 문제를 이유로 네타냐후 총리에게 적대감을 보였기 때문이다. 네타냐후는 2023년 7월 베이징에서 시진핑을 만나 사우디와의 수교, 즉 아브라함 협정 체제의 완성과 관련해 협력해줄 것을 요구했다. 트럼프의 최대 업적 중 하나인 아브라함 협정의 화룡점정격인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를 놓고 트럼프의 최대 적인 시징핑에게 도움을 요청한 건 실리가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말해준다.

빈 살만과 네타냐후가 연이어 시진핑에게 손을 내밀자 그제서야 바이든이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국제사회는 옳고그름이 아니라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냉혹한 현실이 그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바이든은 서서히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올해 11월 재선을 앞두고 중동문제를 매듭짓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MZ 세대인 빈 살만은 이같은 바이든의 상황을 적극 활용했다. 그는 바이든이 원하는 것을 지렛대로 미국이 한미동맹에 준하는 수준의 동맹관계를 사위디와 맺을 것을 요구했다. 바이든은 유가안정과 이스라엘을 달래기 위해서는 빈 살만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창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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