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이미지 확대보기1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 9일 기준 1조1091억엔으로 전월 말(1조85억엔) 대비 1006억엔(9.97%) 늘었다. 일평균 100억엔이 넘는 금액이 불어난 셈이다.
4대 은행 엔화예금은 올해 들어 4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다가 5월부터 꾸준히 늘어 지난달 1조엔을 돌파했다. 이달에도 가파르게 증가해 지난 4월(5789억엔)과 비교하면 약 7개월 만에 92% 증가했다.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자 환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초 100엔당 970원대를 기록했던 원·엔 환율은 지난 6일 867.59원을 기록하며 15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860원대를 기록했다. 원·엔 환율이 860원대로 떨어진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엔화 약세 현상은 일본은행(BOJ)이 홀로 통화 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영향이 크다. BOJ는 지난달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수익률곡선제어(YCC)정책을 조정했지만 대규모 금융완화의 큰 틀은 그대로 유지했다. 시장 예상보다 약한 긴축 강도에 엔화 약세는 심화했다.
대표적인 엔화 투자 방법으로는 외화예금통장이 있다. 엔화를 은행에 예치해놓고 추후 원·엔 환율이 오르면 엔화를 다시 원화로 환전하는 방식이다. 외화예금은 수시입출금통장인 보통예금과 정기예금이 있으며 최대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도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에서 우대금리에 따라 최대 5%의 이자를 제공하는 달러 예금 등과 달리 엔화 예금은 금리가 0%이기 때문에 이자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엔화 가치가 오를 때 매도하면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또 발생한 환차익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단 환전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엔화 현찰이 없는 개인투자자가 외화예금으로 엔화에 투자하려면 우선 원화로 엔화를 매수해야 한다. 추후 환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엔화를 다시 원화로 바꿔야 하는데 이때 각각 1.75% 안팎의 환전수수료가 붙는다.
외화예금에 돈을 넣은 뒤 현찰로 인출할 때는 1.5% 내외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 때문에 환차익에서 수수료를 제외한 최종 수익률을 감안하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우대 환율 상품이나 주거래은행 수수료 우대 혜택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를 통해 엔화 가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주식처럼 간편하게 매매할 수 있으면서도 환전수수료가 없다는 게 장점이다. 국내에 상장된 엔화 추종 외화 ETF인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일본엔선물’이 유일하다. 연 0.25%의 펀드 운용 수수료만 붙는다. 다만 ETF는 매매 차익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가 발생한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엔화가 과도하게 저평가된 상황이지만 엔화 반등을 기대하고 엔테크에 나서는 투자자의 경우 단기 고수익 기대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단기에 환차익을 기대한 엔화 투자는 위험할 수 있다”며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전체 자산의 일부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전략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환율 추이를 보며 분할 매수 방법 등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현재 150엔대까지 오른 엔·달러 환율이 내년 평균 130엔 중반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에서 내년으로 가며 미국의 추가 긴축 경계는 누그러질 가능성이 높으나 잔존한 인플레이션 압력 등을 고려하면 완화 기조로의 전환은 점진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의 통화정책 정상화 역시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하지 않는 선에서 점진적인 진행이 예상돼 엔·달러는 완만한 하락이 점쳐진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