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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협회장 ‘관료 프레임’ 극복을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

기사입력 : 2023-11-06 00:00

전하경 기자

전하경 기자

[한국금융신문 전하경 기자] "일단 은행연합회장 뽑히는걸 지켜보고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도 방향을 정할거에요."

보험업계 관계자가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차기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두고 한 말이다.

은행연합회장이 어떤 사람이 될지가 생명보험협회장, 손해보험협회장 방향성에 영향을 줘서다. 금융협회장 첫 타자가 관료가 될지, 민간이 될지, 아니면 낙하산 변수가 있을지를 봐야된다는 뜻이다.

정부에서 내려오는 '낙하산' 움직임이 있는 탓에 생보협회, 손보협회는 사실상 눈치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회추위는 아직 가동되지 않았지만 정희수닫기정희수기사 모아보기 생명보험협회장, 정지원닫기정지원기사 모아보기 손해보험협회장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어느 때처럼 벌써 차기 협회장 하마평이다.

화두는 '관료' 출신이냐 '민간' 출신이냐다. 업계에서는 관료 출신이 오는게 더 좋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관료출신이 와야 '전관예우'로 이야기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논리다. 기존에 안면이 있는 선배 연락을 마다할 전 직장 후배는 없다.

하지만 역대 회장들을 살펴보면 민간 출신 회장이라고 성과가 떨어지거나 하지 않는다. 보험 쪽에서는 업계 발전에 기여한 사례도 있다.

생명보험협회 회장 중 연임된 제28대 이강환 회장, 제29대 배찬병 회장 모두 민간 출신이다.

이강환 회장은 교보생명에 사원으로 입사해 사장, 부회장까지 오른 보험통이다. 보험 전문성을 인정받아 당시 대한생명 대표이사 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종업원 퇴직보험, 세제적격 개인연금제도 도입을 추진했다. 보험업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4년 한국보험학회 보험문화상, 1996년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2014년에는 대산보험대상 공로상을 수상했다. 보험업계에 오랜 시간 몸담은 '보험통'인 만큼 보험업계 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파악한 것으로 분석된다.

배찬병 전 회장이 재직 기간 이뤄낸 성과를 보면 관료 출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 전 회장은 당시 생보업계 경영개선 장애물로 작용한 감독분담금과 예보료 감축을 이끌었다.

배찬병 전 회장은 보험은 생면부지인 은행권 출신이다. 배 전 회장은 한국상업은행 전무, 한국상업은행장을 지냈다. 배 전 회장 취임 당시에는 보험에 대해 모르는 은행권 출신이라는 시선이 많았다. 배 전 회장은 은행권 출신이라는 우려를 실력으로 불식시켰다.

배타적 사용권을 도입한 장본인도 배 전 회장이다. 상품 비교 공시, 금융기관보험대리점 모집수수료율 공시도 처음 도입했다. ‘생명보험 공익사업추진위원회 운영규정 및 운영세칙’ 개정으로 보험사 사회공헌을 이끌어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보험사기방지에도 선제적으로 나섰다.

삼성생명 대표를 지닌 이수창 전 회장도 민간 출신임에도 관료와 원활한 소통을 했다.

당시 정부 연금보험 비과세 축소와 관련 반대 목소리를 냈다. 민간 출신이지만 보험산업의 규제완화, 고령화 대비 제도개선, 보험사기방지 등 현안 해결을 위한 대외 정책 활동을 강화했다. 주요 학회장과 생명보험사 CEO, 보험연구원 등이 모인 ‘생명보험산업 발전 자문회의’를 개최했다.

손해보험협회 회장도 민간 출신으로 업계 발전에 기여한 경우가 많다. 장남식 전 회장은 보험료 자율화, 보험사기특별법 제정 등을 추진했다. 자동차 손해율 안정화 대책반을 꾸려 손해율을 낮출 수 있는 법과 제도 개선에 노력했다. 그 결과, 외제차 등 고가챠랑 자동차보험 합리화를 위해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시행됐다. 결과론적으로 출신이 업계 발전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은셈이다.

관료 출신은 회원사와 소통이 부족할 수도 있다. 관료 출신이다보니 회원사를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한 보험사 CEO는 "한 관료 출신 회장은 회원사들은 자기보다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라며 "권위적이어서소통이 안됐고 CEO들 사이에 평가가 안좋았다. 협회장으로 있는 동안에도 성과도 크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는 특히 협회장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초고령화 사회, 보험 인구 감소, 제판분리, 해외 시장 개척, 미래 먹거리 발굴 등 현안이 산적해있다. 내년 보험업 전망도 부정적이다.

생명보험 원수보험료 증가율은 0.6%, 손해보험은 4.4%다. 생명보험은 사실상 성장아닌 퇴화다. 손해보험은 장기보험으로 사정이 괜찮지만 과열경쟁으로 치킨게임 아닌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됐지만 보험료 인하 압박이 오고 있다. IFRS17 도입으로 올해 실적이 대폭 올랐지만 거품이 곧 빠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생명보험업계는 상조업 진출이 금산분리 논의 중단으로 막혔다.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가 중단돼 건강보험 시장에 뛰어들어야하지만 손해보험 업계에 상품 경쟁력이 밀린다. 이미 70% 선점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 필요하다.

보험협회장은 보험업계가 진짜로 필요한게 무엇인지 이해하고 대응 방안을 낼 수 있는 현명함을 갖춰야 한다. 출신보다는 역량을 봐야한다. '관료 프레임'에서 벗어날 때다.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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