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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KB의 세종’ 윤종규, 노란넥타이 풀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기사입력 : 2023-10-07 00:00 최종수정 : 2023-10-07 11:48

리딩금융 토대 다져 놓고 11월 물러나는 윤 회장
겸손과 배려의 아이콘…글로벌 경쟁력은 아쉬움

[데스크칼럼] ‘KB의 세종’ 윤종규, 노란넥타이 풀다.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KB금융지주 CEO로 취임한 이후 9년 동안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출근해 일 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오는 11월 KB금융지주 CEO 자리에서 물러나는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말이다. 노란색 넥타이를 고집하는 이유는 KB금융의 상징인 로고 색깔이 노란색이기 때문. KB금융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라는 그의 말에선 겸손함까지 엿보인다.

윤 회장은 지난 9년을 되돌아보는 동안 KB금융의 리딩금융을 이뤘다는 점을 가장 보람된 일로 꼽으면서도 직원들의 공로를 매번 빼놓지 않고 언급한다. 그래서 임직원을 배려하고 자신을 낮추는 윤종규 회장 리더십이 2류 의식에 함몰됐던 KB금융 직원들을 일깨웠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그를 마주했던 많은 금융인들은 “특유의 겸손함과 사람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밴 사람”이라고 말한다. 학구적인 자세로 조선을 태평성대로 이끌었던 세종대왕을 연상케 한다. 세종대왕은 신하들의 장점을 찾아 격려하여 그들의 잠재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고 자긍심과 사명감을 갖게 했다. 지난 9년간 윤종규 회장 행보는 'KB의 세종'이라 불릴 만하다.

윤종규 회장은 지난 2001년 4월 통합 국민은행 출범 후 ‘잃어버린 10년’과 ‘2014년 KB금융 사태’로 대변되는 극심한 혼란을 수습하고 조직을 건강하게 만들었다. 취임 이후 화려하지 않지만 묵묵히, 서두르지 않지만 끊임없이 전진하는 KB만의 색깔로 리딩금융 탈환을 현실로 이뤄냈다.

그가 취임하기 전 KB금융은 암흑기였다. KB금융은 허구한 날 최고경영자들의 반목 등으로 연일 신문과 방송을 장식했다. 2014년 KB사태는 권력다툼 정점을 보여줬다. KB금융 회장과 KB국민은행장은 ‘OK목장’ 저리 가라 식의 결투까지 벌였다. 표면적인 갈등은 전산시스템 교체였지만 본질은 기획재정부 차관, 금융연구원 출신 두 낙하산 간의 권력 다툼이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두 사람은 동반 퇴진했고, KB금융은 1등 자리를 내줘야 했다.

이미 그 이전부터 KB금융은 외풍에 흔들리며 곪아 있었다. 국민·주택은행 합병 후 KB는 덩치는 큰데 주인이 없다 보니 관치금융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곤 했다. 황영기닫기황영기기사 모아보기, 강정원, 어윤대 등으로 이어진 KB금융은 조선시대 병자호란급 ‘최고경영자(CEO) 수난사’를 겪었다.

윤종규 회장은 잃어버린 10년 동안 상처 입은 직원부터 보듬었다. 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직후 윤 회장은 "걱정하지 않았다"라며 "훌륭한 직원들과 단단한 고객의 저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직원 안위를 뒷전으로 했던 다른 리더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강하지만 부드럽게 그는 KB금융을 변화시켰다.

윤종규 회장은 지난 2014년 11월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3연임을 하며 9년간 KB금융그룹을 이끌었다. 취임 이후 ‘KB 사태’로 인한 혼란을 수습하고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한 비은행 사업 강화 등으로 KB금융을 국내에서 가장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금융그룹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종규 회장은 지난 2014년 11월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3연임을 하며 9년간 KB금융그룹을 이끌었다. 취임 이후 ‘KB 사태’로 인한 혼란을 수습하고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한 비은행 사업 강화 등으로 KB금융을 국내에서 가장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금융그룹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 이후 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상대 후보 지지자를 측근으로 다시 데려왔다. 외부 출신 임원도 중용했다. 국민·주택·장기신용은행 출신으로 나뉜 출신 채널 간 인위적 인사 배분을 과감히 흔들었다. 취임 후 9년이 다 되어가지만 누가 1채널인지, 2채널인지, 누가 윤종규 라인인지를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

권력 다툼이 아닌 실력으로 공정하게 회장, 은행장이 뽑힐 수 있도록 후진 양성에도 힘썼다. 실제로 윤 회장이 계열사 세세한 부분까지 알고 있어 CEO, 임원들이 매일 공부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는 글로벌 위상을 더 높이지 못한 데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민은행과 KB금융이 각각 국내에서 리딩뱅크, 리딩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했지만 글로벌 순위는 60위권에 그치고 있다. 윤 회장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라고까지 표현하며 양종희 회장 내정자에게 한 단계 진보를 통한 글로벌 성장을 당부했다.

윤 회장은 11월이면 노란색 넥타이를 풀게 된다. 재임 기간 내내 KB를 상징하는 노란색 외 다른 색깔의 넥타이를 매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떠나는 순간에도 노란 넥타이를 맨 그는 “KB는 저에게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터였고 삶의 일부였다.”라고 말했다. 직원 위 군림하는 리더가 아닌 KB금융 한 일원으로 마지막까지 자신을 낮췄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시인 이형기의 '낙화'의 한 대목을 던지면서 윤종규는 그렇게 떠난다. 퇴임 후에는 세계 전집을 읽는다고 한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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