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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그룹 장손이 지주사 지분을 무섭게 사들인 까닭은

손원태

tellme@

기사입력 : 2023-09-25 00:00 최종수정 : 2023-09-25 10:37

‘커피믹스 1위’ 동서식품 놓고 미묘한 분위기
순조로운 승계일까 본격 경쟁일까 관심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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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반백년 넘게 국내 커피믹스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동서식품에 요즘 세인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른바 동서그룹 삼촌과 조카 사이에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서그룹 오너가에 도대체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먼저 동서식품에 대해 알아보자. 동서식품은 그룹 지주사인 (주)동서와 미국 대형 식품회사 몬델리즈가 1968년 지분 50%씩을 투자해 만든 합작회사다. 커피믹스 대명사 맥심과 카누가 바로 이 회사 대표 제품이다.

동서식품은 커피 자동판매기 시절을 거쳐 기업들 사무실에 정수기가 일제히 보급되면서 국내 커피믹스 시장을 독식했다.

이런 동서식품을 보유한 동서그룹은 가족경영 회사로 유명하다. 창업주 김재명 명예회장 장남인 김상헌 전 고문은 지주사인 동서를, 차남인 김석수 회장은 핵심 계열사 동서식품을 맡아왔다.

그러다 지난 2014년 김상헌 전 고문이 동서그룹 회장직에 물러났고, 2018년 동생 김석수 회장도 동서식품 회장직을 사임했다. 이후 동서그룹은 한동안 전문경영인 체제였다.

그러다 뭔가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게 올해 3월부터였다. 동생인 김석수 회장이 잠행을 끝내고, 동서식품 회장직으로 복귀했다. 지난 10여 년간 동서식품을 이끌어 온 이광복 대표도 자리를 내어줬다. 신임 대표로는 김광수닫기김광수기사 모아보기 마케팅 총괄 부사장이 내정됐다.

흥미로운 것은 그 즈음 김상헌 전 고문의 아들 김종희 동서 부사장이 회사 지분을 대량으로 매입하기 시작했다는 점. 그는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총 37차례에 걸쳐 자사주 65만 주를 사들였다. 약 130억원 규모나 된다.

일각에서는 형제 경영이 사촌 경영으로 이어지는 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동서그룹은 유일한 상장사 (주)동서가 7개 비상장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다.

주요 계열사로 커피, 시리얼 등을 제조해 판매하는 동서식품과 식용유지, 크리머를 가공해 판매하는 동서유지, 커피믹스, 제티 등을 제조하는 동서물산, 음료 등을 수입해 판매하는 동서음료 등이 있다.

그중 동서식품은 지난해 연매출 1조6000억원대를 기록한 핵심 계열사다. 다만, 동서식품 해외 판권은 몬델리즈가 갖고 있어 사업 운영은 내수시장으로 제한된다.

동서식품이 2011년 연매출 1조5000억원을 돌파했지만, 이후 10년 넘도록 박스권에 갇혀 있는 이유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은 사실상 줄어들고 있는데, 해외로는 나갈 수 없는 동서식품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동서식품이 최근 ‘카누 바리스타’를 내세워 캡슐커피 시장에 진입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오레오나 리츠 같은 해외 유명 과자를 국내서 생산해 유통하는 까닭이다. 그만큼 그룹 신성장동력이 절실한 것이다.

동서그룹은 김상헌, 김석수 오너 일가가 회사 전체 지분의 67%를 소유하고 있다. 먼저 김상헌 전 동서 고문 일가를 보면, 김상헌 전 고문이 1680만 주(16.85%)를, 그의 아내인 한혜연 씨가 360만 주(3.61%)를, 아들 김종희 동서 부사장이 1320만 주(13.24%)를, 장녀 김은정 씨가 375만 주(3.76%)를, 차녀 김정민 씨가 360만 주(3.61%)를, 김 부사장 아내인 조은아 씨가 30만 주(0.30%)를, 김 부사장 두 딸이 14만 주(0.14%)를 각각 갖고 있다. 이에 김상헌 전 고문 일가 지분은 40%가 넘는다.

반면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 일가는 김석수 회장이 1865만5437주(18.62%)를, 그의 아내 문혜영 씨가 200만5935주(2.01%)를, 장남 김동욱 씨가 256만4160주(2.57%)를, 차남 김현준 씨가 227만100주(2.28%)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합산 시 김석수 회장 일가 지분은 25%를 상회한다.

전체 지분을 보면 김상헌 전 고문 일가가 동서그룹 핵심 키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인별 지분을 보면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김종희 동서그룹 부사장의 주식 매입 과정은 아무래도 눈길을 끌 수 밖에 없다. 김종희 부사장은 지난 3월 김석수 회장이 취임하자 4월부터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입해왔다. 김 부사장은 4월 14일 동서 주식 2861주를 매입, 한 달 동안 10차례에 걸쳐 17만7380주를 취득했다. 5월에는 이보다 많은 19차례로, 32만2620주를 매입했다. 6월에는 5차례에 7만3657주를, 7월에는 3차례에 7만6343주를 가져왔다.

이 기간 그가 매입한 주식은 37차례에 걸쳐 65만 주에 달한다. 김 부사장은 입사 초기인 2006년까지 보유한 지분이 2%대에 불과했지만, 아버지 김상헌 전 고문으로부터 증여와 본인 주식 매입으로 현재 13%대를 돌파했다. 삼촌 김석수 회장과 아버지 김상헌 전 고문에 이어 동서그룹 지분 순위 세 번째다.

가장 최근에는 김상헌 전 고문이 지난달 23일 보유 중이던 8만8000주를 장내 매도했다. 종가 기준 약 15억원에 이른다.

이보다 앞서 김 부사장은 6월 26일부터 7월 7일까지 4차례 걸쳐 8만202주를 매입했다. 이는 종가 기준 약 15억원으로 환산된다. 즉, 김상헌 전 고문이 아들인 김종희 부사장에 ‘오너 3세’로의 승계작업을 시작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 규모는 2017년 1조원에 달했지만 2020년 7800억원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캡슐커피 시장은 2018년 1000억원에서 지난해 4000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동서식품은 커피믹스 시장점유율 80%대를 기록하며 꽉 잡고 있지만, 캡슐커피 시장은 네슬레코리아가 80%로 선점하고 있다.

이에 동서식품은 올해 초 캡슐커피 브랜드인 ‘카누 바리스타’를 론칭하고, 캡슐과 커피 머신을 선보였다. 캡슐커피 시장에 본격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에 대해 동서식품 관계자는 “동서식품은 동서그룹과 몬델리즈가 절반씩 투자해 만든 합작사로 회사 의사결정도 둘로 나눠 진행돼 동서그룹 지분 관계가 동서식품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손원태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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