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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의 꽃’ 옛말…수익구조 압박·정보수요 약화 ‘이중고’ [信 리서치가 新 투자문화 이끈다 (상)]

정선은 기자

bravebambi@

기사입력 : 2023-07-31 00:00

법인영업 고려탓 매수일색·대형주 쏠림 경향
투자자 눈높이 점프…“질좋은 리포트가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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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의 꽃’ 옛말…수익구조 압박·정보수요 약화 ‘이중고’ [信 리서치가 新 투자문화 이끈다 (상)]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증시 투자 길잡이인 증권사 리서치가 변화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비(非)영업부서 지적에, ‘재야의 고수’ 등장까지 안팎으로 어려움이 크다. 증권사 리서치 현황과 과제를 진단하고, 독립리서치 등 대안적 역할도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한 가닥 푼다고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증권사 리서치 위상이 과거보다 약화되고 있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져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영업과 연계된 수익구조는 ‘매수 쏠림’ 리포트 관행을 굳히고 있고, 과거 대비 정보비대칭이 크게 해소되면서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수요가 약화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결국 ‘질 좋은’ 리포트로 신뢰 회복을 이끌어내는 정공법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팔아라’는 0%대 비율…‘인색한’ 매도 리포트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가 투자의견을 제시한 기업종목 리포트는 2023년 상반기(1~6월) 기준 7894건이며, 이 중 매도(Sell, 비중축소 포함) 의견 리포트는 5건으로 0.06%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기준 매도 리포트 비중은 2021년 0.05%, 2022년 0.04%로, 낮은 매도 의견 제시는 이례적인 사건이 아닌 지속적인 현상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립(Hold, 보유) 투자의견 리포트도 2021년 5.68%, 2022년 5.51%, 2023년 상반기 5.7%로 집계됐다. 보류에 가까운 의견으로 사실상 ‘팔아라’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매도와 중립을 합쳐도 5% 안팎인 셈이다. 투자의견 매수(Buy) 리포트가 나머지 95% 수준의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와 비교하면 국내 증권사의 ‘인색한’ 매도 의견이 더욱 부각된다.

금융투자협회에 공시된 증권사 별 리포트 투자등급 비율에 따르면, 최근 1년(2023년 7월 25일 조회 기준)간 국내외 48개 증권사 중 매도 리포트 비중 톱 5는 CLSA코리아증권(25.9%), 메릴린치인터내셔날엘엘씨증권 서울지점(23.6%), 노무라금융투자(18.9%), 모간스탠리인터내셔날증권 서울지점(16.9%),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16.1%)으로 모두 외국계였다.

국내 증권사의 경우 3곳 증권사에서 매도 의견이 나왔지만, 그 수치는 0~1%대 수준에 그쳤다.

매수 일변도 리포트는 증권사 리서치에 대한 대표적인 비판 키워드가 되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최근 2023년 7월 자본시장·회계 부원장 주재로 27개 국내·외 증권사 CEO(최고경영자)와 영업관행 개선 간담회를 열고 리서치 신뢰도 제고를 강하게 당부했다.

간담회에서 금감원은 올해 CFD(차액결제거래) 관련 주가급락 사태 8개 종목 중 4개만 리서치 보고서가 있었고, 이 중 3개는 모두 매수의견 뿐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예시했다.

또 애널리스트가 조사분석 자료를 악용해서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해서 리서치 신뢰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업계의 자정 작용을 강조키도 했다.

금융당국은 애널리스트의 성과평가, 예산 배분, 공시방식 개선 및 독립리서치 제도 도입 추진 등에 힘을 싣고 있다.

‘뚝심’ 발휘하기 어려워…투자자 신뢰 저하 악순환
증권업계는 전반적으로 투자자와 시장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과 제약점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외국계 증권사에 빗대서 매도 리포트 비중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증권업계 리서치 관계자는 “국내시장의 높은 매수 포지션 비중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는 코스피200, 코스닥150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대형주에 집중된 리포트의 경우 수익구조 연계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한 관계자는 “증권사 리서치센터 수익구조가 법인 영업, IB(기업금융) 성과와 연동돼 있는데, 자산운용사들이 시가총액이 큰 유동성 높은 대형주를 매매하기 때문에 리서치도 대형주로 유니버스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바이 사이드(Buy side) 운용사가 편입한 펀드에 대해 제 의견을 낼 수 있을 만큼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리포트를 쓰는 데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향후 연락(contact) 루트에 제약이 생기는 일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개인 투자자들의 투심이 몰린 종목에 대해 매도 리포트를 냈다가 폭풍 민원을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리서치는 증권사에서 ‘돈이 안 되는’ 부서로 지목되면서 운신의 폭도 좁아지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리서치가 구조조정 1순위가 되고, 연봉도 예전보다 못하고, 인정을 못받으면서 압박은 압박대로 받으니, 베테랑들의 이직들도 나온다”며 “법인 영업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리서치의 밀도가 과거보다 떨어지고, 결국 개인투자자 신뢰를 더욱 잃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보갈증 채워줄 양질 리포트 관건
가장 비관적인 것은 증권사가 과거보다 정보 우위에 서지 못하면서 위상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리서치의 질(퀄리티)에 대한 부분이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각 분야 전문가와 실무자들이 개인투자자들의 정보 갈증을 해소하고 만족시키고 있다.

반면 증권사들은 분석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무료 제공이 굳어진 리포트를 보다 정성스럽게 만들 만한 유인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심지어 유통된 리포트가 짜깁기되면서 신뢰 저하로 이어지는 부작용도 거론된다.

증권업계 한 임원은 “개인투자자들 실력 자체가 과거와 비교가 되지 않고 다양한 정보 습득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어서 높아진 눈높이에 맞출 수 있어야 한다”며 “리포트 유료화가 되면 센터 유지를 위한 마케팅을 줄일 수 있고, 정보 싸움 경쟁에서도 퀄리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중점을 두는 현행 리서치 평가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기본적으로 컴플라이언스(내부통제) 강화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실력을 양성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면 리서치가 위기보다 기회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신(新)산업 부상과 산업 간 경계가 불분명해지면서 섹터 애널리스트들이 협업(콜라보레이션)해 리포트를 공동 발간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며 “리서치 커버리지에서 증권사가 강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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