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 연준 금리 상승으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일부 보험사들이 고금리 저축보험을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4%대를 시작으로 하반기부터 생보사들이 고금리 저축보험을 잇따라 출시했다.
푸본현대생명 4%를 시작으로 흥국생명 4.2%, 삼성생명 4.5%, 동양생명 4.5% 등으로 금리를 올렸다. 4%대에서 그치지 않고 IBK연금보험이 5.3% 상품을 내놓으며 5%대까지 오르자 ABL생명이 5.4%, 한화생명이 5.7% 상품을 내놨다. 대형사인 교보생명까지 가세해 5.8% 상품을 내놓았다. 이후 푸본현대생명이 5.9%로 금리를 올리며 저축보험 판매 경쟁이 불붙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저축보험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면서 과열된 모습을 보였다"라며 "대부분 은행 창구에서 판매하고 있어 방카슈랑스 채널이 혼란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저축보험 경쟁 심화로 사실상 저축은행 예금 수준인 6%대까지 오르는 듯 했으나 금융당국에서 제동을 걸며 6%까지 금리를 오르지 않고 있다. 동양생명이 5.95% 저축보험을 한정 수량으로 판매했으며 KDB생명이 5.95%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보험사들이 저축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한건 과거 10년 전 판매한 고금리 일시납 상품 만기가 도래해서다.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만기환급금이 늘어나자 보험사들은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게 됐고 단기간에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저축보험을 판매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채권교체매매로 자금 흐름을 관리하지만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저축보험으로 눈을 돌렸다.
업계에서는 올해 판매한 고금리 저축보험 상품리 향후 역마진 리스크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보험사들은 과거 금리가 높았던 때에 판매한 고금리 상품 역마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다가 최근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며 차이가 좁혀지고 있지만 금리가 다시 하락하게 되면 자산운용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저축보험 금리를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IFRS17 하에서 저축보험이 부채로 잡히는 점도 보험사 입장에서는 부담이지만 연말 퇴직연금 머니무브까지 겹쳐 울며 겨자먹기로 저축보험을 판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퇴직연금 만기가 도래해 고객이 다른 금융기관으로 옮길 경우 이를 현금화해 전달해야 한다.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고객 확보를 위해 금리를 7~8%대로 올렸다가 금융당국에서 금리 경쟁을 자제시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만기환급금에다가 최근 경기가 좋지 않아지면서 중도해지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라며 "퇴직연금 머니무브까지 보험사 유동성 위기가 가장 큰 화두"라고 말했다.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