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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家에서 시작해 사업 종료까지… 푸르밀의 파란만장 역사

홍지인 기자

helena@

기사입력 : 2022-10-19 17:44

직원들에게 메일로 내달 30일 사업 종료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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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호 푸르밀 회장(사진 왼쪽)과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 사진제공 = 한국금융신문 DB

신준호 푸르밀 회장(사진 왼쪽)과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 사진제공 = 한국금융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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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다음달 30일 사업을 접는다. 재계 5위 롯데그룹에서 시작해 45년간의 역사를 가진 장수 기업이지만 대내외 악재를 견디지 못하고 사업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은 오는 11월 30일 영업을 종료한다. 푸르밀은 지난 17일 직원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메일로 전달하며 해고 통지했다.

푸르밀은 해고 통보를 전한 메일에서 “회사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년 이상 매출이 감소하고 적자가 누적돼 자구 노력으로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봤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사업 종료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푸르밀의 실적은 오랜시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 대표인 신동환 푸르밀 대표이사가 취임한 2018년부터 푸르밀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2019년 88억 원, 2020년 113억 원, 2021년 123억 원 등으로 해마다 적자폭이 커졌다.

이에 푸르밀은 경영난 해소를 위해 매각을 추진했지만 연달아 불발되면서 사업 종료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달 LG생활건강에 매각을 추진했지만 실패했으며, SPC그룹과도 협상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2021년도 푸르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푸르밀의 자본총계는 143억원에 불과하다. 오랜 적자 상황을 고려할 때 자본잠식을 앞둔 수준이다.

불과 5년 전인 2017년까지 푸르밀은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이었다. 그러나 몇 년 만에 자본잠식을 앞둔 부실기업을 넘어 사업 종료를 앞둔 기업이 되었다. 푸르밀은 어떻게 이 지경까지 온 것일까.

롯데 요직 거친 신준호 회장 2007년 독립
롯데家에서 시작해 사업 종료까지… 푸르밀의 파란만장 역사
푸르밀의 전신은 1978년 4월 설립된 롯데햄·롯데우유다. 롯데그룹 소속 식품사였으나 신준호 푸르밀 회장이 2007년 롯데우유를 그룹에서 분사시킨 후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바꾸면서 그룹에서 완전히 독립했다.

신준호 회장은 고(故) 신격호닫기신격호기사 모아보기 롯데그룹 창업주의 막내 동생이다. 1967년 롯데에서 근무를 시작해 1996년까지 롯데제과 전무, 롯데건설 대표이사,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롯데그룹 부회장 등 롯데그룹 요직을 두루 거쳤다.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오랜시간 롯데그룹에서 중임을 맡으며 신 창업주와 돈독한 사이를 이어왔지만 두 사람의 형제애는 영원하지 못했다. 롯데제과 부지 소유를 두고 소송이 벌어진 것이다.

신 창업주는 한국롯데를 설립하기 전 한국에 살고 있던 동생 신준호 회장의 명의로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 부지를 구입했다. 그러다 1996년 부동산실명제가 시작하자 신 창업주는 이 부지를 회사 명의로 돌리려 했는데 신준호 회장이 이에 반발했다. 결국 두 형제 간 갈등이 생겼고 법정 소송을 치르게 된다.

이를 계기로 두 형제의 사이가 멀어져 신 창업주는 신 회장에게 롯데우유 지분 45% 주며 롯데우유로 경영영역을 축소시켰다. 이후 신 회장은 2007년 지분 100%를 인수하며 롯데우유를 그룹에서 분사시켰다.

이후에도 롯데우유로 이름을 사용하다 상표권 문제가 발생해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바꾸면서 그룹에서 완전히 독립했다.

롯데에서 독립한 푸르밀은 기존 우유사업에서 벗어나 사업영역을 종합식품으로 확대, 종합식품기업으로 변신을 꾀했다. 이를 위해 ‘비타민워터 V12’와 ‘제로 사이다’등 음료제품을 출시하면서 음료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사명을 바꾼 2009년 바로 첫 해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부산 주류 회사 ‘대선주조’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게 된 것이다.

2011년 이 사건에 대해 무죄 판결 받기는 했지만 부산지역 대표 소주업체였던 '대선주조'를 싼 가격에 사서 비싼 가격에 팔아 ‘먹튀(먹고 튀다) 기업’으로 낙인 찍히면서 기업의 이미지는 하락했다.

2016년에는 환원유 사태를 맞았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2016년 수입 분유로 환원유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업체에 “축산 농가에 피해를 준다”며 생산 중지를 요청했다. 환원유는 우유를 건조시켜 만든 탈지분유를 다시 물에 녹이고 유지방 등을 첨가해 우유처럼 만든 가공유다.

푸르밀은 ‘밀크플러스’ 제품이 환원유임에도 물구하고 우유로 둔갑해 판매했다며 논란에 직면했고 결국 국산 분유를 원료를 대체하며 논란을 일단락했다.

간간히 논란이 터지기는 했지만 꾸준히 매출 성장과 흑자를 내던 푸르밀은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하락세를 맞이하게 됐다. 터닝포인트는 오너 경영 체제 원복이다. 푸르밀은 2009년 사명을 변경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근데 10여년 만에 이를 깨고 신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취임하며 다시 오너 경영 체제로 돌아 온 것이다.

신 대표는 취임 당시 “지난 20년간 식품 식음료 분야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임직원들과 소통하며 함께 성장해가는 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며 “고객 만족과 신뢰를 충족시키며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말한 소통·성장해가는 기업·신뢰는 불과 5년여 만에 모두 거짓이 되었다.

미래 먹거리 발굴 부족해 현 상황 초래
푸르밀 대표제품 가나우유./ 사진제공 = 푸르밀 페이스북

푸르밀 대표제품 가나우유./ 사진제공 = 푸르밀 페이스북



푸르밀은 지난 5년간 뚜렷한 미래사업 발굴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우유 소비량이 줄고 원가 부담도 커지는 상황에서 다른 유업체들은 적극적 투자로 단백질 등 신사업 개발하는데 푸르밀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고 했다.

실제로 낙농협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00년 30.8㎏에서 2021년 26.6㎏으로 4㎏ 이상 줄었다. 해외 수입 멸균 우유에 비하면 국내 제품은 가격 경쟁력도 떨어진다.

이에 경쟁업체들은 건강기능식품, 외식사업 등으로 진출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푸르밀에선 적극적 투자도,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도 없었다.

이에 푸르밀 노동조합은 오너가의 경영 실패를 얘기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17일 “모든 적자의 원인이 오너경영의 무능함에서 비롯됐지만 모든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불법적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시대의 변화되는 흐름을 인지하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성향에 따른 사업다각화 및 신설라인 투자 등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했으나, 안일한 주먹구구식 영업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푸르밀이 사업은 종료하되 법인은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푸르밀은 최근 4년 동안 적자를 낸 탓에 수백억원대의 법인세 면제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푸르밀이 사업만 종료하고 법인은 남길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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