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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 있는 삼각형 아파트를 보며 [기자수첩]

김관주 기자

gjoo@

기사입력 : 2022-05-30 00:00

[한국금융신문 김관주 기자]
서울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올림픽대로를 타고 가다 보면 삼각형 디자인으로 눈길을 끄는 아파트가 있다. 이 단지의 정체는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위치한 씨티극동 아파트다.

씨티극동 아파트는 인근에 위치한 국가 사적지 풍납토성으로 인해 이런 독특한 외관을 가지게 됐다. 문화재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건축물의 높이를 제한하는 규제가 적용돼서다.

풍납토성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면을 7.5m로 짓고 여기를 기준으로 27도의 사선에 맞춰 아파트를 짓다 보니 세모 형태의 아파트가 탄생한 것이다.

요즘 이곳을 지날 때마다 철거 위기에 놓인 인천 검단신도시의 아파트가 떠오른다. 특히 해당 단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을 조망할 수 있어 ‘왕릉 뷰 아파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김포 장릉은 인조 아버지인 추존왕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가 묻힌 무덤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조선 왕릉 40기 중 하나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인조의 무덤(파주 장릉)과 부모의 무덤(김포 장릉), 계양산이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조경이 특징이다. 이는 김포 장릉을 포함한 조선 왕릉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능침에서 앞을 바라봤을 때 풍수지리상 중요한 계양산을 아파트 공사가 가리고 있다.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포 장릉의 훼손으로 인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일괄 취소되는 등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문화재청은 문제가 된 검단신도시 3400여 가구 규모 아파트를 지은 3개 시공사들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또한 44개 동 중 19개 동의 공사를 중지하라고 명령했다.

2017년 개정된 현행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500m 안에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을 지을 경우 문화재청의 사전 개별 심의를 받아야 한다. 문화재청은 건설사들이 이 같은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3개 건설사들은 적법하게 아파트를 지었다는 입장이다. 건설사들은 2014년 해당 부지를 인수할 당시 소유주였던 인천도시공사가 문화재 관련 허가를 받았고 이후 인천 서구청의 주택 사업 승인을 통과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법원이 건설사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공사는 재개됐다. 현재 해당 아파트들은 거의 다 지어진 상태로 내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건설사들은 조만간 인천 서구청에 입주를 위한 준공 승인 전 마지막 단계인 사용 검사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철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문화재청은 이들 아파트의 입주를 지연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소속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행정조정을 신청했다.

분쟁은 언젠가 결론이 난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은 문제다. 건설사와 문화재청의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당장 입주를 앞둔 수분양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작년 11월 김포 장릉 인근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건설사와의 간담회에서 “문화재청, 인천도시공사, 인천 서구청, 건설사의 안일하고 성급한 행동으로 인해 국가의 주택공급정책에 따라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입주 예정자들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씨티극동 아파트 사례와 같이 문화재는 건물의 외관을 바꿀 만큼 중요하다. 건설사들은 막대한 돈을 들여 아파트를 지었다. 최악의 경우 아파트가 철거된다면 이들의 재산 피해는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우선이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할 뿐이다. 선의의 피해자들이 더는 고통받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힘을 써야 하지 않을까.

김관주 기자 gj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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