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가정을 꾸리고 자녀들을 양육하기 시작하는 40대. 2030세대에 비하면 경제적인 기반도 마련됐을 확률이 높기에, 이 시기부터 부동산 투자에 눈을 뜨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하나은행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대한민국 40대가 사는 법’ 보고서에 따르면 40대 소득자의 평균 세후소득은 월 468만원(중위값 400만원)이며, 생활비와 자녀소득비로 343만원(73%)을 지출했다. 자녀 교육비가 61만원(13%), 그 외 지출이 282만원(60%)이었다.
응답자 중 ‘내 집 마련’에 성공한 비율은 56%로 절반이 넘었다. 다만 여전히 40대의 18%는 전세, 13%는 월세에 살고 있었으며, 가구 소득분위별로 하위 1~4분위는 32%, 상위 9~10분위는 80%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주택보유 가구 비중은 50%, 나머지 4대 광역시는 63%였다.
40대 부모 중 절반이 넘는 53%가 자녀교육을 위해 이미 이사를 했거나, 앞으로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초등학생이나 미취학 자녀일수록 자녀교육을 위한 이사계획이 구체적으로 존재했다.
40대 가장 A씨는 “나중에 자녀가 어떤 진로를 택하더라도 기본적인 학벌이나 인맥 관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세상”이라며, “사교육비가 부담이 되더라도 자녀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일찍부터 여러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날로 부담스러워지는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는 40대 인터뷰이도 있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교육열이 뜨거운 만큼, 학군의 가치는 수요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높은 선호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요즘은 학부모가 맞벌이인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아이들에게 신경을 쓸 수 있는 시간이 마땅치 않다. 따라서 학교 인근의 아파트 주변으로 학원가가 형성되거나,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 마련된 입지를 선호하는 추세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입시업계는 자유학기제 등으로 학력저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더욱 경쟁력 있는 명문학군 소재 일반중학교로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 내 대표 명문학군으로 꼽히는 곳은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이다. 여기에 마포·용산구·성북구 등도 신흥 명문학군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고·특목고 폐지에 이어 중학교도 평준화 바람이 불면서 기존 인기지역인 강남 8학군은 물론 전국적으로 신흥 명문학군 형성이 기대되는 지역 부동산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래미안 대치팰리스 1,2단지 125㎡형은 지난해 12월 40억5000만원에 매매되며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목동 현대아파트 83㎡형도 올해 1월 15억9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서울 전반의 부동산 가격이 하향안정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신고가 행진이 벌어지고 있다.
강북에서는 중계동 롯데우성아파트와 동진신안, 건영3차 등의 단지들이 지역 시세를 주도하고 있었으며, 신흥 학군으로 통하는 성북구나 용산구의 집값도 여전히 보합세다.
지난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신용평가기관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주택 매수자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한 ‘수도권 무주택 30·40대 주택 구매 여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시장의 주요 수요자는 30∼40대였다.
이들은 정부의 공급 신호에 구애받지 않고 자산·금융 등을 활용해 주택을 매입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보고서는 수도권 무주택자들이 주택 구매에 나서는 이유를 ▲청약 경쟁 과열 ▲신혼부부 등 특별공급의 높은 경쟁률 ▲맞벌이 가구 등 소득제한에 따른 청약 포기 ▲전셋값 급등에 따른 추격 매수 ▲무주택 낙오 회피 심리 등으로 꼽았다.
그러나 보고서는 서울과 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 30∼40대는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LTV 제약으로 주택 매매시장에 진입할 여지가 충분하지 않다는 평을 내렸다.
비교적 구매여력을 갖춘 맞벌이 30·40대의 경우 소득제한에 의해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돼 현재의 청약 제도에서는 입지가 좁다.
여기에 최근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LTV 제약이 심해지며 무주택자의 자산·금융 여력으로는 주택구입이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것이 분석의 요지였다.
무주택자가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이하 주택을 구매하려 할 경우 6억~9억원 구간에서는 LTV가 50%까지 적용된다. 비록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이미 강남권 15억원, 강북권 10억원을 넘어섰을 정도로 천정부지가 됐지만, 중형 평형에 9억원 이하, 심지어는 5억원 이하의 아파트들도 없지는 않다.
국토교통부가 제공하는 아파트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기준으로, 지난달 양천구 신월동 강국아파트 60㎡형(2006년 준공)은 3억3500만원대에 거래됐다.
은평구 응암동 ‘월드빌’ 63㎡형(2004년 준공)은 3억3750만원대, 도봉구 창동 ‘새울아파트’ 84㎡형(2006년 준공)이 3억8000만원대에 거래됐다.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SK북한산시티’ 84㎡형(2004년 준공)은 8억5000만원대, 관악구 신림동 ‘신림2차푸르지오’ 84㎡형(2007년 준공)도 8억8000만원대에 손바뀜했다.
경기도로 눈을 넓히면 표본이 더욱 많아진다. 경기도 고양덕양구 화정동 ‘별빛마을9단지’ 84㎡형(1995년 준공)은 지난달 6억5000만원, 부천시 송내동 ‘중동푸르지오2차’ 84㎡형(2008년 준공)은 6억6000만원, 의정부시 가능동 ‘힐스테이트 녹양역’ 84㎡형(2018년 준공)이 6억8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결국 이런 매물들을 찾으려면 운도 따라야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손품과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며, “직방·다방 등의 플랫폼을 통해 1차로 매물을 서칭하고, 직접 현지 공인중개업소를 최대한 많이 돌아다니며 현장 교통편이나 인프라, 분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등의 임장을 꾸준히 다녀야만 좋은 매물도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