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목적으로, 노란 깃털의 노랫소리가 아름다운 관상용 새 카나리아도 잠수함에서처럼 '탄광'에서 다가온 위험을 먼저 알려주는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유독 가스인 무색무취의 일산화탄소에 먼저 반응함으로서 질식사를 예방할 수 있는 감시종이 된 것이다. 지금이야 첨단 센서와 메타버스가 작동하겠지만.
사실 5분 뒤만 알아도 세상의 모든 부를 깔데기 처럼 모으고, 저자 거리의 모든 돈을 갈고리로 쓸어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코 앞의 5분도 모르면서 앞으로 반 년 뒤 경기와 같은 큰 흐름을 논하는 까닭은, 잔파도를 거두면 추세를 어느정도 예측하고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월 말에 발표되는 '산업활동동향' 등에서 경기동행과 경기선행에 대한 순환변동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순환하는 경기 속에서 소득자이자 소비자인 국민들의 현재 및 향후 6개월 동안의 경제 상황에 대한 태도와 가계의 소비 심리를 반영하는 것이 소비자심리지수(CCSI)이다. '생활' '장바구니'와 '서민'과 같은 접두어가 붙은 현실 물가를 체감한 소비자의 소비자동향지수(CSI, Consumer Survey Index) 조사에서 6개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해 발표하는 것이다.
조사대상을 기업가로 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 Business Survey Index)도 있고, 앞서의 CSI와 합성한 경제심리지수(ESI; Economic Sentiment Index)도 별도로 발표되고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발표 자료에 기반하여 OECD는 관련국의 경기선행지수(CLI, Composite Leading Indicators)를 그때 그때 발표한다. 선행지수는 말 그대로 경기에 6개월 내지 9개월을 선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선행지수의 한 부문을 차지하는 지표가 코스피지수다.
OECD는 우리나라 통계청의 기준순환일과 같은 전환점(turning point)도 미룸없이 발표한다. 경기는 항공모함의 움직임처럼, 차량의 방향신호등처럼, 권투선수의 발처럼 다양한 선행적 지표를 통해 다음을 예고한다.
OECD의 CLI는 국가별로 항목을 다소 다르게 구성하는데, 우리나라에 대하여는제조업 업황전망, 주가지수, 제조업 재고물량지수, 제조업 재고순환지표, 장단기 금리차, 순교역조건 등 6개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한다고 되어있다. (그 이상은 안궁 안물이다. )
2020년 6월이 저점(trough)으로 명시되어 있고 아직은 직전 고점(peak)으로 적시되지는 않았으나, 우리나라의 CLI는 2021년 7월 이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가지수가 1400대를 기록한 것이 2020년 3월이고, 3300을 찍은 때가 2021년 7월이니 대비가 된다. 1962년 이후의 14번의 CLI 상승기의 평균기간은 2년 9개월 즉 33개월이고, 14번의 하강기는 1년 5개월 17개월로 나타나고 있다.
다음 공표일이 바로 3월 8일이다. 우리나라도 당연 CLI를 발표한다. 2019년 9월 제10차로 개편된 통계청의 경기선행지수는 향후 경기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재고순환지표 △기계류내수출하지수 △건설수주액 △경제심리지수 △수출입물가비율 외에, 금융 부문 지표로는 △코스피 △장단기금리차(국고채5년물 월평균 유통수익률과 1일물 무담보 콜금리)를 더하여 총 7개가 된다. 그 동안 있었던 '구인구직비율' 지표는 제외되었고, 이 7개 지표 중에 경제심리지수와 주가지수가 들어있는 것이다.
주가지수는 경기선행지수 구성 지표 중의 하나일 뿐이다. 혹자는 "CLI가 높다고 해서 (경제가) 좋다고 해석할 수만은 없다"며 " 선행지수를 구성하는 부문 중 하나인 주가 때문에 CLI가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실물 부문과 금융 부문의 괴리가 크다는 것으로, CLI 숫자뿐만 아니라 질적인 요소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반대의 시각도 자연스럽다.
이 말을 뒤집으면 3300 포인트 이후 하락한 코스피 지수의 지금은 과하게 오른 자연스런 조정장을 의미하고, 한편으로는 고점을 찍은 경기 하강의 당연한 반영 과정으로도 인식이 가능하다. OECD가 전망하는 우리나라는 올해 3.0%, 2023년 2.7%로 전년 대비 실질성장률을 낮게 전망하고 있다. 잠재성장률도 2030년 쯤 되면 1%까지 지속 저하된다고 한다.
'선거가 있는 해 효과'(대선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전국동시 지방선거 )로 총지출 증대는 플러스적 효과를 지향한다. 하지만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게 형성되어 몸을 사리면서 민간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수도 있다. 여전히 지정학적인 문제가 뉴스를 타면서 전 세계가 출렁임을 반복하고 있다.
주가가 제일 경계하는 그 불확실성이다. 코스피 주가지수는 한 때 고점에서 20퍼센트 이상을 내려와서 '조정'은 이미 확실하게 보여 준 듯 하다. OECD CLI보다 더 먼저 더 빨리 선행적으로 지수 하강이 이루어졌고, 선거와 전쟁 등 외생변수가 지속적으로 시장의 변동성을 흔들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이 상향된 지수를 낙관하며 반복적으로 얘기할 때는 꼭지가 가깝고, 하방에 대한 얘기가 더 잦아지면 (진)바닥은 가깝다고 한다. 하지만 이래저래 선거나 전쟁 등 불확실성이 거두어지고, 통계적 산출물이기는 하지만 경기 하강기 17개월이 대입되는 끝 지점을 찾아보면 하반기 후반 쯤에나 대세 추세 상승의 기대감이 형성되지 않을까 싶다. 자연스런 공기순환 속에서 토끼나 카나리아가 계속 숨쉬고 노래하길 바라는 것처럼, 글로벌한 팬데믹과 지정학적 불안감에서 벗어난 경기순환과 추세상승을 (소박하게) 희망한다.
황인환 이에스플랜잇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