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닫기

주행 중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하이브리드는 전기·수소차와 같은 '무공해차'는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친환경차로 인정받는 이유는 전기차 배터리의 제조 등 모든 과정을 포함하면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탄소배출량은 비슷하다는 국제에너지기구(IEA) 발표에 근거한다.
정부의 중장기 친환경차 보급 계획도 이에 기반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제4차 친환경자동차 기본계획(2021~2025년)에 따르면, 2025년 한해 국내 판매되는 신차 50.5%를 친환경차로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친환경차별 구체적 판매비중은 하이브리드(32.2%), 전기차(15.0%), 수소차(3.3%) 등이다. 친환경차 활성화에 하이브리드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상정한 것이다.
현재 친환경차 시장도 하이브리드가 주도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내놓은 2021년 자동차 통계월보를 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기업이 내수 시장에 판매한 친환경차 가운데 64.5%가 하이브리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대수는 14만9489대로 3년 전인 2019년(7만5966대)에 비해 2배 가량 늘었다.
업체별 하이브리드 판매량에서 기아(8만743대)가 현대차(6만8746대)를 뛰어넘은 것이 눈에 띈다. 이는 기아가 하이브리드SUV 시장을 선점한 결과다. 지난해 쏘렌토는 6만9934대가 판매됐는데 이 중 47%(3만2982대)가 HEV일 정도다.
현대차도 투싼HEV(1만5572대), 싼타페HEV(9706대) 등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가장 인기 모델은 2만6977대 판매고를 올린 그랜저HEV다.
수입차 가운데서는 렉서스 ES300h가 6746대로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전체 베스트셀링카(트림별) 2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국내에서 하이브리드가 인기 있는 이유는 높은 연비를 바탕으로 유지비용이 낮으면서, 되팔 때도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이 출시 1년차 중고 하이브리드를 대상으로 잔존가치를 분석한 결과 기아 K7HEV(90.5%), 그랜저HEV(86.8%), 기아 니로HEV(82.0%) 등으로 나타났다. 인기차량들도 1년 뒤 잔존가치가 80%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가치를 인정 받고 있는 셈이다.
하이브리드의 단점은 높은 초기 구매비용이다. 그랜저를 예로 들면 각각 세제혜택 이전 내연기관차 시작가는 3365만원인 반면, 그랜저HEV는 530만원 비싼 3893만원이다. 하이브리드는 이 같은 가격차이를 개소세·취득세 면제, 연비 등으로 만회하고 있다. 정부가 하이브리드 세제 지원을 중단한다면 상대적으로 구매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하이브리드 지원 중단을 추진하는 이유는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기 위함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기업 상황을 생각하면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나온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기술 경쟁력을 갖춘 일본은 하이브리드를 육성하고 있다"며 "우리도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