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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폐 도입되면…한은 “예금 감소·대출금리 상승 부작용 우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기사입력 : 2022-01-25 16:11

CBDC로 예금 대체시 은행 자금중개 기능 약화
통화정책 파급 효과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부정적 영향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연구”

디지털화폐 도입되면…한은 “예금 감소·대출금리 상승 부작용 우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가 도입되면 금융산업과 통화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CBDC로 예금이 대체되면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약해지고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궁극적으로는 통화정책의 파급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24일 발간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주요 이슈별 글로벌 논의 동향'에서 “CBDC 도입은 은행업, 지급서비스업 등 금융산업에 일부 영향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화폐다. 2015년 학계와 민간 부문에서 도입 논의가 시작된 이후 2019년 금융 여건이 급변하면서 CBDC가 중앙은행들의 주요 정책 과제로 부상했다. 현재 바하마, 동카리브, 나이지리아 등의 국가에서 CBDC를 실제 도입했고 중국, 우크라이나, 우루과이는 시범운영 중이다.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일본, 미국 등은 CBDC에 대한 모의실험과 개념검증 등 기초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보고서는 CBDC가 은행 예금을 대체하게 되면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CBDC는 체크카드 등 직불카드와 신용카드, 인터넷뱅킹, 간편송금 시장 점유율을 잠식할 가능성이 있는데, 해당 서비스들은 은행 예금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급 및 송금을 위해 예치된 은행 예금 중 일부가 CBDC로 대체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CBDC에 이자가 지급되거나 안전자산 선호가 높은 상황 등에서는 CBDC로의 자금이동 규모가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보고서는 “CBDC가 예금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경우 대출 및 투자를 위한 저비용의 재원이 감소하게 되므로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이 약화될 소지가 있다”며 “대출재원 마련을 위해 은행들이 장기채 발행 등 시장성 수신의 비중을 높이는 과정에서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대출 및 투자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시장성 수신을 늘리는 경우 금융시장 접근성이 낮은 소형 은행들이 대형 은행들에 인수·합병되면서 은행산업의 집중화·대형화가 가속화될 수 있고, 대출 등 자금중개에 전문성을 보유한 은행의 금융시스템 내 역할이 축소되면서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실제 CBDC 도입이 은행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금융산업 환경과 CBDC의 구체적인 운영 정책 등에 따라 충분히 완화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현재 은행 산업이 독점적 경쟁시장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금의 대체적 성격이 있는 CBDC 도입은 산업 내 경쟁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견해다. 또 CBDC 보유 한도가 낮거나 이자율이 낮을수록 예금이 대체되는 정도는 미미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CBDC 도입으로 은행 예금이 감소하면 통화정책의 파급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CBDC 이용이 크게 확산하는 경우를 가정하면 예금 감소로 은행의 신용공급이 제약되면서 통화정책의 효과가 저하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고객의 자금 상태나 거래내역 등 신용공여 결정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량이 감소할 수 있는 점도 은행의 신용공급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거론됐다.

보고서는 CBDC에 이자를 지급할 경우 은행의 여수신금리와 시장금리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쳐 중앙은행의 정책이 경제 주체들의 소비와 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CBDC를 발행하더라도 이자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CBDC를 도입・운영중인 바하마, 동카리브, 나이지리아는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은행이 예금 감소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상승에 대응해 고위험 대출과 투자를 확대할 경우 개별 은행의 자산건전성이 떨어질 수 있고 은행들의 시장성 수신 의존도가 커지면 금융기관 간 연계성이 커지면서 시스템 리스크가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CBDC가 은행 예금보다 더 안전하고 지급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불안시 전 은행권역에서 CBDC로의 대규모 자금이동(systemic bank run)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보고서는 “다만 학계 등을 중심으로 CBDC 도입이 반드시 금융안정에 부정적 요인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현재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CBDC는 은행 예금보다는 실물화폐를 대체하는 전자적 형태의 ‘화폐’라는 입장을 견지하는 가운데, 금융안정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체제 측면에서는 주요국의 CBDC 도입시 해당 통화의 국제적 영향력을 더 강화시켜 신흥국에 자국 법정통화를 대체하는 '통화대체'(달러라이제이션) 현상이 확산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CBDC를 통해 국가 간 통화 및 지급시스템이 긴밀하게 연계되는 경우엔 통화정책의 국가 간 파급효과가 증폭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보고서는 “아직 소수 신흥국에서만 CBDC가 도입됐고 대다수 국가에서는 구체적인 CBDC 설계 및 운영 방식이 결정되지 않음에 따라 이러한 논의들은 현재 이론적 분석 및 추정에 한정돼 있다”며 “CBDC 도입이 야기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은 제도적 장치 등을 통해 충분히 제거될 수 있다는 견해도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CBDC 실제 도입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나 향후 중앙은행들의 연구 및 도입 준비 및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글로벌 논의 동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최적의 설계 및 운영 모델 모색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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